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만에서 개막한 컴퓨텍스의 키워드는 스타트업과 융합이다. 이미 존재하는 제조 인프라를 글로벌 ICT 기업과 연결, 이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파워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컴퓨텍스는 그 최전선에 스타트업이 존재하기를 바라며, 가상현실 및 게이밍 인프라가 양쪽의 간격을 좁혀줄 아이템이라 믿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플러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여기서 생태계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파워의 결합은 어떻게 벌어지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산업의 발전은 하드웨어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초연결 모바일 인프라가 발견되어 만나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제조업 일변도 모델이 새로운 경쟁력인 소프트웨어에 탑재되는 방식이 핵심이 된다.

이는 기존 제조업 기업들에게 기회가 된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심장으로 삼아 막강한 가전 인프라를 초연결로 덧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 외 다른 제조사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긴 호흡으로 보면 인공지능에 접근하는 많은 기업들이 음성인식 스피커를 매개로 판을 짜는 것도 비슷한 범위에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하드웨어가 그릇이 되어 소프트웨어가 콘텐츠로 작동하는 모델이다.

▲ 출처=플리커

다만 최근 새로운 방식도 눈길을 끌고 있다. 텐센트의 위챗 생태계다. 위챗은 특정 하드웨어에서 출발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는 결이 다르다. 근거지를 하드웨어에 두지 않고 모바일 소프트웨어 인프라로만 판을 짜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가 초연결 모바일 생태계지만 반드시 하드웨어 동맹군이 필요하고, iOS가 아이폰이 없었다면 성립되기 어려웠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위챗은 모바일 메신저라는 소프트웨어에서 출발해 그 자체로 철저하게 온라인으로만 판을 짠다.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에서 구동된다는 장점도 있다.

철저하게 온라인에서만 작동되는 위챗의 실험은 어떻게 될까. 야심차게 출시한 샤오청쉬가 완성도적인 부분에서 지적을 받고 있지만, 그 자체로 의미있는 시사점은 던진다는 평가다.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O2O의 이름으로 수렴되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성장의 여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드웨어 기반의 융합 생태계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온라인 중심의 생태계와는 적대적 공존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O2O도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하는 방법론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정교한 융합 방정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