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콘텐츠 산업의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 혹은 ‘지속가능한 발전 산업’ 등 수식어가 붙으며 그 가능성을 계속 재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밝은 전망의 수준과는 달리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통계지표는 콘텐츠의 2차, 3차 활용 가능성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업 집계와 더불어 각 콘텐츠들이 지니고 있는 파급력 평가 측면에서 미국-일본-중국 등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그 포괄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업계에서 지적하는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통계지표가 부족한 부분, 그리고 개선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포괄성의 부족, 가치의 과소평가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통계는 매년 총 11개(영화·방송·게임·음악·출판·광고·지식정보·애니메이션·만화·캐릭터·콘텐츠 솔루션, 2년 단위 집계 공연산업 제외) 대분류, 43개 중분류, 100개 소분류로 구분돼 산업 통계조사/분기별 동향분석/이용자 조사가 이뤄진다.

산업 통계조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통계(승인번호 11308호)로 콘텐츠산업 특수 분류를 적용하여 매년 각 업체 표본조사 및 전수조사(약 1만 개)를 통해 통계자료를 산출, 모수(약 11만 개 사업체)를 추정해 전체 산업 규모를 산출한다. 주된 조사내용은 국내 사업체 정보·매출액 등 사업체 현황, 종사자 현황, 수출액 등 해외거래 현황 등이다. 

동향분석은 연간 통계의 간격이 다소 긴 것을 보완한 분기별 조사이며 이용자 조사는 수요 측면의 조사로 5개 콘텐츠산업 분류(게임·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의 이용자 수를 조사하는 통계다. 이들은 모두 특수 분류체계를 따르고 있어, 산업 분류들의 세부적인 사항과 특성을 충분하게 반영하는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련의 조사 모두 각 분류의 현황에만 치우쳐있는 단점이 있다. 특정 콘텐츠가 제조나 유통과 같은 타 산업군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콘텐츠 자체 이상의 파급효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업계의 관점과는 차이가 있다. 

현재의 콘텐츠 통계 분류에서 제외돼있는 디자인 업계 통계조사(2014년)에서 평가된 업계 현황 경제규모는 약 14조원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2차, 3차 디자인 활용가치를 반영한 가치는 93조원으로 측정돼 약 6.6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이를 콘텐츠 업계 전체로 확장한다면, 활용가치가 제외된 현재의 통계로 측정된 국내 콘텐츠산업 규모 105.7조원(2016년)은 약 600조~700조원까지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이는 2016년 국내총생산인 1조4044억달러(1567조원)의 약 40%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즉, 현재의 통계로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이다. 콘텐츠의 활용가치가 반영된 포괄적 통계조사가 이뤄지면, 관련 산업군에 대한 큰 가능성을 보고 더 많은 시장 참여를 유도해낼 수 있다.     

해외 콘텐츠 산업 통계 

해외에서는 콘텐츠 관련 통계들을 조금 더 포괄적인 방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문화산업(文化产业)’이라는 큰 분류를 신문, 출판, 방송, 영화, 인터넷문화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문화상품 및 설비 관련 생산, 유통 등으로 나눠서 산업을 조사한다. 아울러 각 콘텐츠의 활용 형태에 따라 핵심층/외곽층/관련층으로 분류해 포괄적으로 업계를 평가한다. 

조사를 주관하는 중국 국가 통계국은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공상국, 상무부 등 국가기관에 제출한 연도 보고서와 문화부, 신문출판광전총국 등 기관이 제출하는 연도 보고서에서 관련 데이터를 추출, 재가공해 <중국통계연감(中国统计年鉴)>을 작성한다. 이렇게 집계된 자료들은 문화상품의 생산/문화 관련 상품의 생산으로 분류된다.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영국의 경우, 콘텐츠 산업을 창조 산업(Creative Industries)라고 부르는데, 이는 ‘개인의 창조성, 기술, 재능에 기원을 두는 산업들과 지적재산권의 형성과 이용을 통해 부와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을 지닌 산업들’로 정의된다. 영국의 콘텐츠 산업 통계는 콘텐츠가 타 산업과 연결됨으로써 발생하는 총부가가치(GVA, Gross Value Added)를 평가 및 측정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조사는 영국의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국가통계청(ONS, Office for National Statictics)이 주관한다. 영국의 창조산업 통계는 경제 총부가가치와의 비교 및 산업분류별 7년간 성장률을 비교해 제시함으로 어떤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Entertainment Industry)’은 한국의 콘텐츠산업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법적으로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정의와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엔터테인먼트산업 통계는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산업으로 엔터테인먼트의 창조, 생산, 유통, 소비 등 모든 과정이 포함돼있다. 조사를 진행하는 북미산업분류체계(NAICS)에서는 대분류 섹터 중 정보산업과 예술·엔터테인먼트·레크리에이션산업을 관련 영역에 포함시킨다. 사실상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상당 부분이 정보산업 섹터에 포함돼 있으며 이는 콘텐츠 제작, 네트워크/플랫폼, 정보 서비스의 3가지로 산업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련의 사례들은 자국의 콘텐츠 산업의 사정이 적절하게 반영돼있는 것과 동시에 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개선 방안의 방향성 

국내 콘텐츠 업계는 지속적으로 업계 통계조사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조사 연구팀은 <콘텐츠산업의 경제적 가치 측정과 신규 통계지표 개발 방안>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통계보다 더 포괄적인 조사방법을 제안했다. 콘텐츠산업 범위를 3~4단계로 층화할 경우, 각 단계별 산업규모와 파급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론 개발이 필요하다. 

조사연구팀 책임자 이현우 연구원은 콘텐츠 산업의 연관효과를 보다 포괄적으로 식별하기 위해 1단계로 구성된 현재의 분류를 총 3~4단계까지 확장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1단계: 기존 특수 분류) 출판·만화·음악·게임·영화·애니메이션·방송·광고·캐릭터·지식정보·콘텐츠솔루션에 공연 등 기존 콘텐츠산업 특수분류 체계의 12개 산업범위 포함
(2단계: 확장) 산업계에서 콘텐츠산업 범위로 추가 포함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디자인(콘텐츠 관련), 패션, 매니지먼트, 공예/전통문화 등의 산업범위 포함 혹은 2단계 별도 구분 또는 1단계 특수분류체계 편입
(3단계: 서비스층) 콘텐츠와 연계된 경험 또는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시설들(공연장, 체험시설, 테마파크, 아카이브 등)을 콘텐츠 관련 서비스층으로 포함
(4단계: 제조업층) 콘텐츠 활용과 관련된 다양한 기기 또는 생산품들(게임기기, 학습기기, 모바일기기, 체험기기, 시청기기, 의류/패션/잡화)을 콘텐츠 관련 제조업층으로 정의

1단계 범위는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결과를 이용하고, 2단계와 3단계는 실태조사 범위를 확장하거나 타 조사결과를 활용해 집계하며, 4단계는 통계청 사업체 조사자료와 한국은행 부가가치율 자료를 이용해 추정하는 방식이다.

이현우 연구원은 “자체 소비 뿐만아니라 콘텐츠로 파급되는 제조·생산의 영역까지 산업이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통계 지표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콘텐츠의 잠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사업자들의 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