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시부키. 기본에 가장 충실해야 한다는 가게 경영 철학, 일본 본토 맛을 그대로 옮겨오기 위한 조리과정, 소바에 대한 편견이 뒤바뀌는 이곳. 지난 15일 <이코노믹 리뷰>가 나미시부키에 직접 방문했다.

서울 종로구 종각역 주변 종로 타워8에 위치한 나미시부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식점과는 다른 분위기다. 다소 캐주얼한 분위기가 매장 전체를 감싸 안고 있다. 특히 매장안 벽은 흐르는 물위에 면이 앉아있는 듯한 굴곡을 연출하여 음식점 안에 미적 심리를 내포시켰다. LED 조명 또한 그렇다. 메밀을 형상화한 오브제를 통해 현대적인 인테리어 감각을 더했다. 이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직장인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여, 가게 손님으로서 안락한 느낌을 받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 가게 의도이자 배려였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배려는 나미시부키가 가진 특별한 맛이었다. 이 특별한 맛은 나미시부키가 음식점으로서 존재를 확고하게 하는 지속가능성을 지녔다. 일본 본토 맛을 추구하는 나미시부키 소바는, 한국식 소바에 익숙해진 입맛과 캐주얼 한 인테리어에 캐주얼한 음식일 것이라는 생각을 반전시키는 놀라운 맛과 식감을 필두로 무장하고 있었다. 어느 손님의 나미시부키에서 소바 면을 음미한 뒤 첫마디가 이랬다.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남자친구가 백허그 해주는 맛”

 

1. 음식 종류

일본 본토 방식 소바와 캐주얼 사이드 메뉴

 

2. 위치

▲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5길 7 (지번 청진동 128 타워8빌딩 B1 Tower 8)

· 영업시간: 평일 11:30 – 22:00 / 토요일·공휴일 11:30 – 20:00 / 일요일 휴무

· 가격: 니꾸소바 1만2000원, 세이로 9000원, 규세이로 1만1000원, 소보로소바 1만원, 소바 샐러드 1만4000원, 치킨 가라아게 1만3000원, 모듬튀김 1만5000원, 아게교자 4800원, 아까게소가라아게 6500원, 타코가라아게 7800원, 파트라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 5만8000원, 피에스터 아우스레제 리즐링 와인 5만5000원, 나마죠죠 사케 1만5000원, 스모 900 사케 2만7000원(도쿠리 6500원), 간바레오또상 3만7000원(도쿠리 9000원), 처음처럼 4500원, 아사히‧호가든‧기네스 7000원, 클라우드 5000원

· 연락처: 02-6226-8223

 

▲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Tower 8 지하 1층에 위치한 나미시부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3. 상호

나미시부키는 메밀꽃의 별칭이다. 일본의 어부들이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듯 퍼지는 물보라가 마치 새하얀 메밀꽃밭 같다고 한데에서 유래된 말이다. 나미시부키가 소바 전문 일식점이라는 데에 이만한 상호가 없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4. 경영철학

김응성 나미시부키 대표는 나미시부키에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라는 경영 철학을 심었다고 한다. 이는 재료라는 요리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나미시부키 의지이자 족적이다.

사실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은 일본 관서지방 일식 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다. 저자 박병학의 <일본요리의 역사>에서 일본 요리는 동서의 두 가지 맛이 있다고 말한다. 관서지방에는 재료가 가진 본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조리의 기본으로 조미에 의존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동지방에서는 재료가 가진 맛을 한층 강조하기 위해 조미의 힘을 빌렸다. 그 결과 동서간 맛 차이가 생겨났다.

김응성 나미시부키 대표는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관서지방에서 자신만의 소바 철학을 다듬었다. 김 대표는 부인과 함께 정통 일본식 소바를 만들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일본 관서지방인 도쿄, 홋카이도, 규슈, 오키나와 등에 발길을 내디뎠다. 오랜 노력 끝에 김 대표는 전통 제면 방식과 쓰유 제조 노하우를 몸으로 익히게 됐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소바 학교에 진학했고 이곳에서 학위를 수료했다.

 

▲ 나미시부키 주력 상품인 니꾸소바. 가격 1만2000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5. 주메뉴

나미시부키 주메뉴는 메밀국수 격인 세이로, 소바간장에 한우 고기와 구운 파, 버섯을 넣은 세이로인 규-세이로, 삶은 삼겹살과 고기가 듬뿍 얹어있는 니꾸소바가 있다. 사이드 메뉴로는 치킨 가라아게가 대표적이다.

주메뉴 중 니꾸소바가 가장 인기다. 니꾸소바는 일본 본토 제조 방법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든다. 니꾸소바는 소바면 위에 삶은 삼겹살과 잘게 자른 김, 참깻가루를 더해 시각 고소한 맛과 쓰유의 짠맛을 동시에 잡았다. 니꾸소바에 조리되어 나오는 면은 삼킴과 동시에 입안에서 잘게 분리돼 독특한 식감을 체험할 수 있다. 재료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니꾸소바 삼겹살에 양념을 최대한 줄여 생생한 고기 맛을 느끼게 했다. 고기는 우리나라 한우를 사용한다.

