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지난 2008년 출범한 순수 지주사로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증권,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 KB캐피탈 등 12개 자회사와 23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주력자회사인 국민은행 비중이 연결총자산 기준 78.9%, 연결순이익 기준 42.1%에 달하는 등 전형적인 은행지주 성격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KB국민카드는 업계 2위권의 우수한 시장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등 최고 수준의 사업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KB캐피탈 인수, 2015년 KB손해보험 관계기업 편입, 2016년 현대증권 인수 등 인수합병(M&A)에 따른 비은행 부문의 사업 확장이 이어지면서 사업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은행부문에 대한 자산 및 순이익 의존도는 2011년 말 각각 91.4%, 79.0%에서 2016년 말 각각 79.7%, 42.5%로 하락했다. 이렇듯 KB금융은 순항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KB금융에도 약점은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윤종규 회장이 현재 KB금융의 상징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이 대립하는 KB금융그룹의 내분사태가 벌어졌다. 정부 지분이 1%도 없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낙하산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등 관치금융의 폐단이 KB금융사태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회장은 KB금융지주를 지휘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실적을 챙기기도 바쁜 상황에서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성장을 향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러나 당시 윤 회장이 이러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는 윤 회장의 능력 때문이 아닌 전형적인 관치금융에서 KB금융 자체가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KB금융은 관치금융 차단을 최우선 목표로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윤 회장이 있었다. 윤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지난해 KB금융의 순이익을 2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5년 만에 2조원대를 탈환한 것은 물론,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다각화한 장본인이다. 여기에 올해 KB금융이 금융그룹 1위 자리까지 오른다면 윤 회장의 연임은 물론 역대 회장 중 최고의 업적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 회장은 KB금융이 관치로부터 벗어나 종합금융회사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닦은 셈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KB금융의 인사혁신 시스템이다. 윤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 내 계열사 간 인력 교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윗선에서 정한 대로 움직이는 인사 발령의 개념이 아닌 직원의 선택에 의해 부서를 옮기는 방식이다.

또 KB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평가결과 본인확인제도’를 도입해 인사절차의 투명성 확보에 나섰다. 일부 상급자만 알 수 있었던 인사평가 결과를 본인에게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다. 윤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깜깜이 인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고 투명인사원칙을 강조해왔다. 사실상 KB금융에 필요했던 것은 관치로부터의 해방과 투명인사다. 이제야 KB금융은 성장의 기본을 갖추게 된 셈이다.

KB금융그룹의 전 임직원들은 현재의 KB금융을 만든 ‘좋은’ 문화들을 반드시 지켜낼 필요가 있다. 경제 호황과 위기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으나 강력한 조직문화 없이는 이를 견뎌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를 가지고 새롭게 출발하는 KB금융이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은 꿈이 아닌 실현의 시작단계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