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계 관계자들은 블로거나 언론을 이용해 마케팅을 해도 맛있다는 입소문은 당해낼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손님들의 취향이 고급화된 강남일대에서는 웬만한 맛과 메뉴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강남구 청담동과 도곡동의 문스시는 정통 일식풍을 내걸고 차별화된 메뉴로 미식가들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다. 오픈한 지 2년도 안 돼 지난 3월 2호점을 차린 문스시 도곡점을 찾아보았다.

날씨가 갑자기 선선해져서일까? 정종과 오뎅탕이 생각나서인지 일식집이 생각난다. 언론에 많이 보도되진 않았지만 이미 그룹 회장이나 파워블로거로 이름난 서수남씨 등 연예인들에게 정통 일식집으로 소문난 청담동의 문스시가 이 계절에 제격이다.

워낙 입소문이 빠른 동네인지라 오픈한 지 2년도 안 돼 지난 3월 도곡점에도 2호점을 냈다고 해 매봉역 근처의 문스시 도곡점을 찾았다. 청담점이 일본만화 ‘심야식당’에 나오는 곳처럼 아담한 선술집 같은 분위기라면 도곡점은 그보다는 큰 레스토랑의 느낌을 준다. 문 앞의 벚꽃을 비롯, 일식집 특유의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은 유지하면서도 룸 공간을 마련, 비즈니스 공간으로의 품격을 놓치지 않았다. 탁 트인 공간은 주말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모임에도 손색이 없다.

인테리어를 둘러보니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흑단소로 장식된 벽면이다. 대나무로 장식한 벽면의 일면을 흑단소로 장식해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테이블을 보니 찍어먹는 조유(간장)만도 무려 3개다. 입맛 따라 선택하면 된다지만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기름기가 많은 생선을 먹을 때는 사시미조유(고이구찌)를, 흰살 생선에는 유자가 든 식초간장인 폰즈를, 생선 고유의 맛을 느끼고 싶을 때는 옅은 농도의 우스구찌를 선택하면 된다.

치즈 같은 두부샐러드 등 이색요리도 깊은 인상
청담점과 도곡점을 오가는 주인장 김상구 셰프는 신라호텔 일식 창단멤버를 거쳐 일본 현지에서 8년간 셰프 활동을 하는 등 총 20여년의 경력을 갖고있다. 그는 한국의 고객 입맛 수준이 높아져 이제 광어, 도미, 우럭 등 식상한 횟거리로 승부를 걸기 어렵다고 말한다.때문에 그는 식재료와 함께 자신만의 메뉴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요즘 한창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는 해삼 내장요리인 ‘고노와다’다. 광어나 한치, 전복 등의 생선요리 위에 해삼 내장인 고노와다를 뿌린 이 요리는 고소하면서도 해삼 특유의 비릿한 바다내음이 어우러져 한번 맛을 보면 입 안에 고노와다의 향이 남아 중독성이 강하다.

두부샐러드 역시 인상적이다. ‘모찌리 도후 샐러드’란 이름을 가진 이 두부샐러드는 얼핏 보면 콩으로 만든 연두부 같다. 하지만 맛을 보면 연두부보다 더 부드럽고 찰지며 매끈하다. 이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은 모차렐라 치즈 같다고 말을 하는데 기자 역시 이 표현에 공감한다. 칡가루에 생크림과 치즈를 넣어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는 이 두부는 입 안에서 느껴지는 전혀 새로운 질감 때문에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애피타이저로 즐길 수 있는 모듬초회 역시 문스시의 대표음식이다. 스타치라는 열매식초를 베이스로 한 유자식초 소스에 한치, 새우, 전복, 문어 등 갖가지 해물을 넣은 초회다.

스시집인 만큼 김 셰프의 스시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한국에서는 스시(초밥)라 하면 쌀보다 생선의 비중을 8:2 정도로 생선의 비중을 높게 보지만 일본에서는 6:4정도로 본다며 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그는 가게에 쌀 도정기를 구비해 놓았다.

쌀의 성격상 도정과 동시에 서서히 산패되어 하루만 지나도 밥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즉석 도정해 먹는 것이 영양분 손실은 물론 최상의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스시는 호불호가 나뉘는 편이다. 아마 맛 때문이리라. 처음부터 초향이 느껴지며 톡 쏘는 강한 맛이 나는 일반 스시에 비해 이곳의 스시는 밥알을 씹으면서 살짝 그 초향이 느껴지고 목넘김을 하는 순간 나머지 향이 느껴져 자극적인 스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 맛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김 셰프는 한번도 자신이 하는 일을 음식장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장사가 아닌 대접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간혹 처음 온 손님 중 자신이 추천하는 음식을 거절하는 손님에게는 추천한 음식을 서비스라도 제공하며 그 맛을 보라 권하곤 한다. 오늘이 마지막 발걸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손님에게 최상의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오래 된 단골손님들에게는 전용 젓가락을 제공하는 등 이곳에 오면 특별한 대접을 받고 간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차별화된 메뉴나 밥, 도기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이유가 문스시에 오면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다. 누구를 데려가도 대접받을 수 있고 함께 온 손님도 제대로 된 곳에 왔다고 인정해 주는 일식집. 그런 믿음 때문에 특히 비즈니스맨들이 이곳을 찾는 큰 이유가 되고 있다.

메뉴 : 점심특선- 사시미 정식 3만원,우동초밥정식 1만원.
일반메뉴 : 각종 스시 3000~7000원
모듬초회 : 2만5000원, 모듬생선회 A 3만원
오픈시간 : 오전 11시~새벽 1시(오후 2시~5시 브레이크 타임)
특징 : 주류 코르크차지 없음
문의 : 02)572-4202

최원영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