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진입하자 메리츠화재는 발 빠르게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강도 높은 성과주의를 도입하는가 하면 상품 포트폴리오를 일찌감치 보장성보험 위주로 전환했다. 운전자습관연계(UBI)보험과 같은 핀테크 접목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고배당을 통한 주주친화적 정책으로 주주들과의 소통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보험침투율은 11.4%로 선진국 평균치(8.6%)보다 높았다. 보험침투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를 의미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전체가 한 해 버는 돈의 11%를 보험료로 지급한 셈이다. 국민 1인당 보험료로 계산해보면 연간 300만원 이상을 보험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데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12년 3.25%에서 지난해 1.5%까지 하락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보험사들의 투자수익률이 감소하고, 이는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도 불구하고 메리츠화재는 보험업계에서 가장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회사로 손꼽힌다. 메리츠화재는 우리나라 최초의 손해보험사다. 메리츠화재의 전신인 조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는 1922년 10월에 설립됐으니 올해로 회사가 설립된 지 무려 95년이나 됐다.

오래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을 단행해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2012년 취임한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는 일본항공(JAL)의 ‘아메바 경영’을 벤치마킹했다.

아메바 경영은 몸집이 일정 규모로 커지면 여러 개체로 분열하는 아메바처럼 조직을 소집단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비대했던 조직을 슬림화하고 직원 스스로가 주인 의식을 갖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메리츠화재는 2015년 3월, 2016년 6월 두 번에 걸쳐 희망퇴직으로 직원을 700명 줄였다. 전국 12개 지역본부 산하 200여개 본부를 100여개로 통폐합하면서 점포 수를 절반으로 줄이기도 했다.

인원을 감축하고 지점을 축소했지만 전속 설계사 수수료는 오히려 높였다. 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팔았을 때 받는 수수료는 초회보험료의 800%에서 1000%로 200% 상승했다. 연말 상여금을 고과에 따라 같은 직급임에도 최대 10배 차이가 나도록 변경했다.

직원들의 성과주의 확산과 더불어 주주친화적 정책으로 주주들에 대한 환원도 늘렸다. 메리츠화재는 2016년 현금 배당으로 주당 830원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35.4%이며 2016년 말 종가 기준 시가배당률을 환산하면 무려 5.4%에 육박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1713억원, 지난해 257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주가 역시 2015년 1만2000원대에서 올해5월10일 종가 기준 1만8350원으로 뛰었다.

금융과 IT의 결합인 ‘핀테크’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KT와의 제휴를 통해 운전자습관연계(UBI) 보험을 개발하고 있다. UBI보험은 설치된 내비게이션이나 운행기록장치(OBD) 등을 통해 운전습관을 분석하고, 소비자가 안전‧준법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보험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안전운전 확대로 인해 사고가 줄어들어 상품 손해율이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다이렉트 채널을 활성화하기 위해 ‘바통터치’ 서비스도 출시했다. 바통터치는 모바일과 PC사이트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고객이 PC용 홈페이지에서 보험료를 계산한 것을 저장하면 모바일에서 이어서 바로 결제할 수 있다. 반대로 모바일에서 계산한 것을 PC에서도 즉시 결제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