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벌어질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부분적으로나마 도입될 5G 통신기술이 미래사회를 어떻게 바꿔줄지에 대해서 전 세계 통신업계는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 차세대모바일네트워크 5G 백서(NGMN 5G Initiative, 2015)에서는 5G를 ‘완전한 모바일 사회이면서 연결된 사회를 가능하게 해주는 종단 간(End-To-End) 생태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통신회사는 물론이고 수직계열에 편입될 수 있는 다른 산업들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힘을 제공받게 된다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5G통신기술을 결합해 정체된 산업들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해 갈 수 있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5G는 통신망의 변화가 아니라 컴퓨팅 및 빅 데이터 자원을 하나로 통합한 생태계로 모든 산업의 혁신기반이 될 전망이다. 2010년대가 모바일(Mobile) 인터넷 시대였다면 2020년대는 촉각(Tactile) 인터넷 또는 햅틱(Haptic) 인터넷 시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5G통신망은 촉각 인터넷 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다.

사람이 주변에 반사적으로 대응하려면 주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갑자기 날아온 상대의 주먹을 피하고 되치기를 하려면 최소한 근육 반응에 필요한 1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청각 반응시간은 약 100밀리 초이다. 자연스러운 전화통화가 가능하려면 음성이 100밀리 초 이내에 되돌아오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국제전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을 듣고 바로 반응해 보지만 상대방은 한참 더 말을 이어간 이후에 내 말을 알아듣는다. 상대의 말이 지연되어 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의 말이 100밀리 초 이내로 들린다면 상대방이 바로 옆에서 대화한다고 느낀다. 시각정보는 더 엄격해 시각 반응시간이 10밀리 초 범위이다. 영상을 끊김 현상 없이 보려면 화면 재생 빈도가 100헤르츠(초당 100회) 이상 되어야 한다. 한편 사람의 촉각이 느끼는 변화속도는 1밀리 초 간격으로 훨씬 더 미세하게 구분한다. 즉, 사람이 주변의 변화를 1밀리 초보다 짧은 간격으로 인식한다면 사람은 주변 변화를 전혀 어색하게 느끼지 않는다.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진다

사람과 기계장치 간의 시각적, 촉각적 상호작용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시스템의 반응을 사람이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으려면 시스템의 반응이 사람의 감각반응시간의 범주 내에 들어가야 한다. 기계와 소통하게 될 때 여러 가지 감각이 동시에 동원되므로 각각의 감각정보가 도달하는 시간차가 발생한다. 이런 시간차가 크면 혼란스럽게 된다. 마치 화면과 소리가 안 맞는 립싱크처럼 부자연스럽게 된다. 기술적으로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 사이의 지연시간차가 발생하기 쉽다. 예를 들면 가상현실 환경에서 조이스틱을 움직여서 3D 물체를 움직인다고 할 경우 가상그림과 사람의 제어동작 사이에 시간지연이 1밀리 초 이상이 되면 어지러움이 발생한다. 흔히 배, 항공기, 또는 자동차를 타는 경우 멀미하는 이유와 같다. 말단에 물려있는 단말기 간 시간차 지연은 사람으로부터 통신 기반을 거쳐 제어서버까지 정보전달시간이 문제가 된다. 만약 종단 간 시간차 지연이 사람의 반응시간보다 크면 그 경험은 현실감이 없다. 만약, 통신거리를 무시하고 1밀리 초 이내로 인터넷이 반응하면 직관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이를 촉각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모바일 인터넷은 시간차를 인정하는 통신수단이다. 전화를 걸거나 웹 페이지를 검색하더라도 좀 기다려서 상대방 대화를 듣고 웹페이지가 뜨길 기다린다. 비디오 해상도가 약간 낮아도 참아준다. 사물인터넷 세상이 되면 수십억 개의 사물들이 서로 연결된 상태가 된다. 센서들끼리 또 기계들끼리 정보를 교환한다. 이 역시 속도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신뢰성과 보안이 중요하므로 전달속도가 조금 느려도 정확한 데이터가 전달되길 기다린다. 하지만 실시간 감지 인터넷 시대가 되면 사람과 기계가 직접 상호작용하게 된다. 사물인터넷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상태가 되려면 모든 자원들이 항상 대기상태로 있는 상태에서 사물 간 상호작용이 순간적으로 가능하도록 데이터 통신 속도, 즉 지연현상이 없는 촉각 인터넷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촉각 인터넷은 햅틱 감각이나 터치를 기반으로 하며 미지의 환경에서 양방향 통신 패턴으로 사람과 연결된다. 미지의 환경에서 발생하는 왜곡이나 반응을 촉감으로 전달받고 원격 환경에서 조정이나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서로 소통하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면서 중간 개입이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도 있다. 초고속 대응 즉, 뭐든지 통제할 수 있는 순발력이 요구된다.

