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7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9조9000억원에 매출 50조5500억원이다. 메모리, 디스플레이 가격 강세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부품 및 세트 사업의 호조가 훈풍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조2000억원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13.4%에서 19.6%로 수직상승했다.

전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다소 줄었으나 영업이익이 늘어난 지점이 눈길을 끈다. 일종의 체질개선적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반도체의 호조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6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명실상부 최고의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장기호황의 초입에 들어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고무적인 성장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로드맵은 여전하고, 하반기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물량 공급 및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가 있는 지점은 냉정하게 대비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IM부문의 경우 숨 고르기에 돌입하고, 하반기 애플을 비롯한 다양한 프리미엄 라인업이 등장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대목은 변수로 꼽힌다. 가전의 경우 계절적 요인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이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실적도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 인수 절차가 완료된 3월 11일 이후의 실적만 반영돼 규모는 크지 않다는 후문이다. 2분기 실적부터는 하만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별도로 제공할 방침이다.

▲ 삼성전자 실적. 출처=삼성전자

반도체 홈런, 디스플레이 견고
삼성전자의 효자로 부상한 반도체의 경우 영업이익 6조3100억원, 매출 15조66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신화가 다소 휘청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주력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히는 분위기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장기호황과 보폭을 맞추며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각오다.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강세 속에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와 데이터센터 D램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증가됐다. 전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다. 시스템 LSI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바일 AP 판매 확대와 응용처 다변화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엑시노스를 비롯해 다양한 실험이 성공했다는 평가다.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4TB 이상 서버 고용량 SSD와 64GB 이상 모바일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48단 V낸드 공급을 확대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D램은 플래그십 스마트폰향 LPDDR4·LPDDR4X와 데이터센터 서버용 제품의 강세와 10나노급 공정 확대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지속 확보해 전분기 대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호조세는 2분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에는 계절적 성수기와 모바일 신제품 출시 영향 등으로 견조한 시황이 예상되지만 업계 3D 낸드플래시 공급 확대 등으로 수요와 공급의 상황이 변동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도시바 인수전의 결과에 따라 시장 자체가 출렁일 수 있고,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조건이 출렁일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10나노급 D램과 64단 V낸드플래시 확대를 통해 안정적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전망이다. 나아가 평택 반도체 라인 중심으로 V낸드플래시 투자에 집중해 수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고용량 스토리지 시장에 대응하는 한편 미세 공정 기술 등 라인업 솔루션으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시스템LSI 사업은 1분기 플래그십 스마트폰향 AP 판매 확대 뿐만 아니라 14나노 기반의 중저가 AP의 수요 견조세가 이어졌고, 2분기에도 증가하는 10나노 모바일 AP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 LSI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 전체 반도체 경쟁력에서 시스템LSI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필요해 보인다.

디스플레이도 튼튼한 성장세다. 영업이익 1조3000억원에 매출 7조2900억원을 기록했다. 플렉서블 OLED의 판매 증가와 UHD와 대형 중심의 고부가 LCD 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분기 OLED는 세트 업체의 OLED 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 고객의 플렉서블 제품과 외부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방침이다. 중소형 OLED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 디스플레이 경쟁의 추이도 밝다.

숨 고르기 갤럭시, 계절적 요인 가전
1분기 IM부문은 영업이익 2조700억원, 매출 2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A 신모델 출시와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전분기 대비 스마트폰 판매량은 소폭 늘었으나, 갤럭시 S7과 S7 엣지 판매가 인하 영향 등으로 실적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의한 반대급부로 중저가 라인업이 시장 점유율 방어에 성공했으나 이를 가능하게 만든 마케팅 비용 등이 대거 들어갔다는 뜻이다.

2분기에는 갤럭시S8 호조세로 프리미엄 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지만 중저가 라인업 판매가 다소 주춤해 전체 판매량은 1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8의 성적이 올해 2분기를 넘어 3분기까지 성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전사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네트워크 사업은 신규 LTE 시장 사업 수주와 주요 사업자를 대상으로 차세대 네크워크 사업 본격화, 5G 기반의 무선 브로드밴드 서비스 공급을 추진해 매출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CE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 3800억원, 매출 10조3400억원을 기록했다. TV의 경우, 퀀텀닷 TV와 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늘었으나, 패널 가격 상승과 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계절적 요인이 변수인 분야이기 때문에 나름의 호흡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생활가전은 매출 기존 소폭 상승했으나 북미 B2B 시장 투자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2분기 TV 사업은 QLED TV 중심으로 신모델 본격 판매와 UHD와 커브드 TV, 초대형 TV 등 고부가 제품 라인업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확대와 영업 이익 개선에 노력할 계획이다. 더불어 성수기인 에어컨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플렉스워시 등 신제품의 성공적 론칭을 통해 실적 개선에 주력할 예정이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TV 사업의 경우 QLED TV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판매를 지속 확대하고, 생활가전은 B2B 사업 강화, 프리미엄 혁신제품 판매 확대와 더불어 유통과의 협력도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 창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삼성전자 세탁기. 출처=삼성전자

앞으로 어떤 전략 보여줄까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대부분의 실적이 반도체 및 부품에서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명실상부 B2B 기업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이 부분도 방심하면 위험하다. 하반기에 메모리 사업의 경우 업계의 3D 낸드플래시 공급 증가 가능성이 있고, OLED 사업도 중저가 OLED는 LTPS(저온폴리실리콘) LCD와의 경쟁 심화 리스크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효자인 부품도 치열한 경쟁에서 자신의 존재를 또 증명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IoT, AI, 전장 사업 부상 등 IT 업계의 급격한 변화 속에 부품 사업 내 메모리, SoC, 센서 등 고성능·저전력 칩셋 수요 급증과 플렉서블 OLED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세트 사업 또한 클라우드, AI, 스마트홈 등 소트프웨어와 연결성(Connectivity)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사업 기회 확대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 갤럭시S8.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한편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에 9조8000억원을 집행했으며 반도체에 5조원, 디스플레이에 4조20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올해에는 V낸드플래시, 시스템LSI와 OLED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대비 투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지주회사 전환을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중립적인 입장에서 외부전문가들과 전략, 운영, 재무, 법률, 세제, 회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주회사 전환 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전반적으로는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한 부분도 부담이다.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금산법과 보험업법이 규정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부분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 계획도 나왔다. 현재 삼성전자 자사주는 보통주 17,981,686주와 우선주 3,229,693주이며, 전체 발행주식수의 13.3%(보통주 12.9%, 우선주 15.9%)에 해당된다. 앞으로 2회에 걸쳐 분할 소각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계획이다.

1회차로 오늘 보통주 899만여주와 우선주 161만여주를 소각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고, 잔여분은 내년 중에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