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TC 2017 기조연설자로 나선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는 비디오 그래픽 카드를 만드는 회사다. 1만500명의 직원이 재직 중이고 그중 9500명이 엔지니어다. 거대 IT 기업들에 비해선 작은 규모다. 이들이 '딥러닝'을 무기로 장착하고 인공지능 시대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는 칩 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다"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설루션 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이 밝혔다. 

플랫폼 기업이라는 말의 함의는 다양하다. 플랫폼은 '기차역'을 말한다. 하나의 레일을 깔아 두면 여러 형태의 기차들이 그 역을 통과해 지나갈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이란 모든 걸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해결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 엔비디아의 정체성 'GPU'(그래픽 처리장치)가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 25일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엔비디아 딥 러닝 데이 2017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최근 엔비디아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공유했다.

지난 10일 엔비디아는 캘리포니아 산호세 맥에너리컨벤션센터에서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전 세계에서 7000명 이상의 과학자, 엔지니어 기업인 등이 참여해 기록적인 규모로 진행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두 시간 가량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엔비디아 DGX-1 딥러닝 어플라이언스를 포함해 새로운 볼타 기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라인업을 공개했다. 개발자들에게 최적화된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엔비디아 GPU 클라우드 플랫폼을 비롯해 아이작 로봇 시뮬레이터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999년 GPU를 발명해 PC 게임 시장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 컴퓨터 그래픽을 재정의하고 병렬 컴퓨팅 시대를 이끌었다. 최근 GPU 딥러닝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GPU는 컴퓨터,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 탑재돼 세계를 인지하게 돕는 뇌 역할을 한다.

해밀턴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더 이상 칩만을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접목시킨 인공지능 회사"라며 "엔비디아는 한 번에 한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데 지금은 GPU에 모든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엔비디아는 최근 인공지능 및 고성능 컴퓨팅의 발전을 위한 GPU 컴퓨팅 아키텍처 '볼타'(Volta)를 공개했다. 출처=엔비디아

◇GPU 기반 사업에서 인공지능 기반 사업으로

GPU는 엔비디아사에서 만든 그래픽 처리 장치다. CPU(중앙처리장치)와 달리 병렬방식을 가지고 있어 인공지능, 자연어, 아날로그 데이터 처리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지난 1999년 지포스(GeForce)라는 이름의 새로운 그래픽 컨트롤러(그래픽 카드용 칩)를 내놓으며 처음 등장했다. GPU 기반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PC는 3D 그래픽 성능이 크게 향상되기 때문에 게임을 한층 더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다.

GPU의 등장으로 그래픽카드는 단순한 화면 출력 장치가 아닌 게임 성능 가속 장치로 변모했다. GPU는 딥러닝에서도 빛을 발한다. 딥러닝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데이터 센터 사업이다. 엔비디아의 GPU를 탑재한 딥러닝 플랫폼은 지난해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호황을 맞고 있다.

바이두 클라우드 서비스, 구글, IBM, 텐센트 등 대형 IT 기업이 엔비디아의 GPU을 딥 러닝 설루션에 채용하면서 주가는 220% 이상 상승했다. 지난 9일 발표된 1/4분기 결산에서 엔비디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19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딥러닝은 지식을 습득해가는 과정에서 병렬 컴퓨팅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GPU는 칩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전반적인 성능 향상에 힘입어 매년 1.5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매일 수 억 명이 인공지능 기반 검색, 언어 번역, 음성 인식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구글의 뛰어난 인공지능 기술 바탕에도 엔비디아의 GPU가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자동으로 백업해주는 구글 포토 서비스에서 '바다'를 검색하면 자동적으로 내가 그동안 찍었던 바다 사진을 선택해 보여준다. 최근 구글은 인공지능의 인식능력이 사람보다 좋아졌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분석하기 위해선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분야 선두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배경엔 기업의 방향성을 GPU 기반에서 인공지능 기반으로 가져온데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인공지능 및 고성능 컴퓨팅의 발전을 위한 GPU 컴퓨팅 아키텍처 '볼타'(Volta)를 발표했다. 볼타 기반 프로세서인 엔비디아 테슬라(NVIDIA® Tesla) V100 데이터센터 GPU도 함께 발표됐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테슬라 V100 데이터센터 GPU는 인공지능 추론 및 트레이닝에서 요구되는 속도와 확장성을 지원한다. 고성능 컴퓨팅 및 그래픽 워크로드도 가속화한다. 엔비디아의 7세대 GPU 아키텍처 볼타는 210억 개 트랜지스터로 구축됐다. CPU 100대와 같은 수준으로 딥 러닝을 구현한다.

딥러닝은 무한대의 프로세싱 파워를 요구하고 전문가는 부족하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 수천 명의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은 지난 3년간 볼타 개발에 집중해왔다.

▲ 도요타와 협력하는 엔비디아. 출처=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GPU 성능의 발전은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을 새롭게 정의한다"며 "무어의 법칙 이후 나아가야 할 길을 찾기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은 인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며 "인공지능은 지능을 자동화하고 산업 혁명 후 유례없는 새로운 사회적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의 4대 주주가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의 지분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어치를 매입해 4대 주주가 됐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일 기술투자기금인 '비전펀드' 출범 소식을 전하며 엔비디아 지분을 보유한 사실을 공개했다.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 지분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의무에 가까운 4.9%로 40억달러 규모라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쓰이는 AI 플랫폼을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공급하고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일본의 도요타 등과도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최근에는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자율주행 기술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