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 랭킹 1위 중국의 커제(20)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게 3연패를 당했다.

27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3국에서 알파고가 커제 9단을 상대로 209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은 바둑에서 계가를 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기권을 했을 경우에 이뤄진다.

흑번인 알파고는 변칙 중국식 포석으로 초반을 진행했다. 커제가 우하귀를 응수타진하려고 백20을 두었지만 알파고는 노타임으로 흑21에 두며 좌하귀 백을 눌러갔다.

좌변에서 흑이 후수를 뽑자 커제는 기세있게 3·三(바둑판의 가로세로 각각 3선이 만나는 곳)에 두며 우하귀를 침투해갔지만 흑31로 쌍립으로 지켜둔 수가 좋았다. 흑31은 우하귀 백과 하변 백을 2선으로 못 넘어가게 하고 흑돌을 두텁게 만든 수다. 

우하귀에서 실패한 커제는 백44로 끊어가는 수를 둬 돌을 엷게 만들었고 반면 알파고는 강한 수와 두터운 수로 커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좌변 두점을 살리는 모양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한 커제는 실리 균형을 맞추며 버텨가기 위해 우하귀 백을 살렸다. 

알파고는 전체적으로 두텁게 두었고, 상변이 모두 흑집으로 굳혀지면 패하기 때문에 커제는 백114로 상변에 침투했다. 상변 백만 살아서는 형세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커제는 백126으로 승부수를 날렸다. 하지만 상변 백 석점을 잡으며 알파고는 상변에 큰 집을 만들면서 승기를 쥐었다.

막판 커제는 흔들기를 해보았지만 알파고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흑193의 두터운 호구 지킴에 백194로 손을 빼자 흑195로 중앙 흑 두점을 살리면서 하변 백 대마를 다 잡아버렸다. 

커제는 대국 도중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커제는 3패를 하며 우승상금 150만 달러(약 17억원)를 놓쳤지만 이와 별도로 세 판의 대국료로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게 됐다. 

커제와 대국에 나서 승리한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결할 당시의 1.0 버전에서 업그레이드된 알파고의 최신 버전 2.0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