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의 뉴욕 지하철은 서울의 지하철 못지않게 빽빽하게 들어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인구 1000만명의 도시 서울에서는 주중과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560만명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인구 850만명의 도시 뉴욕에서는 주중 평균 하루 570만명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연간으로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숫자가 26억건이고 뉴욕에서는 17억건이다.

뉴욕의 지하철은 특히나 오래 전에 지어져서 승강장의 폭이 좁은 데다가 가운데에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승강장에서 걷기라도 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옷깃이 닿을 정도로 스치면서 지나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협소한 장소에서 부딪혀가면서 지하철을 타야 하니 전동차가 도착할 때까지만이라도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싶지만, 뉴욕 지하철 승강장에 의자는 몇 개 되지도 않아서 빈 곳을 찾기가 어렵다. 서울의 지하철 승강장의 가운데로 넓은 의자들이 줄지어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뉴욕의 지하철 의자는 승강장 한 곳에 2~3개가 고작이다.

서울 지하철역의 벤치는 널찍한 평상식으로 된 것도 있어 사람이 없으면 넓게 앉아도 되는 것과 달리, 나무로 만들어진 뉴욕의 지하철 의자는 좌석 사이마다 칸막이가 있어서 여유롭게 앉는 것이 불가능하다. 간혹 앉을 때마다 왜 이렇게 의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나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이용하는 사람들은 서울만큼이나 많은 뉴욕 지하철에 왜 의자는 이렇게 부족한 것일까. 오래 전에 지어진 지하철 역사라서 승강장 공간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뉴욕 지하철은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이나 시설도 낙후해서,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역이 많고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도 고장이 잦아서 장애인 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서울의 지하철들도 계단만 있던 역사들은 요즘 대부분 에스컬레이터로 바뀐 곳이 많다. 뉴욕 지하철은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에 절대적으로 공간 자체가 협소한 경우도 많다.

뉴욕 지하철에서 의자를 찾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과거 뉴욕 메트로폴리탄지하철공사(MTA)가 시도한 벤치와 관련된 노력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지난 90년대에 뉴욕 지하철공사는 맨해튼의 지하철역 일부의 벤치를 줄여나가는 작업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노숙자들이 지하철의 의자를 집으로 삼아 잠을 자고 소지품을 쌓아놓는 통에 일반 지하철 승객들이 의자를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 의자에 노숙자들이 소변을 보고, 마약을 투약하여 주사기들이 널브러져 있는 등 시민들의 건강까지 위협되는 수준이 되어 벤치를 없애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뉴욕 지하철 승강장 의자가 자리마다 팔걸이가 높이 있는 이유도 의자에 노숙자가 누워서 자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의자를 아예 요새처럼 신문지로 쌓아서 집을 만든 노숙자들을 볼 수 있다.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못했던 듯 뉴욕의 두툼한 나무의자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당시 지적됐던 문제들도 함께 남아 있다. 나무의자는 오랜 세월의 때가 묻었는데 커피를 엎지른 흔적 같은 가벼운 음식물 문제에서부터 소변을 본 흔적, 씹다 버린 껌이 붙어있는 등 청결의 문제와 함께 간혹 의자에서 이나 베드버그가 발견됐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아예 의자에 앉지 않는 뉴요커들도 많다.

이는 지하철 차량 내의 의자도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밤늦게 지하철을 타면 아예 의자를 침대삼아 자는 노숙자들도 있어서 지하철 의자에는 절대 앉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뉴욕 지하철공사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서 단계적으로 역사 내의 나무 벤치를 철제의자로 바꾼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무의자에 비해서 음식물이나 물을 흘리더라도 스며들지 않고 쉽게 닦아낼 수 있으며 유지가 편하다는 것이 교체의 이유이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인해 2010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역사에서는 철제의자를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철제의자 역시 노숙자들이 누워서 자는 것을 막기 위해 팔걸이가 높게 설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