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구글I/O가 17일(현지시간)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를 지켜보며 든 생각은 단 하나. "이제 인공지능이 정말 대세구나"였습니다. 다만 이 생각은 약간 복잡합니다. 구글은 이번 행사를 통해 "대단한 인공지능"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힌트를 주자면 최근 종료된 페이스북의 F8 행사를 말할 수 있어요. 이 역시 "대단한 증강현실"을 넘어섰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이제 구글과 페이스북은 생태계 전략, 플랫폼 로드맵을 거의 완성한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대단하지? 우리 기술 끝내주지? 그럼 이제부터 우리가 이걸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봐" 올해 페이스북 F8과 구글I/O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지난해 구글I/O를 보겠습니다. 가상현실 플랫폼인 데이드림(Daydream)이 공개되었습니다. 또 안드로이드 인스턴트앱도 있었어요. 사용자가 개발자의 앱에 빠르게 접근하게 만들며 구글 플레이 서비스가 탑재된 젤리빈(4.1) 이후 버전을 실행하는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스마트워치 영역에서 안드로이드웨어 2.0도 발표됐고 메시징적 측면에서 인공지능과의 궁합도 기대되는 알로와 듀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백엔드적 측면에서는 파이어베이스 역할론도 상당한 인기를 모았어요. 텐

서플로(TensorFlow)용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공개는 말 그대로 생태계 전략의 정수였고요. 현재 구글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TPU는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오픈소스로 풀린 텐서플로의 하드웨어 파트너로 이해하면 편합니다.

그리고 이걸 빼놓을 수 없죠. 인공지능. 바로 구글홈과 스피커인 구글 어시스턴트입니다.

▲ 구글홈. 출처=구글

자, 그리고 올해 구글I/O를 봅시다. 지난해 행사에서 신기한 기술들을 나열하며 대단한 구글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면, 올해는 '이들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집중했습니다. 일단 TPU 2세대 버전과 오토ML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머신러닝이라는 교집합을 가진 이들의 존재감은 구글과 업계의 중요한 화두지만, 또 개발자 입장에서 충격의 연속이지만 이를 과감하게 하나의 수단으로 삼자고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이라는 키워드입니다.

▲ 올해 구글I/O 출처=구글

먼저 가볍게 데이드림을 봅시다. 삼성전자도 '드디어' 지원을 합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것도 나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페이스북의 오큘러스와 가상현실 경쟁력을 가다듬고 있기 때문에, 구글 데이드림과의 연결은 그 자체로 생태계 연합의 교과서로 보여집니다.

구글홈과 구글 어시스턴트도 중요합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연내 한국어 지원이 가능하다고 합니다.(LG전자가 참 좋아할 소식이네요) 심지어 아이폰에도 들어간다고 하네요. 그리고 구글홈은 전화를 걸고 스크린 정보를 제공받으며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구글홈의 하드웨어적 발전은 최근 에코룩 등을 발표하며 인공지능 생태계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있는 아마존 에코를 의식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라이벌답군요.

여기까지 보자면, 구글이 지난해 발표된 기술들의 생태계 확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확장'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요. 구글 어시스턴트는 iOS에 들어가고, 구글 어시스턴트는 재주가 많아졌어요.

▲ 구글렌즈. 출처=구글

하지만 부족합니다. 또 무엇이 있을까. 구글렌즈가 있습니다. 카메라에 피사체를 보여주면 알아서 정체를 밝혀준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미지가 사람일 경우 감정까지 읽어준다고 하네요. 쓰임새는 무궁무진으로 보입니다. 증강현실과의 콜라보를 조심스럽게 기대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공유 기능을 강화한 구글포토의 강림은 할 말을 잊게 만듭니다.

자, 데이드림과 구글 어시스턴트 및 구글홈은 지난해 발표된 상태에서 올해 쓰임새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리고 구글렌즈와 구글포토는 이미 존재하는 포인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어요. 그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인공지능. 즉 구글은 올해 구글 I/O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왔다. 우리가 작년에 발표한 것들. 이것들을 인공지능으로 이렇게 구현할 생각이야. 비결? 머신러닝"

따지고 보면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페이스북이 원하는 그림을 보여줬다면, 올해 F8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등장했거든요. 프레임 스튜디오(Frames Studio)와 AR 스튜디오(AR Studio)로 만들어진 카메라 효과 플랫폼(Camera Effects Platform), 페이스북 스페이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까지 단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차근차근 만들었다면, 이제는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발표했습니다.

▲ F8. 출처=페이스북

구글은 인공지능, 페이스북은 증강현실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또한 각자의 방향에서 언젠가 만날 것이라는 것을. 이제 그들은 '무엇을?'이라는 질문의 답을 마치고 '어떻게?'에 대한 질문의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답이 될 수 있을까요? 대단히 높은 확률로 정답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새삼 내년이 무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