▲ 대마초 성분인 카나비노이드가 다양한 질환에 효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카나비노이드 성분 약물 개발에 뛰어드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판되고 있는 카나비노이드 약물은 전 세계적으로 4가지에 불과해 신규 제약사의 진입이 가능한 '블루오션'이라는 평가다.사진=이미지투데이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장이 있다. 바로 대마초 성분을 약물로 개발하는 것이다.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용 물질로서 대마초가 주목받고, 그 효과에 대한 연구도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시판되고 있는 약물은 4종에 불과하고 연구개발에 뛰어든 제약사의 수도 미미한 실정.

대마초 성분을 이용한 약물이 제약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를 수 있을까?

합성 카나비노이드 성분 THC, CBD 이용 연구 다수

대마초는 식물인 만큼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중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라고 불리는 성분은 수 백여 가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GBI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카나비노이드는 약 90가지 정도다. 이 중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와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를 이용한 의료 목적 연구가 많다.

치매

독일 본 대학교 연구진이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용량 THC 치료를 받은 18개월 된 쥐의 인지 기능이 2개월 된 쥐의 인지 기능만큼 좋아졌다.

짐머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뇌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카나비노이드의 양이 감소하는데, 카나비노이드의 활동이 감소하면 뇌가 급격히 노화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THC는 이 뇌 내 카나비노이드를 모방한다”고 설명했다.

간질

대마초는 발작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대마초가 전 세계적으로 불법 마약류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수 세기 동안 사용돼 왔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에서 간질환자 9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간질 환자의 14%(137명)가 대마초 제품을 간질 발작 관리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마초 제품을 사용한 성인 간질환자의 90%와 아동의 71%가 발작관리에 성공했다.

환자들이 대마초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대마초가 간질발작을 조절하는 데 쓰는 표준 항경련제들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데 있었다. 표준 항경련제들은 약제 성분에 따라 졸음, 짜증, 어지러움, 구토, 피부발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뇌암

영국 런던 세인트조지 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는 카나비노이드 성분이 뇌암 종양 성장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분자암치료학(Molecular Cancer Therapeutics)지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방사선 치료만 받은 사람보다 카나비노이드 치료를 방사선 치료와 함께 병행했을 때 뇌암에 걸린 생쥐의 종양 성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 약물 ‘4가지’ 불과…신규 진입 열려있다

대마초 이용 약물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카나비노이드 성분을 각종 중증질환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약물은 4가지에 불과하고 적응증도 항구토제, 식욕부진치료, 경련완화제 등에 국한돼 있기 때문.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1985년 승인을 받아 판매 중인 THC 성분의 약제버전인 드로나비놀(Dronabinol) 성분 약으로 애보트사에 인수된 벨기에 솔베이(Solvey) 파마슈티컬스에서 개발한 마리놀과 미국 인시스(INSYS) 테라퓨틱스의 신드로스가 있다. 이 약들은 현재 항암 치료를 받은 뒤 구역 및 구토 증상을 보이는 환자 및 식욕부진을 겪는 에이즈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또 다른 THC 계열인 나빌론(Nabilone)을 함유한 제품으로는 미국 밸리언트(Valeant)사의 항구토제 세사메트(Cesamet)가 있다.

미국 외 영국, 스페인, 캐나다 등 16개 국가에서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경련 완화제로 판매 중인 약물로는 사티벡스(Sativex)가 있다. 암 환자의 통증 완화제를 목표로 진행했던 3상 임상시험은 2015년 실패한 상황이다.

이밖에 카나비노이드를 이용한 약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제약사는 미국 자이너바(Zynerba) 파마슈티컬스, 미국 아레나(ARENA) 파마슈티컬스 등 2곳이 있다.

▲ 카나비노이드 성분 약물 개발 제약사 파이프라인(시판 중인 약물 제외).자료=각 사 홈페이지

대마초 불법 국가 많아 개발 어려움 존재…합법 국가 늘어나면 기회?

현재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는 북한, 우루과이, 네덜란드, 방글라데시와 미국의 일부 주뿐이어서 대마초를 약물로 연구 및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약물의 구체적인 효능이나 인체에 작용하는 기전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카나비노이드를 이용한 약물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처럼 대마초 합법화를 고려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것도 제약사들에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GW 파마슈티컬스의 주가는 50% 이상 상승했으며 해외 외신 바이오파마다이브(BioPharmaDIVE)에 따르면 자이너바 파마슈티컬스는 주식 공개를 통해 4200만달러(약 471억원)을 모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