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을 위해 충전소를 찾았는데, 충전기를 꽂아둔 앞차 운전자가 나타나지를 않더라고요. 연락을 해봤더니 잠시 멀리 나왔다며, 두 시간 정도 후에 돌아온다고 하더군요. 황당했지만 제 차의 주행가능거리가 5km밖에 남지 않아서 기다렸죠 뭐.”

최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 전기차를 이용했다는 지인이 전해준 일화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보급 대수가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전기차 충전 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를 하는 것과, 충전 중인 차량의 차주가 몇 시간 동안 잠적하는 상황입니다. 듣기만 해도 황당한데요, 전기차를 타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고민들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아직은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주유소와 같은 속도로 연료를 채울 수 없는 전기차의 한계를 탓해야겠죠. 메이커들은 기술 개발을 통해 ‘더 빠르게’ 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 자료사진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이런 상황에 테슬라의 한국 진출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테슬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자부하는 회사 아니겠습니까? 6월부터 본격적으로 차량을 인도할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미 완속 충전기를 20여곳에 준비했고 최근에는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급속 충전기인 ‘슈퍼차저’ 1호기도 선보였습니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완충에 약 1시간15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30분 충전만으로도 모델 S 90D가 270km 가량 달릴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테슬라가 국내 진출을 조율하면서 ‘충전 요금’보다 ‘유휴비’에 대한 기준을 먼저 확립했다는 것입니다. 슈퍼차저 전기 이용을 얼마에 할지, 무료로 할지 유료로 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와중에 유휴비 기준부터 못박았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지난해 12월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분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충전소에서 유휴비를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충전 완료 후에도 차를 빼지 않으면 추가 요금을 내게 되는 것이 ‘유휴비’의 골자입니다.

테슬라코리아는 슈퍼차저 1호기를 공개한 이후에도 충전 요금을 유료로 할지, 얼마로 할지 등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상황을 고려할 때 당연히 유료로 전환하는 게 맞긴 하지만, 초기 정착 과정에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유휴비에 대한 징수 고집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른 고객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뒤따릅니다. 테슬라라는 이름 뒤에 ‘혁신’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게 된 배경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직까지 국내 급속충전시설 등에는 이 같은 ‘유휴비’ 개념이 도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기차 이용자의 반발이 상당하기도 하고요.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도 있거든요. 몇몇 이용자들이 ‘돈만 내면 계속 세워둬도 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요.

어찌 됐건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고, 보급률이 높아지면 이 같은 갈등이 더욱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지역에 위치한 충전소에는 많은 차가 몰릴 테니까요.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화하고 있습니다. 충전소 개수를 늘리는 인프라 확장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해 보입니다. 유휴비 없이도 불편이 생기지 않는 충전소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