세이로 소바는 니꾸소바 다음으로 고객들이 선호한다고 김 대표가 말했다. 세이로는 쓰유에 3분의 1을 담가 흡입하듯이 먹는 게 포인트다. 간장을 베이스로 제조된 쓰유는 소바를 담가 면에 향유를 추가하는 역할을 책임진다. 규 세이로는 세이로 소바와 같은 소바다. 다만 규 세이로는 따뜻한 쓰유를, 세이로는 차가운 쓰유를 찍어 먹는다는 점이 다르다.

소바 메뉴는 현재 4개로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으나, 최근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기 위해 연구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귀띔에 의하면 일본식 냉소바와 간장소바를 추가할 예정이라 한다.

치킨 가라아게는 일반 후라이드 치킨과 다른 방식으로 조리된다. 치킨 몸에 양념을 입히는 것이다. 겉에 튀김옷도 최소화시킨다. 치킨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함이다. 후라이드치킨은 겉에 있는 튀김 위에 양념한다. 이점이 일반 치킨과 다르다. 가라아게를 씹을 때 나오는 특유의 맛에 반해, 가라아게를 술 안주 겸 해서 나미시부키를 찾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나미시부키의 소바를 시식하고 나면 가게 분위기와 상반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캐주얼한 가게 분위기와 다르게 일본 본토의 맛을 고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대표 말에 따르면 일식 소바에 한번 길들면 다른 소바는 먹는 재미가 없어지게 된다고 한다.

 

▲ 나미시부키 소바 메뉴 중 하나인 세이로. 가격 9000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6. 맛의 비결

모든 음식점에서 유난히 은밀해야 하는 곳이 있다. 주방과 재료창고가 그렇다. 경쟁사회에서 각각 음식점만의 요리 비결과 철학이 담겨있는 곳이라 필연적인 폐쇄성이 담겨있다. 하지만 나미시부키 김 대표는 일본식 소바의 대중화를 위해 이렇게 비결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나미시부키는 메밀의 비율이 50%다. 면의 탄력과 식감, 그리고 소바 특유 향을 동시에 잡기 위해 메밀과 밀가루 혼합률을 50%를 유지하고 있다. 초기 80% 가까이 면을 만들어 냈지만, 방문하는 손님 입맛에 일식 소바 면이 워낙 생소해서 50%까지 타협한 결과라는 게 대표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최대한 일식 소바의 식감을 유지하고 손님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레시피를 익혔다. 김 대표는 이러한 배움을 바탕으로 매일 오전 최상급 메밀가루로 신선한 면을 직접 만든다.

김 대표는 면에 들어가는 메밀의 적절한 함량, 면 보관 방식과 온도, 수분량 등을 고려하여 나미시부키만에 면을 탄생시켰다. 적절한 메밀 함량을 위해 매일 1~5g씩 당일 기온에 맞추어 면의 무게를 조절한다. 보관은 나무로 만든 전용 면 보관함에 넣어 냉장 보관된다. 면도 다른 가게와 달리 압출식이 아닌 연압식을 이용하여 수타면과 같은 느낌의 투박한 식감을 유발한다.

나미시부키 소바는 면은 메밀 본연 색인 하얀색이다. 일반적인 메밀 음식점은 식감을 맞추기 위해 메밀껍질을 태워서 넣지만, 메밀껍질은 식용으로 쓰기에는 온전치 못한 성분을 다소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쫄깃한 식감을 과감히 포기하고 메밀 고유의 향을 강조하였다.

재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맛의 비결이다. 김 대표는 최고의 재료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다녀, 최선으로 재료를 고르고 골라 직접 공수하고 있다. 특히 가게 주메뉴인 니꾸소바에 들어가는 고기는 정말 엄선하여 고른 최상급 재료라고 말했다.

 

7. 특별한 서비스

매장 직원이 일본 본토에서 활용하는 소바 시식 방법을 직접 가르쳐준다.

일식 소바를 먹는 방법은 소바 면의 3분의 1을 쓰유에 담가 먹어야 한다. 면을 시식할 때는 마치 방금 막 주문이 나온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를 처음 시음할 때처럼 조심스럽게 흡입해야 한다.

먼저 눈으로 소바를 보고, 입을 가져다 대면서 소바 면이 가진 맛과 향을 느낀다. 이후 입과 코로 동시에 이를 흡입하면서, 약간 싱거운 맛을 음미한다. 이후에 소바 맛을 보다가 마지막엔 쓰유에 담가진 소바 끝부분 짠맛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나미시부키 쓰유가 다른 가게에 비해 짠 편인데, 쓰유가 짜다고 설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식 소바에 익숙한 사람들이 쓰유에 면을 푹 담가 먹기 때문에 면 맛이 짜게 느껴지는 것이다. 만약 일본식 소바를 먹는다면 이 방법을 꼭 참고해야겠다. 시각과 후각, 미각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게 하는 이 식사 방법은 강력한 설렘을 준다.

▲ 나미시부키 사이드 메뉴인 치킨 가라아게. 가격 1만3000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식재료 어디서 구입하는지

김 대표가 시장에 가서 직접 상태를 보고 구매한다. 매일 재료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정 계약 유통을 통해서 재료를 받기도 한다.

김 대표는 좋은 재료를 유통하는 가게를 찾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김 대표는 최대한 좋은 맛을 내기를 위해 재료를 구매하다 보니 마진율이 낮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8. 고객이 전하는 '나미시부키'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소바 본고장의 맛을 나미시부키에서 느낄 수 있다”며 “시중에서 파는 면과 달라 식감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미시부키에서 직접 전해주는 소바 먹는 방법을 이용하면 재미와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