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세계 속에 중국을 우뚝 세운다는 중국굴기(中國崛起)를 외치자 그 위세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그 후폭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깜짝 취임하며 거세게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기업은 기업대로 또 정부는 대외관계에서 온 몸으로 폭풍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대외관계에서 직접 영향을 받는 우리에게는 세계 1,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바람은 거센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것뿐만이 아니게 되었다.

사드 관계 이후 본격적으로 ‘포스트차이나’를 염두에 두고 지나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한국 경제가 ‘인도’를 재평가하며 이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마당에 뜻하지 않는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인도 경제규모가 다방면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의 존재감으로 부각되면서 수면 아래 감추어져 있던 ‘인도 퍼스트’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제치고 스마트폰 세계 2위 시장으로 올라선 인도는 자동차 생산에서는 한국을 넘어 세계 5위에 올랐는데 곧 독일을 제치고 4위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으로서 그리고 경제규모에서도 세계의 주도국으로 부상하는 인도에서 최근 목격되는 일련의 변화는 ‘중국굴기’, ‘아메리카 퍼스트’에 이어 ‘인디아 퍼스트’로 불려도 될 만한 충격이다. 미중인(美中印) 3각파도의 격랑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 연방정부를 지배하는 모디 총리가 지난 2014년 총선 승리로 등장하면서 ‘Make in India’를 외칠 때만 해도 이는 대외개방정책의 기조에서 나온 희망사항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부터 이어지는 인도식 중간선거의 결과가 현 집권당(BJP)의 압도적 승리로 나타나면서 모디 총리의 국가우선주의 ‘인디아 퍼스트’ 깃발이 높이 솟고 있다. 더욱이 모디 총리는 구폐유통금지와 교체로 불리는 화폐개혁의 성공 그리고 주요 지방의회 선거에서의 압도적 승리 등으로 2019년 총선에서 2기 집권을 이룰 가능성도 높아졌다.

인도 국영TV 방송과 한국-인도 관계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는 김응기 대표. 출처=RSTV 화면 캡쳐

그런 관계에서 인도의 극우 보수적 성향 정당(BJP)이자 모디 총리의 2기 집권이 확실시되는 마당에 선제적으로 정무(政務)적이고도 통상적인 면에서의 관계 구축을 폭넓게 펼칠 것이 심각하게 요구된다. 며칠 전 발표된 기아자동차의 인도 제조공장 진출 부지 확정 발표는 일개 기업의 입장에서 미루고 미루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인도의 상황 변화에 대한 사전포석이고 승부수이다. 이러한 기업의 개별적인 인도 전략은 경제본능 감각에서 취해지는 자구행위이지만 ‘인디아 퍼스트’가 더욱 공공연해질 인도 상황을 감안한다면 우리 정부는 더 이상 방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중국굴기가 발표된 이후로도 제대로 된 정책대응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결국은 사드 배치와 중국의 전면 반발이라는 폭풍을 맞았던 쓴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고려되지 않은 인도통(通)의 외교배치부터 새 정부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통상관계에서도 일반 순환보직 수준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지난 17여년 동안 인도 관계에서 쌓인 인도 관련 학계나 기업의 정통인사들로 특임수행전담조직(TFT)을 구성해 복잡다단한 인도와의 협력관계 도출에 성공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해서 인도 경제와의 협력관계가 공고히 된다 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위기가 전부 해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인도의 국가우선주의라는 3각 파도의 위기에서 숨 돌릴 수 있는 가시적이고 가장 현실적인 최소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