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셔터스톡

비트코인 전문가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인터넷 기업 시빅닷컴(Civic.com)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비니 링햄(Vinny Lingham)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3000달러대에 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개당 8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며 올해 1월 중국의 비트코인 규제 이슈로 700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5월 22일 기준 불과 5개월 만에 2000달러대를 넘어섰다.

링햄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전망한 이유로는 인도, 베네수엘라의 화폐 개혁,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화폐 절하 등을 꼽았다. 아울러 기술적으로 800~900달러대의 매도가 적어 가격이 하락할 경우 매수세가 오히려 강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부분은 링햄이 ‘A Currency Devaluation Hedge for Emerging Markets’(신흥시장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제목으로 글을 쓴 것처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하락해 이에 대한 헤지 측면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부분이다.

이에 앞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9월 ‘가상화폐와 인플레이션 헤지: 비트코인 사례’(지인엽, 전광명)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개국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수익률이 인플레이션과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 결과, 비트코인은 자국 통화와의 거래규모가 큰 일부 국가(12개국)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경우 달러화의 거래량 점유율이 두 번째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유의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다른 국적통화와는 달리 달러화를 매개로 하는 비트코인 거래가 미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해외 거래소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만약 미국의 금리인상이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신흥국들은 자국의 화폐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달러에 대한 수요보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비트코인이 달러를 보유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시장의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달러인덱스 지수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하락하는 모습이다.

 

초연결사회와 가상화폐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버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암호화 화폐 낙관론자들은 이러한 상승추세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양측의 주장이 완전히 상반돼 좀처럼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암호화 화폐 낙관론자들은 ‘비트코인’의 상승추세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 시장 전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가상화폐 중에서 현재 비트코인의 시장점유율이 90%를 차지하고 있어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중 가장 유망하다”라는 표현이 옳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반박하는 주체들은 “한 나라의 화폐는 정부가 보증해야만 한다”는 기존 화폐시장의 논리를 주장한다. ‘화폐’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며 그 약속을 정부와 같은 강력한 일부 기관이 보증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은 정부와 같은 제3의 기관이 보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것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란 거래의 기록 및 관리에 대한 권한을 중앙기관 없이 P2P 네트워크를 통해 분산해 블록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즉,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제3의 신뢰기관이 없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는 최근 흔히 들을 수 있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와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 초연결사회란 디지털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다수 대 다수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긴밀하게 연결되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나 기업을 포함한 어떤 주체도 독자적인 생존이 어려워 협업, 투명성, 지식공유, 권한분산 등을 통한 개방에 의해서만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블록체인 구조에서는 정보가 분산돼 있기 때문에 거래의 승인 기록이 다수 참여자에 의해 자동으로 실행되고 제3자의 공증이 없어져 불필요한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이에 시스템 통합에 따른 복잡한 프로세스와 인프라 비용이 급감하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금융분야뿐만 아니라 제조 및 유통부문에서도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실시간으로 정보의 흐름을 제공해 주는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결합될 경우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급망이 등장할 수 있으며 공공부문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토지대장관리, 전자시민권 발급, 표결관리를 추진하는 등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도 음원 및 콘텐츠 산업에 있어서 블록체인은 산업 내 저작권 침해 문제를 방지하고, 카셰어링, 자동차 리스서비스, 부동산 거래, 스포츠 매니지먼트, 상품권 및 포인트 제공 등에 있어 분산화 시스템을 추구한다. 이는 블록체인이 기존의 상품 및 서비스가 제공되던 방식과는 다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초연결사회는 모든 산업의 혁신적 변화를 동반하게 되고 이에 걸맞은 거래시스템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거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결제’, 즉 ‘화폐의 능력’이 제3기관의 인증 시스템에 의존한다면 초연결사회는 ‘보기 좋은 인프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사회에서는 이에 걸맞은 거래시스템과 화폐가 필요하며 단연 물리적, 제도적 경계가 없는 가상화폐들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시스템의 신뢰도 하락,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에도 불구하고 더딘 경기회복, 일부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기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특정 세력의 중앙집권화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인식이 그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보면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은 ‘중앙화’에 눌렸던 억울함을 표출하는 듯 보인다. 최초의 화폐 출현 이후 누적된 세상의 모든 화폐가치와 자산가치를 흡수하려는 모습처럼 말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상품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