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 본부장

김우중 회장 2004년부터 호찌민시 인근에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추진…
최근 베트남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개발 프로젝트도 늦춰지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져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김 전 회장은 올해 들어 2~3차례 해외 방문길에 오르는가 하면, 잇달아 행사에 참석해 옛 ‘대우맨’들을 만나는 등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재계 일각에서는 김우중 전 회장이 경제계에 퍼져 있는 ‘대우맨’을 등에 업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 추징금,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연 김우중 회장은 본격적인 재기 행보에 나선 것일까. 김우중 회장 재기설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전 본부장은 〈이코노믹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김우중 회장이 재기에 미련이 있지만,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김우중 회장의 귀국 전후 사정과 최근 쏟아지는 재기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은 김 전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Q. 최근 김우중 회장이 재기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설이 파다한데.
본인은 아직 재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우선 건강이 아직 좋지 못한 데다 17조원에 달하는 추징금 문제가 남아 있어 국내에서 다시 사업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만일 김 회장이 다시 재기에 나선다면 아마도 그것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가 될 것이다.

Q. 올해 초 김 회장이 베트남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베트남이 그 대상인가.
김 회장으로서는 베트남이 마지막 희망이다.
김 회장은 이미 귀국하기 전인 2004년부터 베트남에서 호찌민시 부근의 대단위 신시가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실제로 당시 김 회장은 미국과 홍콩의 투자자들을 만나 직접 투자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만일 김 회장이 재기에 나선다면 그곳은 베트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베트남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사면이 되긴 했지만 추징금 문제 등 김 회장에게 걸려 있는 문제가 많아 이마저도 결코 쉽지 않다.

결국 김 회장의 재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Q. 도피 중에 사업계획을 세웠다는 말인가.
대우는 1990년대 베트남에 대우호텔과 전자, 자동차 등 10여개 업체를 운영해 한국 기업 중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그룹이었다.

실제로 베트남에 가보면 ‘대우’, ‘김우중’이라는 이 두 단어는 어느 유명 연예인보다 일반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김 회장은 도피 초기 유럽에서 머물다 2003년께 베트남 정부 핵심요인의 주선으로 베트남에서 호찌민시 외곽에 약 400만평에 달하는 신시가지 개발 프로젝트를 따냈다.

사업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었는데 김 회장은 2004년까지 베트남에서 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자자금 조달에 매달린 것으로 알고 있다.

Q. 베트남에서 구상 중인 사업이 있었다면 왜 계속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귀국했나.
한국 정부가 그를 국제범죄자로 인터폴에 지명수배를 했기 때문이다. 투자자 모집에 지명수배자라는 그의 신분이 결정적인 장애가 되면서 김 회장은 2004년부터 국내의 유명 법무법인을 통해 귀국 문제를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국내의 분위기를 조사한 법무법인은 귀국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을 했고 이 조언에 따라 김 회장이 2005년 귀국한 것이다.

Q. 막상 귀국하고 보니 예상과 달리 국내 여론이 안 좋아졌다?
그렇다. 당시도 건강이 안 좋았던 김 회장은 귀국해서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고 나면 짧은 수형생활을 거쳐 형집행정지 같은 방식으로 풀려나고 종국에는 사면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런데 공적자금 회수 등 여론이 김 회장에게 나쁘게 돌아가면서 생각지도 못한 추징금이 부과된 것이다.

Q.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4~5곳의 외국계 사모펀드가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계 펀드 한 곳을 비롯해 미국계·일본계 사모펀드 등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대우인터내셔널이 구축해 놓은 세계 50개국 107개 법인과 지사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중견기업들 몇몇 군데도 컨소시엄에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다.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 장병주 ㈜대우 사장 등 옛 대우 관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지분을 보유한 캠코가 매각공고를 내면 본격적인 작업을 거쳐 M&A에 나설 계획이다.

Q.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는 김 회장과 전혀 관계가 없나.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한 외국계 펀드들이 김 전 회장이 회사를 맡을 경우 ‘경영 리스크’가 크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추징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한, 김 전 회장의 경영권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형구 기자 lhg054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