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2009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프로그래머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정 회사나 개인,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가 아니라 P2P 방식의 분산 채굴형으로 확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비트코인을 정식화폐로 인정하려는 일부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비트코인의 몸값은 말 그대로 폭등하고 있다. 24일 하루에만 1 비트코인의 시세가 100만원 넘게 폭등해 4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25일 다시 30% 넘게 폭락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갈지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상화폐의 분류다. 사실 가상화폐는 비트코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시와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약 800종에 달하는 가상화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트코인 외 가상화폐는 모두 알트코인(Altcoins)이라고 부른다. 점유율로 보면 비트코인이 90%, 알트코인 10%로 추정된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비트코인부터 살펴보자.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비트코인에서는 계좌를 ‘지갑’이라고 부르며, 각 지갑마다 고유한 번호가 부여된다. 번호는 숫자와 영어 알파벳 소문자, 대문자를 조합해 약 30자 정도로 이루어진다. 한 사람이 지갑을 여러 개 만들 수 있으며, 개수에 제한은 없다.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컴퓨터를 통해 채굴하는 것과 거래소에서 구입하는 방식이다. 채굴의 경우 컴퓨터가 고난위도의 수학문제를 풀면 말 그대로 지하에서 광물을 채취하듯 얻을 수 있는 개념이다.

초창기 비트코인은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등장 후 1년이 지나서다. 당장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 곡스가 일본에 설립됐으며 중국 투자자들의 사재기,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발언을 타고 세계는 ‘비트코인 홀릭’에 빠져들었다. 특히 벤 버냉키 전 의장은 2014년 11월 공개석상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빠르고 안전하며 효율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비례해 논란도 많았고 부침도 심했다.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 곡스는 2014년 2월 파산했으며 2015년 1월에는 마운트 콕스의 전 CEO인 프랑스 국적의 마크 카펠레스가 시스템을 임의로 변경해 잔액을 부풀린 혐의로 일본 경시청에 체포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해킹사태도 빈번하게 벌어지기도 했으며 소위 ‘선각자’로 불리던 비트코인 초창기 멤버들도 불법거래 혐의로 줄줄이 기소돼 유죄를 받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왕’이라 불리던 로버트 파이엘라와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인스턴트’를 운영하던 찰리 슈렘이 감옥신세를 지기도 했다.

참고로 비영리 단체 비트코인파운데이션(Bitcoin Foundation) 소속인 마이크 헌과 가빈 안데르센이 만든 ‘포크’가 비트코인 내전을 일으켜 업계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 출처=플리커

그런 이유로 지난해까지 비트코인의 가능성보다, 오히려 비트코인을 가능하게 만드는 블록체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금융업계가 대표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월 두바이 정부가 수출입 물품 추적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 IBM의 블록체인 컴퓨팅 기술을 도입한다고 보도했으며 중국의 완샹그룹은 지난해 9월 상하이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운영되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모두 금융적 관점이다.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장부, 즉 디지털 장부(distributed ledger)의 개념이다. 이 방식이 왜 매력적일까?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과 거래를 했다. 그리고 B라는 사람이 C라는 사람과 거래를 했다면 이러한 과정은 각자가 가진 모든 거래장부에 자동으로 기입된다. 여기에서 누군가 장난을 치고 싶다면 기존 은행의 경우 거래장부를 해킹하거나 훼손하면 그만이지만, 블록체인의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의 장부를 동시에 위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비트코인 사용자는 10분에 1회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접촉해 스스로의 블록체인을 연장하고 있다. 거래장부(블록)이 연결(체인)이 된다. P2P(Peer to Peer) 분산 네트워크로 구동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만약 누군가 체인을 이어가며 위조를 시도한다면? 여기에 51%의 마법이 등장한다. 특정 체인의 길이가 짧아지는 순간 이에 대한 거래를 완전히 무효로 돌리는 방법, 바로 그 유명한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의 해결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가능하게 만든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이 아니라 프라이빗(Private), 혹은 컨소시엄(Consortium) 블록체인으로 지평을 넓히는 한편, 금융 이상의 다양한 영역에 분산형 엔진의 존재감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향후 10~15년간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10가지 미래 기술을 선정하며 블록체인을 선정하기도 했다.

