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을 일이 없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알고 보면 한복을 주제로 한 행사는 꽤 많이 열리는 편이다. 매년 봄이 되면 열리는 전통시장, 플리마켓, 한옥마을이나 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가 그렇다. 아주 더운 여름은 이래저래 비수기다. 어깨끈 달린 옷만 입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니, 아무래도 한복을 입고자 하는 사람들은 줄어든다. 다시 한복이 중심으로 떠오르는 시기는 가을이다. 굵직한 전통문화‧한복 행사는 보통 가을에 몰려 있다. 날씨도 선선하고, 하늘도 맑은 가을 날씨는 짧은 봄기간보다 더 인기가 좋다.

아무 일 없는데 한복을 입으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떨떠름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한복만 입으면 주변에서 하도 ‘왜’ 한복을 입었는지 궁금해 하기에 일부러 ‘굿하러 간다’고 대답한다는 지인의 이야기는 실소를 머금게 한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한복 착장의 이유를 궁금해 하는 것일까.

지자체나 관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할 때 참가자들을 많이 모으는 데 굉장히 애를 쓴다. 특히 주제가 지역별 특색을 자랑하는 것이거나 문화적인 속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와주기를 기대하는 듯한 뉘앙스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어떤 곳에서는 일부러 한복을 비치하거나 대여해 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론 평소 한복을 입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실제로 입어볼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보고 지나간다. 주최 측에서 한복을 일부러 비치하거나 한복을 입은 손님들을 ‘동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있어 보이는 행사 결과물’을 위해서다. 행사와 한복이 긴밀한 연관이 없다 하더라도 색색깔의 화사한 색감의 한복이 사진에 찍히면 ‘장급’ 인사가 마음에 들어 하기 때문이라나. 그래서인지 한복을 입고 길을 나서면 유독 ‘무슨 행사에 참여’하는지, ‘오늘 특별히 어디에 가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입었다, ‘예뻐서’ 입었다, 혹은 ‘원래’ 평소에 한복을 입는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한복은, 한복을 입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특이하고 눈길이 가는 의상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복을 만나는 장소가 어떤 ‘행사장’이나 ‘이벤트 공간’이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경우에는 ‘궁’도 이런 장소에 포함된다.

최근 지자체나 관에서 다양한 행사-한복 입기를 권하는-를 진행할 때 빼먹지 않는 표현이 있다. 바로 ‘한복의 일상화’다. 필자는 여기서 말하는 ‘일상화’라는 표현에 오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일상화’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날마다 항상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행사 진행 내용을 보면 오히려 반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 일자에만 한복을 입지 그 범위나 지역을 나가면 한복을 벗어버린다(소수의 한복 마니아는 제외하고). 이런 현상은 한복문화‧산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한복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은 집에서부터 전통한복 혹은 생활한복을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그보다 더 나이가 있는 어른들은 한복을 싸 와서 필요한 현장에서만 입고 양옷으로 다시 갈아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한결같다. ‘불편하니까.’

 

그러니까 그분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한복은 날마다 항상 입기에는 불편하다는 것을.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도 이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복은 여러모로 불편한 옷이다. 전통의 형식을 그대로 본 따 만든 옷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입는 대부분의 고급 한복은 과거 단 1%의 사람들만이 입었던 옷이다. 체면과 인사치레, 엄격한 예의범절을 차렸던 사람들이 입었던 옷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는 옷이다.

여기서 불편함이라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래서 한복을 입지 말자가 아니다. 오히려 입기 불편하기에 더욱 격식을 차린 옷인 것이다. 손이 한 번 더 가기에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 옷이라 볼 수 있다. 완벽하게 아날로그적인 옷이기에 과거 이 옷을 입고 생활했던 사람들의 생각이나 가치를 읽을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행사들에서 한복이 표현되는 장면을 보면 이러한 한복의 ‘가치’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고 한복이라는 ‘모양’만 남아 실체 없이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복, 나아가 전통이라는 의식은 하지 못한 채, 보여주기에 급급한 행사 진행이 그 이유일 것이다. 과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필자는 어떤 대상의 붐에 있어서,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적 성장’, 그리고 ‘인식의 성장’이라 본다. 이 세 가지는 어느 하나만 뛰어나서도 안 된다. 다 같이 함께 발전해야 해당 산업군의 발전과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한복문화‧산업계는 양적 성장만 지나치리만큼 앞질러 나아가고 있다. 한복을 입는 사람은 분명히 많이 늘어났는데 왜 한복 산업계는 제자리걸음도 하지 못해 더 후퇴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