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기부양정책 기대감으로 소비심리가 추세적 개선세 들어선 것일까. 소비심리 상승과 더불어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완화되는 조짐이 보임에 따라,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 역시 기대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계란 가격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데다, 본격적인 바캉스 철을 앞두고 돼지고기 가격도 들썩이는 등 고개를 치켜든 물가 불안에 서민들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8로 지난달(101.2)보다 6.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8월 7.5포인트 상승한 이후 약 8년 만에 최대폭으로, 수출 호조세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대로 소비심리 회복세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넘으면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고, 100을 넘지 않으면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0월 102.0 이후 100 이하로 떨어져 2017년 1월에는 93.3까지 하락했다. 1월을 바닥으로 2월 94.4로 반등하기 시작해 3월 96.7로 상승했고, 지난달 100을 넘어선 101.2를 기록했다.

최근 넉 달 연속 상승했고, 두 달 연속 100을 웃돌며 낙관적인 소비심리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와 같은 소비심리 회복은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훈풍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우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심리는 그동안 좋지 않은 상황을 지속하다가 올해 2월부터 회복세를 보였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수출이 개선되면서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심리 회복 기대감에 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는데다, 최근 사드 보복에 대한 중국 정부의 조치가 조금씩 풀리면서 다시 백화점 내에 중국인 관광객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또 6월 연휴와 본격적인 바캉스 철을 앞두고 유통업계 모두가 다시 매출 호조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계란-돼지값 들썩에 장바구니 부담은 여전

식재료 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습이라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오히려 가중될 조짐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급등했던 계란 가격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집계한 5월 19일 현재 계란 산지가격은 특란 10개에 2109원으로 전년동기(940원)대비 124.3% 인상됐다. 지난 4월은 1946원(전년비 96.9% 인상), 3월은 1754원(91.4%) 2월은 1795원(91.2%)으로 매달 인상률의 폭도 중기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를 봐도 AI 확산이 심각했던 올 1월 특란 30개당 9500원대에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지난 25일(7984원)보다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비싼 가격과 수급의 어려움으로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계란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26일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는 공급 물량 부족으로 계란 한 판(30알)을 벌써 한달 여 동안 판매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술집과 일부 식당에서는 기본 서비스 음식으로 나오던 계란찜과 계란프라이 등이 서비스되지 않고 있는 경우도 왕왕 볼 수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산지가격이 너무 올라 30알짜리 계란을 수급하는 것도 어렵다”면서 “비싼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알지만 이미 최저 마진으로 계란을 파는 상황이라 할인행사 등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 모씨는 “계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먹지 않은지 좀 됐다”면서 “요즘에 식재료 값이 너무 비싸서 1만원으로는 살 것도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계란 고가 행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산지에서 계란가격이 2분기에는 특란 10개 기준 1900~2100원, 3분기에는 1850~2050원, 4분기에는 1750~1950원 사이에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평년대비 최소 50%이상 오른 가격이다. 하지만 9~10월께 추석 시즌에는 계란 가격이 다시 특란 10개에 2000원대로 치솟을 전망이라고 한다.

정부는 계란값 안정을 위해 내달 초 시중 가격보다 30% 정도 저렴한 국산 계란 400만~500만 개를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농협이 국내 생산지에서 직접 구매한 뒤 농협유통 판매장에서 한 판당 6000~7000원(소비자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다른 유통업체의 가격 인하도 유도할 계획이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도 예상된다. 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 월보에 따르면 내달 돼지 지육 1kg 가격은 탕박 기준 평균 5400원에서 5700원 사이로, 전년 동월보다 오른 수준이다.

경락 마릿수 감소, 돼지고기 수요 증가로 지난 5월 23일까지 돼지 지육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한 탕박 기준 kg 당 5191원이었다. 지난주까지 삼겹살(냉장) 가격은 1kg 1만7183원으로 1년 전보다 15.7%, 목살은 1만5033원으로 6.6%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장바구니 부담은 여전하다”면서 “올해 초 정부가 나서 미국산 계란을 수입하는 등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다시 가격 널뛰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이번 계란값에 대한 정부 대책의 효과 역시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사드 보복 조짐이 사라지고 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이 예상되는 만큼, 유통가 매출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