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딩키(Hodinkee.com)는 지구 전역에 흩어져있는 시계 애호가들이 양질의 정보를 접하고, 이야기를 읽고, 수집 가치가 있는 제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모이는 곳이다. 이 ‘완소’ 사이트의 창립자 벤자민 클라이머(Benjamin Clymer)로부터 그의 열정을 지핀 한 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스피드마스터 예찬론자이기도 한 호딩키 창립자 벤 클라이머. 출처=오메가

할아버지가 당신에게 시계를 물려준 순간을 기억하는가?

물론이다. 그때 나는 열여섯 살이었고, 보는 순간 넋을 잃었다. 시계가 지닌 복잡함, 중량감, 그리고 퀄리티가 놀라웠다. 나는 할아버지가 스피드마스터를 찬 모습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는데, 어느 날 그는 시계를 손목에서 풀어 내게 건넸다. 그 뒤로 그 시계는 나와 함께 했다. 스피드마스터가 처음 나의 시계가 되었을 때 나는 이제 다른 시계는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했다. 또한 스피드마스터를 통해 시계가 선사하는 모든 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당신이 소개한 ‘시계를 구입하는 이들이 저지르는 12개의 큰 실수’를 재밌게 읽었다. 그 중 하나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었다. 스피드마스터가 왜 특별한가?

나는 일전에 많은 시계를 보유한 시계 컬렉터를 만난 적이 있다. 무려 100억 달러 규모의 컬렉션을 보유한 그를 만날 생각을 하니 많이 긴장되었다. 나는 그의 손목 위에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보게 될 것을 기대했지만, 그가 차고 있던 시계는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었다. 나는 그에게 당신이 보유한 많은 시계 중에서 왜 이 시계를 찼는지 물었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스피드마스터가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시계니까요.” 이 사건은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 이후에 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터들을 만났는데, 그들 대부분이 어떤 시계를 원하든 간에 스피드마스터가 특별하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예술성, 디자인, 기능성, 그리고 역사적 중요성 등의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드문 시계이기 때문이다. 핸드와인딩, 세 개의 카운터, 블랙 다이얼의 크로노그래프는 순수함 그 자체다. 스피드마스터가 인류, 그리고 우주 탐험에 있어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당신이 최소한 스피드마스터를 소유하려고 시도한 적도 없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은 시계 애호가라고 할 수 없다.     

 

▲ 거의 모든 컬렉터들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시계, 스피드마스터. 출처=오메가

당신의 손에 희귀한 스피드마스터를 든 순간 어떤 느낌을 받나?

10년 전 1500달러를 지불하고 321 칼리버 스피드마스터를 구입했을 때, 마치 내가 왕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 이후에도 321 칼리버 스피드마스터의 여러 베리에이션을 소유했는데, 그 중에서도 145.012-67를 거머쥔 순간에는 그야말로 전율을 느꼈다. 나는 145.012-67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시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60년간의 세월을 이어온 스피드마스터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세 개 카운터의 블랙 다이얼이 주는 순수한 이미지는 단연 최고다. 그 어떤 것과도 어울린다. 특히 나는 내 블랙 다이얼 스피드마스터에 호딩키 숍(HODINKEE Shop)의 해프 시계 스트랩을 매치하는 것을 즐긴다. 브레이슬릿 태생의 시계에 가죽 스트랩을 매치하면 마치 시계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같은 최신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시계들도 멋지다. 스피드마스터 패밀리에 있어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을 좋아한다. 시계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 쓰기도 했다. 오메가가 블랙 세라믹 소재 스피드마스터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모두들 "끔찍하겠군"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시계를 처음 보았을 때 오메가가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클래식 스타일에 세라믹 소재를 가미하는 실로 감각적인 시도를 했고 결과도 좋았다.

 

당신이 소유하고 싶은 스피드마스터 모델이 있는가?

현재는 두 개의 스피드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마크 40(Mark 40), 그리고 레퍼런스 2915-1이 그것이다. 나는 그 시계를 품에 안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여러 차례 거래를 시도했다. 오리지널 스피드마스터의 관점에서 봤을 때, 꽤 만족한다. 하지만 내가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은 알래스카 프로젝트 프로토타입(Alaska Project Prototype)이다. 거기에 얽힌 이야기, 유래,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다시 출시된 리에디션(re-edition) 역시 훌륭하지만 오리지널을 꼭 가지고 싶다. 그 시계야말로 시계와 함께 하는 내 시간이 끝나기 전에 꼭 한 번 소유하고 싶은 시계다.

 

앞으로 보고 싶은 스피드마스터가 있나? 혹시 다른 소재, 혹은 특정 모델의 부활이라도?

나는 오메가가 클래식을 변주하는 데 있어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현대판 스피드마스터를 디자인할 수 있다면(사실 몇 명은 그렇게 해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리지널 케이스, 라듐 다이얼, 바늘, 그리고 오리지널과 동일한 르마니아(Lemania) 321 칼리버를 탑재한 매우 한정된 수량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보고 싶다. 같은 사양에 몇백 개 수량으로 선보이는 스틸 버전도 괜찮겠지만 말이다. 오메가가 321칼리버를 탑재한 극도로 한정된 수량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다시 선보인다면 그 즉시 많은 사람들의 드림 워치로 부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목시계가 하나의 아이콘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계가 아이콘이 된 이유? 너무나 많기 때문에 막상 대답하기 쉽지 않다. 그것을 착용한 사람 때문에? 물론 그럴 수 있다. 아름다운 디자인, 혹은 뛰어난 장인정신이나 손맛 때문에? 이 역시 그럴 수 있다. 스피드마스터 같은 경우 너무나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그것이 내가 스피드마스터를 사랑하는 이유다. 옆 사람이 나와는 다른 이유로 나만큼 스피드마스터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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