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현대·기아차 양재사옥 전경 / 출처 = 기아자동차

기아차는 27일 서울 본사에서 2017년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판매 64만1686대 ▲매출액 12조8439억원 ▲영업이익 3828억원 ▲당기순이익 765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이 1.5% 올랐지만 판매 6.2%, 영업이익 39.6%, 당기순이익  19.0% 빠졌다.

기아차의 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중국 ‘불안’ 신흥국 약진으로 상쇄

기아차의 1~3월 판매는 64만168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감소했다.

중국과 미국에서 부진했다. 현지판매 기준 중국의 판매는 약 8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6% 급감했다. 미국 수요도 12만8000대로 12.7% 떨어졌다.

미국 시장에서는 니로의 신차 효과가 나타났음에도 볼륨 모델 노후화 등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구매세 지원 축소, 사드로 인한 한-중 관계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판매도 12만1000대로 지난해 대비 5.1% 줄었다. 현대차는 그랜저·쏘나타 등이 신차효과를 발휘해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늘었지만 기아차는 주요 모델이 노후화한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유럽에서 12만5000대로 수요가 13.0% 늘었고, 러시아(3만5000대, 19.5%↑), 중남미(5만1000대, 28.7%↑) 등 신흥국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 판매 하락폭을 줄였다.

공장별 전체 실적을 살펴보면 국내공장 판매는 37만7315대로 1.8% 감소했다. 내수 수요가 줄었고, 일부 물량이 멕시코 공장으로 생산 이관된 것이 생산량 감소의 배경이다. 해외공장에서는 멕시코 공장 생산 확대 및 유럽 시장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국 판매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2.2% 감소한 28만1017대를 판매했다.

매출은 오르고 영업이익은 떨어지고

매출의 경우 원화 강세 등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RV와 같은 고부가가치 차종을 많이 팔아 전년 대비 1.5% 늘었다.(12조8439억원)

반면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로 내려가면서 불안감이 높아졌다.

영업이익률 또한 전년 대비 2.0% 포인트 감소한 3.0%로 집계됐다.

판매관리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의 1분기 판관비 비율은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해 판관비는 2조8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7.5% 많아진 금액이다.

기아차 IR 담당자는 컨퍼런스콜 자리에서 “영업이익이 2510억원 가량 감소했는데, 주요통화의 약세, 미국 내 경쟁심화로 인한 판촉비 증가, 중국 부진 등이 타격이었다”며 “최근 세타엔진 리콜과 관련해서도 1600억원 가량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인 것은 유럽 및 신흥국 판매가 늘고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반기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져 신흥시장이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中·美 활로 찾아라

올해 1분기 기준 기아차의 주요 지역별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 18.8%, 중국 13.9%, 미국 19.9%, 유럽 19.5% 등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에 비해 중국 비중이 낮긴 하지만 미국-중국이 핵심 시장이라는 점은 동일한 셈이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판매 저하에 대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기아차 실적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을 미국에서 찾고 있다. 쏘울, 쏘렌토 등 주력 RV들이 비교적 노후화한데다, K5(옵티마) 등 주력 차종이 버티고 있는 승용차급 수요가 10% 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기아차 IR 담당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장 2분기부터 재고 축소 및 효율적 판촉비 관리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판매 호조가 이어지는 유럽·신흥국 등에 일부 물량을 돌릴 수도 있다”며 “멕시코 공장 등도 가동률을 조정해 재고관리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판촉비 관리 등에도 신경쓰고 분위기를 타고 있는 니로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 신차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후륜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는 하반기 미국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중국의 경우 개별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특히 기아차는 사드보복이 본격화한 3월 이전에도 일부 딜러와의 갈등 등을 겪으며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아차 IR 담당자는 “무리한 생산판매 지양하고 재고부담을 해소하는 데 일단 주력할 계획이다. 원가절감 등 병행해 가동률 하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KX7, K2크로스 등 신차 투입 및 하반기 소형차인 페가스 등을 출시해 판매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딜러망 확보와 체질개선 작업 등도 병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어려운 경영여건 속 해결책으로 ▲신흥 시장 공략 강화 ▲신차 효과 극대화 ▲RV 차종 비중 확대 등을 제시할 방침이다.

중장기전략의 핵심, 인도 시장 진출

기아차는 이날 인도공장 투자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회사는 ▲인도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고 ▲공장 건설 없이는 판매가 힘들며 ▲이미 공장을 보유한 현대차와의 시너지 효과 등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기아차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의 1분기 실적을 방어해준 시장도 인도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완성차 관세율은 약 60%에 달한다.

기아차는 27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州(Andhra Pradesh) 아난타푸르(Anantapur) 지역에 공장 건설을 최종 확정하고, 인도 현지에서 투자계약 체결식을 가질 예정이다. 약 11억달러를 투자해 216만㎡(65.5만평)의 부지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공장은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19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며, 생산 차종은 현지 전략형 소형 승용 및 SUV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기아차의 인도공장 투자 결정은 인도 경제 및 자동차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전망뿐만 아니라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따른 유리한 투자 환경 등을 적기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도 자동차시장은 지난해 기준 생산 417만대, 판매 337만대로 세계 5위의 자동차 신흥 대국이다. 지난해 역시 주요국들 중 가장 높은 7%의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 버금가는 13억 인구에,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32대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기아차 IR 담당자는 “기아차 인도 공장은 올 4분기 착공에 들어가 2019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께는 완전가동 30만대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량 대부분은 내수에서 소화할 예정이며 현지 전략형 SUV 등 모델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11억달러 규모 투자금은 올해부터 3년간 나눠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인도공장은 현대차 첸나이공장에서 북서쪽으로 약 390km 떨어져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가 20여년간 축적한 시장 경험·노하우 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물류 시스템 등도 최대한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도공장이 완공되면 기아차는 국내 159만대, 해외 226만대 등 총 385만대의 글로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해외생산 비중은 55%에서 58%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한편 기아차는 주가가 PBR 기준 0.5배 수준으로 저평가 중인데 이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냐는 질문에 “미국·중국 등이 어렵기도 하지만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주가를 묶는 원인으로 보인다”며 “통상임근 관련해서는 5월말께 회사에서 최종 변론이 예정돼 있다. 이미 상당 수준 기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하반기 스팅어 출시와 RV 라인업 확대, 신흥국 중심 판매 개선 등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