 

 

촉각 인터넷의 즉시성이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촉각 인터넷은 산업, 로봇, 원격이동, 가상현실, 증강현실, 건강관리, 도로교통, 게임, 교육 및 문화에서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기술이다. 미래에 우리가 직면할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사회적 복지를 이루는 해법들을 만들어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기대를 갖게 한다. 사물인터넷은 장치와 개체들을 네트워킹해서 상호 효용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아직은 짐작조차도 하지 못할 다양한 응용사례들, 제품과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다. 사람과 기계 또는 기계와 기계 간에 서로 상호작용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비즈니스 환경이 보다 현실적이고 몰입적인 환경으로 바뀌게 된다. 복잡한 사회문제, 고령화 사회 문제, 무인주행차량 증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 e-러닝, 대규모 오픈 온라인 코스(MOOC)와 같은 현대적인 비대면 교육방법에서도 촉각 인터넷의 즉시성이 제공하는 가치는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를 등장하게 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원격의료진단이 시도에 그쳤다면 촉각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원격의료기술은 원격수술까지도 가능케 한다. 원격지에서도 경험이 풍부한 외과 의사의 집도하에 로봇과 촉각 소통을 하면서 매우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진다. 또 외골격 인공 다리와 전력 증폭기로 원격지에서 장애인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촉각 인터넷에 차량이 연결되면 안전한 교통흐름이 유지되도록 전반적인 교통 밀도를 관리하고 차량주행코스를 자동으로 분산시켜 줄 수 있다. 중앙 통제센터에서 자율 주행 또는 편대 주행을 관제해 안전과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또한 원격지에서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탑승한 자율주행자동차를 관제할 수도 있다.

촉각 인터넷은 주변 물체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비눗방울과 같은 일정한 크기의 개인 안전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 사람에게 닥치는 교통사고 등 사고 위험을 미리 감지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준다. 위험이 임박하면 경고해주고 대피 방법을 안내해준다. 기계끼리도 서로 사고 가능성을 통지해 서로 회피하는 기술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생산 현장에서 생산 기계나 로봇이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위험을 없애주므로 항상 안전하게 된다.

분산된 발전설비 및 에너지 분배 네트워크에서 촉각 인터넷은 잠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무효 전력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역 소비량 변동과 지역 발전량을 연동해 에너지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무선 촉각 인터넷으로 산업환경도 바뀐다

촉각 인터넷은 산업설비자동화의 핵심 분야이다. 산업 로봇과 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장치를 제어할 때는 제어 회로의 민감도는 센서당 1밀리 초보다 훨씬 낮은 종단 간 대기시간을 필요로 한다. 실시간 폐루프 제어시스템에선 약 1밀리 초 간격으로 마스터 스테이션이 모든 센서와 액추에이터에 접촉해 데이터를 갱신시켜준다. 만약 약 100개의 센서들과 종단 간 대기시간 동안에 데이터를 교류해야 한다면 100밀리 초가 걸린다. 표면 품질 검사의 경우엔 고해상도 데이터를 고속으로 교환해야 한다. 이렇듯 실시간 요구조건이 장비별로 다르므로 제어 시스템마다 요구하는 종단 간 대기 시간, 데이터 속도, 안정성, 보안 등의 조건이 다르다. 유연하고 쉽게 구성이 가능한 표준기반 솔루션으로 발전하려면 광범위한 매개 변수 범위에서 모두 확장이 가능해야만 한다. 특히 지금은 이더넷과 같은 고속 유선 연결을 통해 제어가 이루어지지만 미래에는 무선 솔루션으로 보완되거나 대체된다고 본다.

흔히 자율로봇을 쉽게 전망하는데 단기 및 중기적 관점에서 보면 자율 주행과 같은 특정 영역의 제한된 범위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 자율로봇의 예측 가능한 미래는 원격 제어로봇 정도가 된다고 본다. 위험 지역에 투입해 건설 및 유지 보수 작업을 원격 제어 로봇이 감당하는 정도는 가능해 보인다. 당장은 원자력 발전소의 계획된 해체, 손상된 핵 또는 화학 플랜트의 수리 작업, 근해 건설 작업, 저 지구 궤도에서의 위성 파편 제거 또는 유지 보수 작업과 같은 프로젝트에 응용성이 높다. 이런 로봇 활용에서도 전제조건은 실시간으로 시각과 촉각이 피드백 되는 원격 제어 또는 원격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이는 몇 밀리 초 미만의 시스템 응답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는 이런 통신기반이 없지만 5G 통신 하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

촉각 인터넷이 현실화되려면 최소한 5G 통신기술이 안착되어야 한다. 촉각 인터넷은 첨단 서비스 산업에서는 물론이고 기존의 다양한 제조 산업 영역에서도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잉태하고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5G 통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업화 시험을 한다는 의미는 우리 산업체들이 제4차 산업혁명을 돌파할 수 있는 기반을 맨 먼저 제공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운이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