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2차 입찰이 지난 19일 진행된 가운데, 총 4개 진영이 출사표를 던지며 치열한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먼저 미국의 브로드컴과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대결구도가 눈길을 끈다. 특히 KKR은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가 이끌고 있는 소위 '미·일 컨소시엄'과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도시바를 아시아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이 인수하기를 원하는 일본 정부의 코드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브로드컴이 인수가로 약 22조3000억원을 쓴 가운데 KKR이 다소 낮은 약18조2000억원을 쓴 것도 이러한 상황판단에 따른 자신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본 디스플레이의 역사인 샤프를 성공적으로 품었던 폭스콘도 달리고 있다. 폭스콘은 인수전 초기부터 도시바를 손에 얻기위한 의지를 불태운 바 있으며, 그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불발됐지만 SK하이닉스와 자국의 TSMC 등과 차례로 접촉하며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다.

마지막은 베인캐피털과 연합했을 가능성이 높은 SK하이닉스다. 현재 베인캐피털은 도시바 현 경영진이 인수에 참여하는 MBO(Management Buy Out) 방식을 제안한 상태며 이를 통해 도시바 반도체 지분 51%를 확보하는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면 SK하이닉스가 자금을 지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의지도 강하다. 아직은 다크호스에 불과하지만 그룹 차원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로드맵을 천명한 상태에서 낸드플래시 강화를 위한 대단위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최태원 SK회장은 출국금지가 풀린 직후 일본으로 날아가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 11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 인수건을 두고 “깜짝 놀랄 수 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도시바와의 독점 교섭권을 이유로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 절차 중단을 요청한 웨스턴디지털은 정식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다만 도시바와 개별적으로 출자교섭에 나서는 등 물 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애플 등 다른 경쟁자들은 추후 유력 컨소시엄에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간접전투에 나설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도시바 인수전의 진영은 총 4곳이며, 2강(强)-2약(弱) 구도로 흘러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인수전 자체가 장기전으로 치뤄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