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Ⅰ, 70×99㎝ 모노프린트, 1996

 

판화공방에서 네온 갈립이란 작가의 작품을 프린트하기 위해 우리를 고용했던 것이었다. 그는 흑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던 세계적인 화가 분이었는데 부인역시 세계적인 페미니스트화가 낸시 스패로우와 함께 작은 집에 머물고 계셨다. 두 분 다 아주 고상하고 인자해 보이는 날씬한 노부부로 인상적이었고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한 달 간의 작업 끝에 그동안 작업했던 다른 화가들의 작업들을 모아 함께 전시하며 파티가 열렸는데 나중에 보니 이 판화공방에 Museum of Modern Art와 Metropolitan Museum 관계자들이 와서 작업들을 보고 구매해가는 장소로써 그 과정을 현장에서 보게 되었다.

섬에서 작업하는 도중에 유명한 화가들의 화실들이 섬에 있었는데 가금 파티를 열어 초대해 주셔서 한두 번 정도 갈 기회가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LOVE’작가인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작가 화실에서 초대를 받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 십자가, 53×62㎝, 모노프린트, 1989

 

이 화실은 둥근 모양으로 지어진 작은 성으로 전체적으로 감싸는 기괴한 느낌이 흐르는 검은색 건축물이었다. 각층마다 그의 작품들이 깔끔하게 걸려 있는 훌륭한 갤러리 같았다. 환담도 나누고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머리를 질끈 묶은 그와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내 갤러리 겸 화실을 갖고 싶었다.

그 섬에서 나는 프린트 조수로 일하러 가 운 좋게 메트로폴리탄 뮤지움, 뮤지움 오브 모던아트에서 프린트를 구입하는 과정을 알게 되었다. 작가들의 프린트가 만들어지는 데 직접 참여함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귀한 기회도 갖게 되었다.

 

▲ 만남Ⅰ, 70×99㎝ (좌)모노프린트,(우)석판화, 1996(each)

 

작업이 거의 끝마무리 될 무렵 나는 피를 토하게 되었는데 작업도중 레온 갈립이 오셔서 작품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꽤 까다로운 요구였다, 프린트를 담당하신 분이 내게 일을 시키며 “네가 아무리 장갑을 끼고 작업을 해도 뼈까지 손상이 올 수 있는 독한 재료”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열정을 다해 일하는 가운데 각혈을 해 레온 갈립이 내게 돈을 주며 택시 타고 집에 돌아가라고 하며 더 이상 프린트를 하지 말라고 진심으로 충고를 해주었다. 나 역시 일을 돕는 과정에서 프린트 메이킹은 예술가로써의 역할보다 기술자로서 역할이 더 강하게 다가와 그동안 열심히 매진하며 갈고 닦았던 프린트 메이킹의 길을 아무 미련 없이 아깝지만 그만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