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부실할 경우 주주들뿐만 아니라 채권자도 손실을 부담하는 베일인(Bail-in) 제도의 국내 도입이 추진되면서 금융당국의 부작용 최소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손실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등 은행 자금조달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베일인 적용대상을 폭넓게 규정해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 은행들 스스로 신용도 보강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베일인 도입시 조달비용 최대 100bp 상승…신용등급 하락 우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4일 ‘해외 베일인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내 베일인 제도가 도입될 경우 조달비용이 최소 4bp에서 최대 100bp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부실 금융사들의 구제금융을 위해 베일아웃 제도를 이용했다. 공적자금(외부자금)을 투입해 부도를 막고 구조조정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베일인 제도는 공적자금 투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은행 내부의 자금을 통해서 정상화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때문에 은행주주 뿐만 아니라 채권자도 같이 손실을 분담하게 된다.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당 은행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금(투자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은행채에 대한 매력이 하락하고, 자금조달여건이 악화되는 부작용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결국 은행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

베일인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conversion)하거나 상각(write-down)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적용순위는 주주, 후순위채권자, 선순위채권자, 담보채무자순으로 채권 우선순위를 준용해 적용된다. 예금은 우선변제권 인정여부에 따라 예금의 베일인 적용 순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FSB경과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FSB회원국 24개국 중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이 도입했다.

김 연구원은 “베일인 제도 도입으로 인해 해외은행들의 선순위채권 신용등급이 1~5단계 하락, 특히 은행지주의 자금조달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면서 “2015년 들어 선진국에서 베일인 제도가 입법화되어 채권자 손실분담이 확대되자 피치 등 신평사들은 유럽 및 미국은행의 신용등급을 대폭적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ING 및 도이치뱅크의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DZ뱅크는 Aa2에서 Aa3으로 하락했으며 아메리카은행은 A-에서 BBB+로, JP모건체이스는 A에서 A-로 떨어졌다.

▲ 출처=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혜미 연구원은 “은행지주의 채권자가 우선적으로 손실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된 경우 지주의 신용등급이 은행보다 더 크게 하락한다”면서 “Credit Suisse그룹의 지주·은행 선순위채 신용등급은 2007년 1월 두 회사가 동일한 Aa3였으나 2015년 9월 은행 선순위채는 A1로 1단계, 지주는 Baa2로 4단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에도 베일인 제도가 도입될 경우 암묵적 보증 축소로 은행의 조달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베일인이 도입될 경우 은행(지주)의 은행채 신용등급 하락으로 귀결되면서 조달금리 상승 등 자금조달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해외은행 수준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할 경우 은행채 AAA 10년물('17.3월 말 기준) 금리는 최소 4bp에서 최대 100bp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러나 국내 은행의 자본비율이 14% 내외 수준을 유지하는 등 양호한 손실흡수력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은행채의 신용등급이 5단계까지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지주(대형은행)에 한정해 베일인이 도입되면서 대형은행들과 중소은행(베일인 미대상) 간 규제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대형은행 예금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 출처=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적용대상 폭넓게 규정해 파급 최소화…“예금 우선 변제권 시급”

김 연구원은  “경기 부진과 저금리로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부진한 상태에서 금융당국은 새로운 규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금융당국은 담보부채권, 예금 등 베일인 적용대상을 폭넓게 규정해 파급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예금에 대한 우선변제권 도입이 필요하다“며 ”예금에 대한 우선 변제권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베일인이 실행될 경우 예금액의 일부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들이 선제적인 은행채 발행 및 자체 신용도 보강 등을 통해 베일인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나아가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은행(지주)들은 베일인 도입으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 예측되는 만큼 1~2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의 선발행을 적극 검토할 필요하다”면서 “이익 누적을 통한 자본확충,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의 신용도 보강을 통해 베일인 도입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