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순이익 110억3000만달러, 매출 529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와 비교해 4.9%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은 호조세지만 매출의 경우 기존 시장 전망치이던 531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성장세가 다소 떨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매출의 경우 북미지역이 2120억달러, 유럽 1270억달러, 일본이 450억달러를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11%, 10%, 20% 증가세를 보여줬지만 중국의 경우 1070억달러를 기록해 14%나 떨어진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전반적인 매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여전히 힘이 떨어지고 있다. 화웨이를 비롯해 비보, 오포 등 현지 업체의 공략이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애플스토어. 출처=애플

현재 화웨이 및 비보, 오포 등의 공습은 비단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글로벌 시장의 30.2%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톱10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만 5개에 달한다.

물론 최근 중국 업체들이 중국 내수시장의 포화로 성장세가 약간 시들해지는 분위기도 연출하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애플에게 있어서도 분명 악재다.

아이폰 판매는 5067만대로 알려졌다. 여전히 엄청난 숫자지만 예상치이던 5200만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 떨어지기도 했다. 애플은 계절적 요인 및 출시 타이밍 등을 고려해 이러한 수치가 예상범위라고 밝혔지만 아이폰 매출이 예전만큼의 공격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해졌다.

자연스럽게 아이폰8의 성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7을 출시하며 하드웨어 폼팩터 자체에 크게 집중하지 않았으며, 대신 올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일부 라인업에 증강현실 및 OLED 패널 탑재까지 동원하며 엄청난 약진을 시도할 전망이다. 아이폰8이 일종의 변곡점이 되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앱스토어와 애플뮤직 등 서비스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18% 늘어난 70억달러를 기록했다. 절대적인 아이폰 매출 비중과 함께 애플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서비스 매출의 미비한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반등요인이 감지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맥 판매는 419만9000대를 기록했으며 지난 분기와 비교해 무려 22%나 떨어졌다.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약 4% 성장하기도 했다. 아이패드는 892만대를 팔았으며 지난 분기 대비 32%나 뚝 떨어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3%나 하락한 수치다. 아이패드 존재감에 대한 애플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관심을 모았던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256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예상했던 액수와 비슷하다. 2568억달러는 영국과 캐나다의 외환보유액을 상회하는 액수다.

애플은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500억달러의 새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는 한편 주당 63센트의 배당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월스트리트저널의 예상과 맞아 떨어진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주주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전임 고 스티브 잡스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공헌하는 것이 주주의 이득을 보장하는 방법이라 믿었던 것과는 달리, 팀 쿡의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 바 있다.

물론 추후 애플이 막대한 현금을 동원해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현재 애플은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라는 명성과 달리 굵직굵직한 인수합병 베팅을 하지 않았다. 이는 역으로, 조만간 애플이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강력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시기적으로 봐도 설득력이 있다. 최근 애플은 자율주행차 및 증강현실, 나아가 초연결 인프라 전반에 거침없는 투자를 벌이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업계에서는 애플이 막대한 현금을 대부분 외국에 보유한 상태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일정정도의 현금을 미국에 옮길 가능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절세를 가장한 기상천외한 탈세를 바탕으로 조세회피처를 절묘하게 운용하고 있는 애플이 미국으로 현금자산을 옮길 가능성이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를 기존 3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해외현금 송환세 감면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아 당장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