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자국 내 임상시험 산업 발전을 위해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중국식품약국감독관리국(CFDA)는 최근 임상시험 규제 완화와 관련한 초안을 발표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동아시아 임상산업의 라이벌인 중국이 임상시험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정부주도 하에 규제 개선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시험 승인 기간 줄고, 실시 기관 늘고…설비 투자 증가 전망

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국(CFDA)은 지난 11일 중국 내 임상시험 규제 완화 초안을 발표했다.

질 높은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이 준비돼 있는지와는 별개로 중국은 이번 임상시험 규제 완화로 경제적 이득을 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CFDA가 발표한 초안에 따르면 먼저 임상시험에 걸리는 기간이 대폭 축소된다.

기존에는 제약사 등이 임상시험을 신청하면 무작정 CFDA의 공식 응답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근무일 60일 이내로 CFDA의 답변이 없으면 임상시험을 승인한 것으로 본다.

미국FDA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Investigational New Drug, IND)의 30일보다는 2배가량 더 걸리지만 기존 중국 내 임상시험 승인에 걸리는 기간인 195일~1년보다 크게 줄었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동일하게 임상시험 계획 승인 신청서 제출 후 30일이 경과하면 이를 승인한 것으로 보며 사전검토 기간까지 합하면 55일 정도가 소요된다.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기관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중국은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822개 기관에서만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자격을 갖춘 민간회사도 임상시험 사이트(SITE)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설비 공급이 증가할 것이 전망되고 있다.

중국이 전국 수준에서 임상시험기관 자체의 질과 데이터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 CFDA의 임상시험 규제 완화 초안은 임상시험 승인 신청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임상시험 실시 기관 수를 늘리는 것 등이 골자다. 초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의견은 6월10일까지 받게 된다.사진=CFDA 홈페이지

초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중국 보건당국은 초안에 대한 의견을 6월10일까지 받는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질적’ 수준 높이기 위한 인력 늘어난다

중국 연구자들에겐 초기 임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초안이 확정되면 외국 기업과 연구 기관은 중국에서 1상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중국의 임상 연구자에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진행 중인 1상 임상은 외국 기업에게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초기 임상을 시행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임상시험 산업 발전을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는 최근에 이뤄진 전문 인력 확충에서 엿볼 수 있다.

피어스바이오테크(FierceBiotech)의 보도에 따르면 임상시험 계획 승인과 신약승인신청(NDAs) 가공을 담당하는 CFDA의 약물평가센터(CDE)는 최근 꾸준히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센터는 2016년과 2017년에 센터는 약 400명 이상의 신규 고용 계획을 수립했으며 그 중 대다수는 약물 평가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 빠르게 뛰는 중국, 한국 앞지르나

중국 정부 주도 하의 자국 내 임상시험 산업 발전은 한국 임상시험 산업계에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미 양적으로는 국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임상시험 등록 데이터베이스인 미국국립보건원(NIH)의 ‘ClinicalTrials.gov’에 2000년부터 2017년 4월3일까지 등록된 전체 누적 임상 시험 24만574건을 보면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이 누적 7912건으로, 중국 9375건의 뒤를 이었다.

이밖에 미국에서 가장 많은 10만640건이 등록됐고 이어 유럽 6만7858건, 동아시아 2만4447건, 캐나다 1만6671건 순이었다.

한국은 글로벌 임상시험 점유율 2016년 3.41%를 기록해 순위에서도 미국(28.02%), 독일(5.4%), 영국(4.92%), 캐나다(4.29%), 스페인((4.14%), 중국(4%), 프랑스((3.72%)에 이어 8위로 전년 7위 대비 한 단계 하락했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에 따르면 이는 중국의 약진 때문으로, 중국은 2015년 점유율 2.55%에서 2016년 4%로 전년대비 56.9% 증가하며 점유율 순위 11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 바이오산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2016년부터 완화된 다국가 임상시험 승인제도에 힘입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줄기세포 분야 임상 연구 비율도 ‘쑥쑥’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줄기세포 분야의 임상시험 건수에서도 이와 같은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

▲ 국가별 줄기세포 분야 임상연구 수행 현황(1999~2016년 누적).자료=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ClinicalTrials.gov’을 분석한 결과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사이에 수행된 총 분석대상 임상 314건 중 한국은 총 46건을 등록해 155건을 등록한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은 임상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한국이 15%, 중국이 9%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2009년 들어 변했다. 중국이 2009년부터 줄기세포의 상업적 임상개발을 시작해 지속적으로 늘려온 결과 최근 2년간 신규 등록 임상연구의 비율 약 20%로 한국(15%)을 앞지른 것.

▲ 기간별 줄기세포 국가별 임상 점유율 변화(%).자료=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분석 대상의 한계는 있다. 분석 대상 임상연구가 허가당국으로부터 제품개발용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중국의 경우 관계 당국의 비공식 확인에 따르면 허가당국 승인을 받은 임상시험은 실제로 10개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분석에 포함된 모든 임상이 식약처 승인을 받은 한국은 실제 국제 경쟁력에 있어서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믿을 건 ‘퀄리티’뿐, 세계 인정받는 한국 임상수행 품질

양적으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지만 수행하는 임상시험의 질적인 퀄리티와 보유하고 있는 전문 인력의 수준은 한국이 보다 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세계 선두를 달리는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을 선정했다. 이 기관은 화이자가 의뢰하는 임상 2상의 50%를 진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인정받아, 우리나라는 신약 연구개발(R&D) 핵심국가로 분류됐다.

이어 2012년에는 전체 임상을 실시할 수 있는 INSPIRE(Investigator Networks, Site Partnerships and Infrastructure for Research Excellence) SITE로 확대 선정됐다.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도 2012년 포괄적 신약 임상연구 협력체인 ‘프리미어 네트워크’를 아시아에선 최초로 한국에서 운영했다. 훌륭한 임상 인프라를 갖추고 우수한 임상시험 성과를 낸 병원만 선정해 다국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임상시험에 종사하는 종사자의 전문 역량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지속되고 있다. 2015년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임상시험 종사자는 임상시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임상시험 교육실시기관으로는 재단법인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KoNECT)가 지정됐다.

더불어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차세대 먹거리로 신약 R&D에 집중한 결과, 국내에서도 1상 및 2상 임상시험이 늘어나는 것도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