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부모라면 몇 시간만 누군가 아이를 돌봐줬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예상보다 퇴근이 늦어져 아이의 유치원 하교시간을 맞추기 어렵거나 몸이 아파 병원에 다녀와야 하는 경우 말이다. 엄마든 아빠든, 출근을 하든 출근을 하지 않든 이 같은 순간은 아이가 있다면 어느 부모에게나 찾아온다. 부모들이 아이 돌봄 서비스를 찾는 이유다.

‘째깍악어’도 아이 돌봄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업체 중 한 곳이다. 이 업체는 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으로 선정된 후 지난해 4월 설립됐다. 지난해 7월 강남3구를 중심으로 베타서비스에 돌입했고 정식 서비스는 같은 해 12월 서울 전 지역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신생 업체이지만 입소문만은 확실히 타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취약계층 대상 돌봄 서비스 30% 할인

아이 돌봄 서비스 신청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 ‘돌봄예약’ 버튼을 터치하면 서비스를 희망하는 날짜와 지역, 돌봄교사의 프로필 내용 등을 검색해 적합한 돌봄교사를 찾을 수 있다. 5월 30일 현재 가입돼 있는 돌봄교사 수는 587명. 돌봄교사는 대학생이나 대학 졸업 1년 미만의 취업 준비생이다. 째깍악어는 5월 31일 현재까지 총 1063건의 돌봄 서비스를 연결했다.

서비스 비용은 최소 2시간에 2만8000원(시간당 1만4000원)이다. 영어돌봄 서비스를 추가하면 2시간에 3만6000원이다. 영어돌봄은 초등 저학년 수준의 영어 학습 및 영어를 사용한 놀이나 활동이 이뤄진다. 취약계층에는 30% 할인된 가격이 적용된다. 취약계층에게 할인된 금액은 업체 측에서 부담하거나 ‘봉사’ 의지를 밝힌 돌봄교사의 시급 할인 제도로 충당된다.

사회 취약계층은 사회서비스 구매능력이 부족한 저소득계층을 의미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을 취약계층으로 보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째깍악어의 경우 취약계층 기준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차상위계층, 장애인 형제를 둔 비장애인 어린이, 오랜 별거생활로 사실상 한부모가정인 가구 등도 취약계층 할인 대상이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

그는 “한 번은 동네 주민센터에 가서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며 “길지 않은 대화에서 최하위계층만큼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째깍악어를 5개월째 이용하고 있는 A 모 씨도 취약계층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한부모가정에서 8세 남아와 5세 여아를 키우고 있다. 다양한 돌봄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중에서 째깍악어를 선택한 이유도 할인 혜택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가정마다 선호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여러 돌봄교사를 만나는 걸 좋아한다”며 ““째깍악어 오늘은 어떤 선생님이야”하고 자주 묻는다”고 했다.

돌봄서비스 신청에 앞서 부모들이 가장 고민스러워 하는 부문은 아이의 안전이다. 보육교사가 아이를 폭행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 같은 불안감이 가중된다. 째깍악어 역시 돌봄교사 검증 프로세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담당자는 보육교사에 지원한 대학생들의 제출 서류를 통해 신원을 확인한다. 그 후 인재 개발 및 교육 전문기업과 공동 개발한 인적성 검사를 실시한다. 면접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합격된 대학생은 째깍악어의 여섯 가지 돌봄 핵심역량 및 놀이 방법, 돌봄 서비스의 핵심 가치 등을 숙지하기 위해 째깍악어 집체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돌봄교사를 대하는 째깍악어의 태도도 흥미롭다. 째깍악어는 대학생 돌봄교사에게 최저시급 1만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최저시급 6470원보다 약 54.5%(3530원) 높은 금액이다. 급여는 돌봄 경력이나 내용 등에 따라 달라지며 주 단위로 지급된다.

다양한 분야 직장 선배들과 함께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된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20명 내외의 소규모 참석자로 진행된다. 국내 대기업 또는 글로벌 브랜드에서 경험이 있는 선배들의 현업 이야기, 기업 경영자와의 대화, 광고대행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등 현업 종사자들의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돈벌이 이상의 가치를 주고 싶다는 게 째깍악어 측 설명이다.

째깍악어 돌봄교사 대학생 주남건 씨는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찾다 째깍악어 돌봄교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추천으로 돌봄교사에 지원하게 됐다”며 “높은 시급과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며 일터로서 째깍악어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공과대학에 다니다 보니 구글 프로그래머 출신 선배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는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째깍악어의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저렇게 해서 남는 게 있을까’라는 식의 의문이다. 역설적으로 사회적 가치에 무게중심을 둔 비즈니스모델이 이 회사의 생존전략이다. 임팩트 투자와 유관기관 지원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본궤도에 오르겠다는 방침이다. 째깍악어는 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으로 선정되면서 받은 3000만원을 초기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지난 2월 임패트투자 전문기관 HGI로부터 투자유치를 이뤄냈고, 최근에는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으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게 됐다. 투자 계약에 따라 금액을 밝힐 수 없지만 당분간 회사를 운영하는 데 부족함 없는 금액이라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 계획은 2억2000만원이고 투자금과 지원금을 제외하고 내년 말이면 손익분기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규모가 커질 때까지는 투자 유치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3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정부로부터 인권비, 사업개발비 등을 지원받고 있다”며 “하반기 소셜벤처 코워킹스페이스 ‘헤이그라운드’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임대료 같은 고정비를 절약할 수 있어 새로운 사무공간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