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인근 케피소스 강가에서 살았다. 그는 자기 집에 들어온 손님을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나 머리를 자르고, 작으면 사지를 잡아 늘여서 죽였다.

그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머리가 잘려 죽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외교 환경을 보면 강대국이라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집에 들어간 손님처럼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기 어려운 곤경에 처해 있다.

한미 FTA를 새로 협상해야 된다며 사드배치 비용 부담을 히든카드로 활용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북한의 핵보유 야욕을 자국 이익을 위해 적절히 과장하며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준비하는 아베 총리, 일대일로를 통한 세계 경제의 확실한 G2가 되며 주변의 안보 위협꺼리를 제거하려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등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재인 대통령 앞에는 어느 하나도 쉽지 않은 외교 난제 속에 쌓여 있다.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되돌려보자.

자국의 엔화 환율 평가절하를 용인 받음으로서 잃어버린 20년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고 싶은 아베 총리가 중국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며 미국에 접근하는 것과 북한의 도발적인 태도에 불안감을 느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자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을 의전적으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한민국을 미국의 영향력에서 약간 멀어지게 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배신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고, 자국 국민들의 한국 관광을 제한하고 자국내 한국 관련 드라마나 음악의 방송 금지시켰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마트의 일부 매장을 영업 정지 시키는 소위 ‘금한령’을 발동하여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면 세계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더라도 치졸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설치하며 제한을 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관세 장벽은 없다고 강변했던 중국의 관리들을 기억해보라.)

그러나 금한령이 한참 맹위를 떨치던 시절, 필자는 중국의 제한은 중국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작거나 약한 고리인 소비재나 관광과 같은 문화 관련 상품에 국한될 것임을 예견한 바 있다.

만약 중국이 정말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격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자국 안보의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면 한국의 주요 수출상품인 반도체나 중간재의 수입을 금지하고 전면적인 경제 제재나 압박에 들어갔을 것이다. 또한 희생양인 롯데마트 앞에서의 반한 시위를 방관하며 조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삼성반도체나 한국 중간재 수입 금지와 관련된 기사는 없었고 롯데마트 앞에서의 자국 국민들의 반한 시위는 금지 시켰다.

왜 그랬을까?

먼저 중국은 자국 제품에 필수적인 산업의 쌀인 반도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도 하지 않았다. 자국 경제에의 피해는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반도체 수출 금지 카드를 쓰지 않았다. 소비재나 관광과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카드를 버림으로써 한국경제에의 전체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은 지난 88년 민주화 열풍이 불었던 서울의 봄에 이은 중국판 민주화 운동인 천안문광장에서의 사건을 보며 한국에서의 민주화 활동이 자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올해 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촛불시위나 탄핵운동의 바람이 자국으로 흘러들어 오는 것을 극단적으로 조심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자국 국민들이 롯데마트를 향한 국수적인 반한 시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반한시위가 향후 중국 체제 반항 시위로 확대 진행될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반한시위를 금지 시킨 것이다.

이후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새로운 시그널을 주기 위해 약간의 금한령을 풀어주는 시늉을 하고 있다. `너희 국가가 사드라는 방아쇠를 제거하면 이전의 제한을 다 풀어줄테니 알아서 하라`는 암시다.

일본은 철저하게 북한 핵과 과거사와 같은 한국의 이슈를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위한 지렛대로만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역시 자국의 이익추구전략 실행을 위해 수시로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

1950년 미국은 중국의 공산화 이후 애치슨 라인을 설정하며 중국과 협력하려는 시그널을 보내며, 미국과 협력하며 소련을 견제하는 중국을 준비했다. 그러나 냉철하고 영리한 스탈린은 한국전쟁과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배후 조종하며 중국을 미국의 확실한 적으로 만들며 미중 수교를 20여년 미룰 핑계와 상황을 만들었다. 이것이 국제정치외교의 냉엄한 현실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프루크루스테스가 조금 더 작거나 큰 침대를 준비한다 하더라도 결론은 죽음이라는 것이고 죽음을 당하지 않으려면 꾀스럽게 국가의 힘을 키워 테세우스처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에 의해 제단당해 죽음을 당하는 손님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 잔혹한 악당을 처리하는 영웅 테세우스가 될 것인가?

그 선택과 실행은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