▲ 출처=플리커

다시 뜨는 가상화폐, 알트코인도 있다
비트코인의 등장과 함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으나, 부침이 워낙 심각해 정식 금융 패러다임에 편입하기는 어려움이 많았다. 여기에 최근 랜섬웨어 논란이 불거지며 비트코인이 인질의 몸값으로 여겨지는 등, 부정적인 선입견이 개입하며 상황은 더욱 꼬여갔다.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의 방식인 블록체인이 상당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부터 현금없는 사회가 핀테크의 발전으로 각광을 받으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인 스웨덴 릭스방크가 향후 2년 안에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파이낸셜타임즈가 지난해 11월 보도한 지점이 단적인 사례다. 무려 1660년부터 종이화폐를 발행해 세계 금융의 효시를 이뤘던 릭스방크가 'e크로나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화폐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자주 사용한 결제 도구는 현금이 38.9%, 신용카드 31.4%였으나 지난해 신용카드가 39.7%, 현금이 36.0%로 순서가 뒤바뀌었다.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화폐경제의 큰 틀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현재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겹쳐지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 한국은행. 출처=플리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트코인 외 가상화폐인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대목이다.

이더리움(Ethereum)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의 프로그래머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개발했으며 C++, 자바, 파이썬, GO 등 주요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지원한다. 비트코인이 가진 송금기능에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비트코인보다 쓰임새가 많다는 것이 큰 장점이기도 하다. 다만 2016년 6월 해킹을 통해 약 360만개의 이더리움이 해커에게 탈취되는 등, 가상화폐의 근원적인 약점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라이트코인도 있다. 코인 생성 주기를 크게 당겨 편의성을 올렸으며 자연스럽게 대량의 결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담았다. 2011년 10월 구글 출신 찰스 리가 개발했으며 기술적 측면으로 비트코인과 유사하지만 블록 생성의 경우 비트코인이 10분인 반면 라이트코인은 2.5분에 불과하다. 최근 폭스마이너의 경우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을 모두 채굴할 수 있는 채굴칩인 FM9800과 XD112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라이트코인에 익명전송기능을 더한 다크코인과, 블럭생성을 1분 단위로 단축한 도기코인 등도 있다.

아직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폭등세에 힘입어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 멀티 채굴기. 출처=폭스마이너

가상화폐,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최근 논란을 일으킨 랜섬웨어 소동에서 비트코인이 범죄의 도구로 활용된 바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익명성이 다크웹에서 벌어지는 범죄들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청소년들이 비트코인을 통해 마약을 구매하고 있다는 말도 자주 들려온다.

하지만 이는 '치마를 입었으니 성폭행 당해도 된다'는 망언과 동급의 분석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일반적인 통화처럼 추적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범죄를 위해 탄생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트코인의 경우 분산형 엔진으로 작동한다고 해도 돈의 흐름은 나름 추적할 수 있다. 또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전에도 랜섬웨어는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가치적인 측면은 어떨까. 비트코인만 보면 전자화폐의 등락은 매우 유동적이다. 어제는 폭등했으나 오늘은 가치가 땅으로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뜨거운 열기에 편승해 묻지마 투자를 단행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해킹에 대한 방어대비도 아직 100% 안전하지 못하고, 무형의 재화라는 이유로 리스크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가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특히 블록체인을 넘어 알트코인의 흐름에도 의미있는 인사이트가 있다. 일단 중장기적 가치판단에 따라 투자에 나서는 것은 개별판단의 문제로 차치한다고 해도,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가상화폐 패러다임은 블록체인 방식과 함께 초연결 시대의 중요한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