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 할 진정한 애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날 남자는 친구로부터 좋은 가정에서 잘 자란 매력 있는 여자를 소개받기로 했다. 괜찮은 직장에서 영업직으로 일한 지 몇 년 된 영업 베테랑인 남자는 이제 결혼 비용 준비도 대략 되었고 안정된 가정도 이루고 싶어 여자의 소개가 단지 남녀관계를 넘어 결혼을 전제로 생각하고 있다. 몇 번 소개팅에 나가봤지만 언제나 첫 인상부터 마음을 끄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소개팅 장소에 도착한다. 먼저 도착해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느낌이 좋은 여자가 자리로 오는 것이 아닌가! 서로 간단한 소개를 한 후 잠시 얘기를 나누었는데도 맛집 탐방의 취미까지 비슷하다. 잘 사귀어 결혼에 골인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후 남자는 회사에서 배운 ‘고객 가치 제공’을 바로 하기로 결정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남자는 자신이 명문대 인기학과를 나오고 전도가 유망한 청년임을 강조한다. 회사에서도 잘 하고 있어 벌써 경영진이 차세대 임원감으로 낙점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건강상태도 양호하고 집안에 유전 질환도 없다고 얘기한다. 아버지는 재력가이며 현재도 현직에 있다는 사실과 결혼하면 입주할 아파트를 부모님이 벌써 준비해놓았다는 이야기도 슬쩍 한다. 평소에 고객에게 제안할 때처럼 그녀를 혹하게 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저녁을 함께 한 후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자는 “이제 내 가치를 제안했으니 잘 사귀고 결혼하는 일만 남았어”라고 생각하며 행복해 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주선한 친구로부터 “남자가 너무 잘난 체해서 맘에 안 든다”라는 여자의 전언을 받는다. 여자가 좋아할 만한 비전 있는 가치를 전달해 주었는데 마음에 안 든다니, 남자는 여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여자가 마음에 든다면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에는 무조건 재미있게 해주어야 한다. 맛집 탐방을 함께 다니고 영화도 보고 드라이브도 하고 자주 만나서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다가 여자의 눈동자가 남자를 따라 움직일 때 남자는 회사에서도 전도가 유망하고 신체 건강하며 부모님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는, 여자가 결혼했을 때 중요하게 여길 현실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커플은 머지않아 결혼에 골인할 것이다. 약간은 과격하지만 신뢰를 통한 관계 관리와 고객 가치 제공이라는 영업 역량의 중요한 두 부분을 잘 설명한 이야기이다. 고객 가치 제공은 신뢰를 통한 관계와 함께 어우러져야 빛을 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를 찾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고객 가치 제공’이라는 영업의 개념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왔다. 필자가 영업을 시작했던 30여년 전에는 지금보다는 신뢰를 통한 관계 관리가 고객 가치 제공보다 중요하게 취급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사석에서 형님이라 부를 수 있는 고객이 있으면 관계를 통해 영업이 가능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관계를 통해 영업에 성공 하는 것보다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 제공이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현장의 영업인이 직접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최근 연구들에서는 ‘인사이트 영업’ 즉 ‘통찰력 영업’이라는 개념까지 나오고 있다. 2012년 7/8월판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된 ‘The End of Solution Sales(솔루션 영업의 종말)’에 의하면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한 정보의 홍수와 똑똑해진 구매 담당자들의 출현으로 인해 구매 의사 결정이 영업직원을 처음 만나기 전에 60% 이상 진행된다고 한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 영업’을 넘어, 고객이 모르고 있는 잠재된 문제까지 찾아 해결책을 제공하는 ‘인사이트 영업’을 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똑똑해지고 바빠진 구매담당자가 많아진 세상에서, 이렇듯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앞의 소개팅 예에서 본 것처럼 고객 가치 제공은 신뢰 관계와 함께여야 한다. 아무리 남자가 유능하고 전도유망해 보이더라도 그 남자와 신뢰가 쌓여야 남자의 가치가 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제품을 팔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많은 영업인에게 둘러싸여 있는 똑똑한 고객도 마찬가지다. 영업마케팅 컨설턴트인 마이크 슐츠는 2014년 그의 베스트셀러인 <인사이트 셀링>(통찰력 영업)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고객도 제공된 고객 가치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자신을 도와줄 그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그로부터 ‘인사이트(통찰력)’를 얻기를 원한다고 했다. ‘인사이트 영업’에서도 고객 가치 제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선행되어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진실한 짝과 결혼하고 싶다면 먼저 신뢰를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