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대시버튼 판매 페이지, 출처=아마존

양손 가득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 뭔가 허전하다. “앗 세제를 잊었네.” 오늘도 뭔가 빠뜨리고 장을 봐왔다. “어차피 그것까지 들고 오기 무거웠을 거야”라고 위안을 해보지만 당장 필요하다는 사실이 명치를 찌른다.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크기의 아마존 ‘대시’(Dash) 버튼을 이용하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마트 가기 전에 어떤 물건이 떨어졌는지 체크할 필요 없다. 급할 때 허둥대지 않아도 된다. 세제가 떨어질 때 우아하게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세제가 주문·결제·배송까지 한번에 진행된다. 물건을 사러 자동차를 끌고 마트로 가지 않아도 된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 필요도 없다.

탄생 2주년 대시버튼, 아마존 효자 상품 등극

대시버튼은 지난 2015년 3월31일 탄생했다. 와이파이 기능이 탑재돼 버튼만 누르면 고객에게 종이 타월, 세탁용 세제, 휴지 등을 주문·결제·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포춘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대시 버튼 서비스에 대한 첫 반응이 차가웠다고 보도했다. 4월1일 만우절을 앞둔 장난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때문에 당시 여러 신문 헤드라인이 ‘아마존 대시 버튼, 만우절 장난 아니다’ ‘만우절 장난? 아마존 대시버튼 진짜다’ 등으로 달린 일도 있었다.

다니엘 라우치(Daniel Rausch) 아마존 리더이자 대시버튼 개발자는 그때를 회상하며 “사람들에게 혼란 주려던 의도는 아니었다”며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대시가 너무 빨리 팔리는 바람에 출시 24시간 만에 가입 접수를 중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출시 당시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시버튼은 아마존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서비스 중 하나가 됐다. 아마존은 대시 버튼을 이용한 주문이 지난해 대비 4배 많아졌다고 밝혔다. 리테일 데이터 분석 업체 ‘슬라이스 인텔리전스’(Slice Intelligence)는 대시를 통한 주문이 2016년 기준 전년 대비 650%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생활용품 제품이 대시버튼 판매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폴저스 커피(Folgers Coffee), 핏츠 커피(Peet's Coffee), 쿠키 제작 업체 페퍼리지팜(Pepperidge Farm), 지퍼락(Ziploc) 등의 아마존 판매는 50% 이상이 대시버튼을 통해 나온다.

현재 300여개 제품이 대시버튼을 통해 서비스된다. 아마존 프라임 고객이 서비스 대상이며 버튼 하나당 4.99달러(약 5600원)다. 대시버튼 인기에 힘입어 디지털 대시버튼도 출시했다.

지난 1월부터 아마존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디지털 대시버튼이 등장했다. 상품 소개 페이지에 달린 당신의 대시버튼 추가(Add to your Dash Bottons)을 누르면 나만의 버튼 모음을 만들 수 있다.

▲ 아마존 대시버튼 사용 예시, 출처=아마존

대시버튼, 판매자와 아마존에 미치는 영향

대시버튼은 마케팅 도구로도 주목받고 있다. 제임스 맥퀴비(James McQuivey) 포레스터 리서치 분석가는 대부분 판매 업체가 대시버튼을 단순한 주문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문 수단을 넘어 마케팅 도구로 적극 활용한다는 것.

대시버튼을 이용해 주문하는 고객은 대부분 대시 버튼으로 주문할 수 있는 브랜드 제품 외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 고객이 오프라인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쇼핑하면 경쟁사 제품을 고를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대시버튼을 채택한 기업은 고객을 경쟁사와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아마존은 대시를 통해 소비자 구매패턴에 관한 정보를 획득한다. 온라인 유통 기업들이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시는 아마존의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 어떤 카테고리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지 등 개인 맞춤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개인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앞으로 어떤 상품을 이용할지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아마존 대시 버튼이 큰 성공을 거두고 고객 정보 확보에 유리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유사 서비스를 채택한 국내 기업도 등장했다.

▲ 11번가 '꾹' 소개 페이지, 출처=11번가

대시버튼 미투(me too) 전략을 채택한 기업?

지난해 9월 SKT와 11번가는 스마트 버튼 ‘꾹’을 출시했다. 대시버튼과 비슷한 8cm의 작은 크기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주문·결제·배송까지 완료된다. 꾹을 이용하기 위해서 SKT의 스마트폰용 앱 ‘스마트홈’으로 자주 주문하는 생필품 항목과 수량, 결제 방법, 배송지 등을 지정해야 한다. 버튼당 3가지 제품을 지정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 누르면 간편하게 배송까지 완료된다.

옥션은 지난해 5월 버튼 형태는 아니지만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A.태그’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에서 NFC 모드를 켠 후 A.태그에 터치하면 주문이 가능하다. 냉장고, 보드 등에 붙일 수 있어 자주 이용하는 생필품을 바로 주문할 수 있다. 회사측은 출시 한달만에 A.태그를 출고량이 15만개 돌파했다고 밝혔다. 티켓몬스터도 2015년 11월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을 NFC 태그에 대면 상품이 티몬 앱 장바구니에 담근다. 스마트폰을 대는 동시에 앱이 자동으로 실행되기 때문에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결제 버튼만 누르면 주문을 완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