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를 비롯하여 국산 제품에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매기는 등 통상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위대한 미국의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와 같이 선거 캠페인 때 내걸었던 구호들로 파생되었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등장했던 ‘생명, 자유, 평화, 행복’과 같은 인간기본권과 국민주권의 원리를 담은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은 빠지고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강경기조는 이미 제2차 세계대전 때 참전 반대자들의 ‘미국 제일주의’ 구호를 내걸면서 적극적인 대외개입을 피해 국가재건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시사했었다.

 

세계를 지배하면서 겉과 속이 다른 행보를 보이는 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이는 전 세계 영화산업을 지배하는 미국영화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영화는 끊임없이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인류의 적을 만들어왔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미국 영화에서 적은 언제나 독일이었다. 식민지를 빼앗으려는 독일은 절대 악으로, 기존 식민지를 지키려는 연합군은 절대 선으로 그려 왜곡된 이분법적 구도로 영화를 제작해왔다.

대표적인 영화인 ‘미션임파서블’, ‘007’은 시리즈로 제작되어 소련의 비밀첩보기관이 항상 악의 인물로 등장했다. 특히 소련의 핵전쟁 위협이 절대 악으로 그려지면서 전 세계 사람들은 선과 악의 기준을 내면 깊이 상식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역사적으로 핵무기를 가장 먼저 만들고, 다른 나라 국민에게 사용하여 대규모 살상 경험을 안겨준 나라는 미국이었다. 또한 핵무기 경쟁 속에서 인류 멸망의 두려움을 안겨준 당사자도 바로 미국이었다. 물론 미국 영화에서 핵무기 사용의 위협은 오직 소련으로부터만 온다.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한 증거가 없다는 주장하는 것처럼...

더 큰 문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의 영화에 매료당하고 컴퓨터 효과가 만들어내는 재미에 빠지면서 미국을 영웅화한다. 특히, 마블사의 영웅 영화는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등을 개봉하면서 미국이 ‘정의’와 ‘세계의 경찰’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래서일까. 역사적으로 중동지역에서 미국이나 유럽세력에 의한 식민지 지배나 이후 자원 약탈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다. 팔레스타인의 추방, 일방적인 이스라엘의 건국, 지난 2012년 11월 14일부터 22일까지, 9일 동안 가자 지구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팔레스타인인 162명 이상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의 부상자라는 엄청난 피해를 남기고 겨우 휴전협정이 체계된 것에 대한 정치·군사적 개입도 가려진다. 또한 이라크군이 대량살상무기로 테러를 자행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에서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어도 불가피한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미국은 영화라는 파격적인 매개체를 통해 가공할 영상과 스토리를 동원하여 외부의 적을 규정한다. 그리고 인류의 적을 위해 미국이 희생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사실은 미국 패권을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미국이 국제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것에 대해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역사적 배경과 구체적 상황의 이해없이 영웅 영화를 보듯 맹목적으로 미국을 수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오늘날 미국이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는 것도 지난 역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선과 악의 왜곡된 이분법적 논리 속에 이제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눈에는 악으로 정의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