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보면, 경제 관련해서는 일자리 창출, 재벌 개혁, 비정규직 지원 등이 언급되고 있다. 제이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재정지출을 늘려나가겠다고 한다. 중요한 부분들임에는 틀림 없으나, 이를 잘 실행해가기 위해서는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유지되어야 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 같고 주식시장도 분위기가 좋으니 자칫 성장을 소홀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라는 자동차의 본닛을 열어 보면 타이밍 벨트도 낡았고 제너레이터도 약해져 있다. 자칫하면 성장이 의외의 낮은 길을 밟아 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는 것이 중차대한 일이다.

국가는 꾸준히 좋은 성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된 경제구조와 성장 잠재력이라는 두 바퀴가 필요하다. 후자는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을 가능케 하고 전자는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게 만든다. 현 국면에서 안정된 경제구조를 갖추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채 조정과 투자 증가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10년간 경제성장률은 낮아진 반면에 부채는 정부, 기업, 가계  부문에서 증가해왔다. 가계부채는 처분가능소득의 160%에 이른다. 소득이 증가해도 이자를 내고 나면 처분가능소득은 더 줄어들고 부채는 증가하는 악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기업부채는 조선업, 전기·가스 공급업, 건설업, 운수업, 부동산업 5개 부문 산업이 주도했다. 이들 산업의 부채비율은 2005년 125%에서 2009년~2014년 230% 수준으로 증가했고, 동 시점 이자보상배율은 3.9에서 1로 크게 떨어졌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미 그 임계점을 넘은 일부 기업은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는 임계점을 넘기 전까지는 부작용이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모순이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에 표면화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된다. 임계점을 넘은 가계부채는 소비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기업부채는 경제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불확실성을 키운다. 경제 구조를 안정되게 만들어야 할 때다. 소득에 비해 과다하게 증가한 부채 구조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이거나 소득을 늘려야 한다.

첫째, 가계부채를 많이 줄이기 위해 원리금 균등 상환을 가속화하면 소비에 부정적인 충격을 준다. 조심스레 다루어야 한다. 가계부채는 주택구입에서 비롯된 것이 많으므로 주택을 통해 푸는 방법을 모색해보아야 한다. 저번 정부는 공기업부채를 줄이려 하다 보니 공공주택 건설은 줄이는 대신, 민간이 주택을 공급하고 이를 구입하기 쉽게 금융을 지원해주었다. LH 공사의 부채는 줄고 주택금융공사의 자산이 늘어난 이유다. 공공주택 건설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1인 가구가 많아지는 데 고급스러운 주택을 지어서 구입가격 부담만 많이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도심에 1인 가구 주택을 많이 짓도록 해야 한다.

금융면에서는 원리금 분할상환과 장기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꾸준히 늘려 가야 한다. 그리고 부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구들은 출구전략을 잘 마련해서 악순환의 늪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빚의 구조조정에 대해 사회단체나 정부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

둘째, 소득 증가 정책을 보자. 우리나라 가계 소득은 근로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비중이 높고 금융자산은 예금 중심이다 보니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은 적다. 가계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이 진행되어야 한다. 임금이 올라야 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일자리 창출이라는 신정부의 정책은 이런 면에서 부합한다. 그리고 가계가 가진 주택자산에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주택연금이 이러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국공채로 바꾸어주는 효과가 있다. 주택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은 공공부문이 담당해야 한다든지 혹은 민간부문의 역할이라는 논의는 비생산적이다. 두 부문이 모두 집중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는 신정부에서 강조하고 있고 공공부문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과 주된 직장에서 은퇴한 장년층의 일자리다. 은퇴한 장년층은 젊은층과는 일자리 종류가 다르고 일자리 수도 많지 않다. 그래서 여러 직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장년층에 대한 직업·기술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하고, 4차 산업혁명 관련산업의 기술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장년층은 교육수준이 높아 이들을 학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업부채는 해당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기업 구조조정을 하되 경제 전체의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 전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진 것은 위에서 언급한 5개 산업에 기인한다. 이중에서도 혁신도시, 행정도시, 에너지 투자 등의 정부 정책으로 증가한 공기업 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누어진다. 비효율적인 자산처분과 비용 축소 등으로 기업구조를 견실화해가야 한다.

성장의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의 중요성은 우리나라의 90년대 후반 경험을 보면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취업이 안 되는 환경에서 창업 열풍이 불고 벤처기업 주가 버블이 있었던 시기였다. 투자 실패도 많아서 버블의 후유증을 겪었다. 하지만 그때의 투자가 우리나라 IT 인프라를 세계적인 위치에 올려 놓았고, 지금 모바일 시대에 경쟁력을 갖는 기반을 만들었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베이비부머들이 축적한 자산을 잘 활용해야 한다. 현재 공·사적 연금이 1,000조원이다. 최근 2년 동안 150조원이 증가했고 향후 20~30년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들 자산을 금융을 통해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혁신적 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투자되어야 한다. 혁신적 기업의 투자가 성과를 맺어 성장으로 이어지면 베이비부머들의 노후도 좋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금융의 인프라를 갖추어 놓아야 한다.

첫째, 금융시스템이 자본시장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축적된 자산은 자본시장을 통해서 투자로 연결된다. 은행산업이 커지면서 가계부채만 1,340조원(2016년말 기준)으로 6년 만에 500조원이나 증가했음을 주목하자.

둘째,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와 기업이 고성장을 했지만 주식에 투자를 한 사람이 그만한 과실을 향유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주식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이 돌아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등을 투명하게 하여 기업의 이익이 투자자에게로 잘 전달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재벌 개혁은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셋째, 축적된 금융자산을 성장 잠재력이 있는 곳으로 배분하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는 1976년에 출간된 <보이지 않는 혁명>이란 책에서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연금사회가 되어간다고 보았다. 그런데 연금사회는 수탁자 의무 때문에 연금자산을 안전한 대기업에만 투자하기 쉬우므로, 일정 부분을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시장에 이러한 세심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투자회사는 스스로 투자를 하고 시장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시장이 잘 조성되어 있으면 일반 투자자들의 돈도 몰리게 된다. 기업공개 시장만이 아니라 기업공개전(pre IPO) 시장에서 투자를 하고 시장을 조성하는 역할도 해 주어야 한다. 마이클 밀켄(Michael Milken)이 80년대에 정크본드 시장에 투자하고 시장 조성을 하면서 미국의 고수익채권시장이 급속히 성장했다. 본인은 내부자거래로 감옥을 가게 되었지만, 그가 키운 고수익채권시장은 여전히 미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정책은 비정규직 차별 완화, 최저임금 인상 등 미시적 불균형 시정도 필요하지만, 거시적 불균형도 시정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의 잠재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명목성장률에 비해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과다하게 빨리 증가하여 생긴 불균형을 시정하여 안정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공주택 건설, 도심 1인 가구 주택 건설, 원리금 분할상환과 정기고정금리 대출 전환 지속 유도, 주택연금 활성화, 가계 빚의 구조조정과 출구 전략,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 장년층 재교육 등이 필요하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 금융시스템이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베이비부머의 축적된 자산의 수익률을 제고하고, 투자회사가 벤처 생태계의 시장 조성자가 되고, 산업 구조조정 역할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