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현금 지출보다 현금 보유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역류 정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친기업적 정책을 이행할 것이라는 희망이 쇠퇴하고 있는 신호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세제 개혁, 규제 철폐, 인프라 지출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이 미국 기업들의 투자 증대를 이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시행한 금융전문가협회(AFP) 설문 결과에서는, 현금 보유를 늘리기 보다는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기업이 많았지만, 3개월이 지난 이번 설문에서 기업 재무 담당자의 대다수가 그러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지 않았으며, 앞으로 현금 보유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크레이그 마틴 AFP 기업 프로그램 소장은 "지난 1월에는 새 행정부의 성장 계획에 크게 고무되었지요. 기업의 현금 지출과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브레이크를 밟은 것입니다.”고 말했다.

AFP가 조사한 미국 기업들의 현금 잔고 기대지수는 플러스 3을 기록해, 3개월 전의 마이너스 7에서 크게 뛰었다. 이 지수는 현금보유를 늘리겠다는 기업과 줄이겠다는 기업 사이의 격차를 의미한다.

지난 1월 설문 결과와는 달리, 실제로 현금 잔고를 줄였다고 답한 기업이 27%였고, 현금 잔고를 유지한 경우는 32%, 늘린 경우는 41%였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투자 열기를 간파할 수 있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기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Factset)에 따르면, 지금까지 S&P 500기업의 5분의 1이 실적을 발표한 시점에서, 실적이 시장 예상을 상회한 경우는 85%로 이 시기 평균인 66%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번 실적 발표 기간 중,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가 현저히 줄었고 이전보다 신중한 낙관론을 표명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CEO는 지난 주 분석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헬스케어, 세금, 무역 개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합니다.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미국에서 언제 완전히 이행될 것인지, 그리고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언제 회복될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전개될 지 지켜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