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티볼리 / 출처 = 쌍용자동차

‘티볼리 열풍’에 힘입어 9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쌍용자동차가 수출 전략을 정교하게 가다듬으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판매 네트워크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볼리-G4 렉스턴 등을 중심으로 내수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졌다는 판단 아래 그간 부진했던 수출 노선 정비에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시장 4년만에 재진출···현지 생산 계획도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Riyadh)에서 신규대리점 개장 및 제품 론칭 행사를 가지고 중동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판매 물량 확대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현지 네트워크 재정비 작업에 돌입했다는 게 쌍용차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올해 초 ‘압둘라 살레흐 알 바자이 오토모티브’와 신규 대리점 계약을 성사시켰다.

주력 차종인 티볼리, 티볼리 에어(수출명 XLV), 뉴 스타일 코란도 C 등을 사우디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문을 연 쌍용자동차 대리점 외부 전경. / 출처 = 쌍용자동차

쌍용차는 또 사우디 SNAM(Saudi National Automobiles Manufacturing Co.)社와 협업을 통해 현지에서 프리미엄 픽업트럭 모델을 조립생산할 것이라는 의지도 확실히 내비쳤다.

지난 2월 양사는 'Q200' 픽업 트럭을 현지에서 조립생산하는 내용의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SNAM은 사우디의 대표 기업인 ‘사파리 그룹(Safari Group)의 계열사로 정부의 자동차 산업 육성 정책에 의해 설립된 첫 자동차 회사로 알려져 있다. 현지 조립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Q200의 생산량은 단계적으로 연간 2만5000대 규모까지 커질 예정이다.

쌍용차는 1990년대부터 중동 지역에 일부 차종을 수출해왔지만 물량이 많지는 않았다.  

중동에서 활로 찾다

쌍용차가 중동 시장 진출에 이처럼 적극적인 이유는 러시아 등 주요 시장 수요가 급감하며 수출 물량이 급감하는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안정적인 수요가 보장되는 신시장으로 중동을 택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평택 공장의 연간 생산량이 24만여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쌍용차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는 수출 물량 증대가 절실하다”며 “라인업 특성상 미국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기 힘들고, 현지에 생산시설이 없어 중국 시장에도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의 반등과 함께 새로운 수출 활로를 여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 쌍용차 뉴 스타일 코란도 C / 출처 = 쌍용자동차

쌍용차의 수출 실적은 2013년 7만8740대를 정점으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5년 4만5100대까지 떨어졌다. 티볼리가 유럽 시장 등에서 선전했으나 지난해 실적도 5만2290대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1~4월 역시 내수 판매(3만2696대)는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했지만 수출(1만2603대)은 18% 급감했다.

가장 큰 시장인 러시아가 휘청거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지 경제 위축, 소비 감소, 환율 변동 등으로 수출 물량이 상당량 증발했다. 2013년 3만4055대 수준이던 쌍용차의 러시아 수출 물량이 지난해 1141대로 급감했을 정도다.

내수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015년 티볼리 출시 이후 꾸준히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10만3554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 입장에서 중동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동은 지형 특성상 픽업트럭과 SUV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B-세그먼트 SUV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티볼리와 ‘Q200' 등을 통해 쌍용차가 시장에 대응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Q200에 대한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르고 티볼리 등 주력 차종이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쌍용차의 전체 판매 실적 중 20% 가량을 중동에서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중동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 왔고,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 참여 등의 결실을 맺게 됐다”며 “대리점 개장과 함께 고객 시승 이벤트, 대형쇼핑몰 차량 전시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전략 ‘새 판’ 통할까

최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등의 영향으로 쌍용차의 2016년 중동·아프리카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코트라(KOTRA)가 ‘BMI Report’를 인용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연간 승용차 판매대수는 50만~60만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간 차량 수입액은 155억7000만달러(약 17조4000억원)에 이른다.

▲ 출처 = 코트라(KOTRA)

특히 한국 브랜드가 높은 판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6년 기준 토요타(30.6%), 현대차(23.8%), 닛산(7%), 기아차(6.6%)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산 차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2009년 해고 사태 이후 이유일 당시 사장이 수출의 중요성을 역설, 다양한 판로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전에도 중동에 조금씩 차를 수출하긴 했지만 이번 대리점 개장과 SNAM사와의 협력 등을 통해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NAM사와 협업 내용을 살펴보면 향후 상당 부분 부품이 현지에서 생산된다 해도 엔진은 창원공장에서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평택공장 연간 생산량은 24만대 수준이지만 창원 엔진공장은 합산 43만대의 능력을 지녔다“며 ”아직 정확한 손익추정은 힘들지만 엔진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영업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충분한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