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멘토 김경준의 오륜서 경영학> 김경준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는 일본에서 검성(劍聖)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사무라이다. 전국시대 말기인 1582년 태어나 도쿠가와 막부 초기 1645년 병사했다.

무사시는 13세 때부터 결투를 시작해 160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천하의 향방을 가를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가한다. 이시다 미쓰나리가 이끄는 서군의 일원이었는데, 서군 상층부의 분열로 하루 만에 전투에 패하자 떠돌이 무사로 지내야 했다. 동군을 이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새로운 시대에 서군 출신 무사시가 입신양명할 기회는 없었다.

이후 무사시는 당대 최고수가 되려는 일념으로 30대 초반까지 강호를 유랑하며 소문난 고수들을 찾아가 60여회 결투를 벌였다. 그는 전승을 거뒀다.

무사시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떨치게 된 계기는 요시오카 가문과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그가 어린아이까지 베며 요시오카 가문의 후대를 끊어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졸지에 '살인자'로 비난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를 자책하며 무사시는 은둔생활로 들어가 50대 중반까지 병법의 도를 탐구했다. 58세에 구마모토 번의 검술사범이 되어 세상에 다시 나와 <병법 35개조>를 펴냈고, 이후 역저 <오륜서>를 집필하던 도중에 병을 얻어 6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오륜서>의 오륜은 유교도덕의 5가지 인륜을 뜻하는 오륜(五倫)과는 다르다. 수레바퀴 륜(輪)을 쓰는 오륜(五輪)이다. 5개 분야라는 의미다. 그는 검술사였지만 동시에 철학자였다. 시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그는 검의 세계를 도(道)의 경지로 승화시키려고 했다.

무사시는 <오륜서> 집필 동기를 책 첫 장에 상세히 적고 있다.

‘내 나이 서른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지금까지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까닭은 때로는 하늘의 도움을 받고, 또 때로는 미흡한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지, 내가 병법의 최고 경지에 올랐기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반드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병법의 진리를 터득하기 위해 병법의 도를 연마했고, 쉰 살이 넘어서야 마침내 병법의 도를 깨달았다. 이후 10년 동안 혼자의 힘으로 다양한 병법을 연마함으로써 드디어 백전백승을 이루는 병법의 도를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 미야모토 무사시(우측)는 당대 쌍벽을 이루던 검객 사사키 고지로와 섬 간류지마(嚴流島)에서 전설적인 명승부를 벌인다. 큰 키와 긴 팔 긴 다리의 고지로는 매우 긴 장검을 휘두른다. 복싱으로 말하자면, 고지로는 무사시보다 리치가 길고 보폭이 넓다. 키 작은 무사시는 그에게 접근하기도 힘들다. 이에 맞서 무사시는 자신의 단검 대신에 고지로의 장검보다 길고 가벼운 목검을 제작해 장검과 함께 들고 나섰다. 목검이라 일격필살은 힘들지만, 결정적 선제타격에 성공한다면 곧바로 왼손에 든 장검으로 벨 요량이었다. 고지로가 바닥에 차오른 물 때문에 발이 둔해지는 순간 무사시가 공중으로 뛰어 오르며 목검으로 고지로의 머리를 가격했다. 무사시가 천하를 제패하는 순간이었다.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다음 자연환경을 이용하고 신무기까지 개발한 지략의 승리였다. 출처=드라마 장면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는 국내에서도 여러 권 출간돼 있다. 오늘 소개하는 김경준의 <오륜서 경영학>은 <오륜서>를 토대로 하되 경제 전쟁터의 비즈니스 무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설을 붙였다.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땅의 장’에서는 부실한 기초에서는 탁월한 무사가 나올 수 없다는 무사시의 뜻을 설명한다. 2장 ‘물의 장’에서 무사시는 수련을 통해 땅과 같이 튼튼한 기초를 확립하되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응용하는 물의 겸손함과 인내심을 습득해야 응용과 발전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사시가 창안한 병법이 바로 니텐이치류(二天一流·이천일류)이다. 한 손에는 장검인 ‘다치’를, 다른 손에는 단검인 ‘와키자시’를 쥐고 두 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검법인데, 니텐이치류가 무기사용법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3장 ‘불의 장’에서는 실전에서의 평정심(平靜心)을 강조한다. 무사시는 싸움을 변화무쌍한 불에 비유하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내면적 평정심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4장 ‘바람의 장’에서는 실전의 승부사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람과 같은 시류의 변화를 따르고 읽으며 본질과 겉모습,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안목의 중요성을 말한다. 5장 ‘하늘의 장’에서는 도의 경지는 무한하고 병법은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으니, 항상 새로운 경지를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 요시오카 가문의 검사들에게 둘러싸인 미야모토 무사시가 마치 물고기떼를 몰 듯 적진을 휘저으며 대결을 펼치는 장면. 출처=드라마 장면

얼마 전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아사히 TV 특집극 <미야모토 무사시>를 본 뒤로 <오륜서>를 읽고 싶어졌다. 이 드라마를 보면 무사시 혼자서 요시오카 가문 76명을 전멸시킨 전투가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과연 일당백(一當百)이 가능한가. 관련 대목을 2장 ‘물의 장’에서 찾았다. 무사시의 설명은 마치 드라마 대본처럼 정교하다.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할 때 검 두 자루를 함께 사용한다. 검을 양쪽으로 벌리고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적을 차례로 대응한다. 먼저 치고 들어오는 적의 공격을 막는 동시에 나머지 사람들이 어떠한 태세를 갖추고 있는지 살핀다. 시야를 넓게 해 적이 치고 나오는 방향을 감지하면 즉각 양손의 검을 휘두르며 치고 들어가 앞쪽에 있는 적을 베고, 검을 몸 쪽으로 당기면서 측면에 있는 적을 벤다.

잠시라도 적이 공격해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선 안된다. 동작이 마무리되면 재빨리 좌우로 자세를 취해 다른 목표물을 찾아 쓰러뜨림으로써 다수의 적을 차례로 침착하게 제압한다.

물고기 떼를 몰듯이 상대방을 몰고 적이 대열이 무너졌다고 판단되면 쉴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강하게 찔러 넣어야 한다. 이때 여러 명이 몰려 있는 곳을 무턱대고 공격해서는 안 된다. 적이 나오는 방향을 예측해 기다렸다가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적이 치고 들어오는 순간을 포착해 적을 무너뜨릴 허점을 찾아 공격해야 한다. 잘만 터득하면 혼자서도 수십명의 적을 거뜬히 이길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술이므로 반드시 익혀 두어야 할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사시의 일당백 전투방법론은 설득력이 있다. 독보적 실력을 지니고 체력이 뒷받침된 무사라면, 누구든 수많은 적들과 싸워 이길 것으로 생각될 정도다.

만약 무사시가 대결에서 구사한 일거수 일투족을 개념화-일반화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 같다. 아마도 한국의 강소기업들이 이렇듯 다수의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사투 속에 탄생했을 것이다. 비즈니스는 총칼이 없을 뿐 전투와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