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원치 않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축구 국가대표팀은 사드 보복 논란 속 치른 중국과의 A매치에서 패배를 당했다. 민간 차원의 물밑 교류가 절실한 이 시점에 IT 강국인 한국과 중국이 드론 사진을 놓고 흥미진진한 일전을 벌이는 등 유의미한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 스카이픽셀이 주최한 2016 세계 드론 사진 콘테스트 포스터(위). 주요 입상작(아래) 중 왼쪽 하단의 드론 사진이 대상을 받은 중국 사진가 정거의 작품 ‘그물을 닫는 어부’이다. 출처=스카이픽셀, KIPF

드론의 가장 큰 무기는 눈이다. 눈을 가진 뒤로 드론의 진화는 거침이 없다. 얼마 전에는 아마존과 피자헛에 이어 스위스의 국영업체인 스위스 우체국도 미국의 드론 제작 스타트업인 매터넷(Matternet)과 함께 드론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전언에 따르면 이들은 3월 중순부터 약 2주간 70회 이상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매터넷 드론은 지름이 약 79㎝인 쿼드콥터로 약 1.8㎏까지 운송할 수 있고, 약 25㎞/h 속도로 움직인다. 스위스 항공국의 승인을 받은 스위스 우체국은 2018년까지 1차적으로 병원과 병원 사이를 오가는 드론 배송 시스템을 정규 편성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드론의 판매량은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 내 드론 판매량이 1년 새 117%나 늘어났다. 특히 300달러 이상 드론이 4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전문가들이 드론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군사 목적에서 민간, 상업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온 드론의 활약상은 비단 물류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막이나 오지에서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한 정보통신 분야에 페이스북 등이 가세했고 살충제 배포, 재난 구조, 재해 예방, 대기 관측 같은 농업과 공공 분야도 점점 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동 수단으로서의 드론 또한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이나 영화 촬영, 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드론이 활약한 지도 오래되었다. 기자가 접근하기 힘든 지역이나 항공에서 중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보도 사진을 확보하거나 영상을 찍는 드론 저널리즘을 넘어 최근에는 예술 분야에서도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사람이 아닌 새의 눈으로 세상을 담아 보여주는 드론 사진이 대표적이다.

 

▲ 드론 사진 한중전의 한국 대표로 나서는 곽풍영의 ‘Take a walk in the sky’가 새의 눈으로 본 세상을 보여준다. 출처=KIPF

주변에서 프로페셔널한 드론 사진을 볼 기회가 적어 아쉬웠는데, 오는 5월 드론 사진을 놓고 특별한 한중전이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한국 대표로는 드론 사진 초창기 멤버로 독특한 색채감과 공간 구성력으로 하이앵글의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곽풍영이 나서고, 중국에서는 스카이픽셀(Skypixel)이 주최한 2016 세계 드론 사진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정거(Zhèng gē)의 작품이 공개된다. 131개국 27000여점이 출품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정거는 중국 복건성의 작은 어촌인 하포(霞浦)의 김, 다시마, 조개 양식장과 새우잡이 모습을 드론으로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참고로 스카이픽셀은 세계 최대 드론 제작사인 DIJ의 항공사진 플랫폼이다. 잘 알다시피 세상의 모든 민간용 드론 10대 중 7대는 DJI의 것이다. 요즘은 팬텀과 인스파이어 시리즈 외에 접이식 드론인 매빅 프로 등의 인기가 그야말로 고공 비행 중이다.

 

 
▲ 독특한 아프리카 사진을 찍는 김병태(위),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호주의 캐서린 넬슨(아래) 등 국내외 100여 명의 사진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KIPF는 아트페어 형식으로 진행된다. 출처=KIPF

드론 사진 A매치는 오는 5월 19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이하 KIPF)에서 볼 수 있다. 4회째를 맞는 KIPF는 역사는 짧지만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 사진 축제로는 손에 꼽을 만하다. 올해는 다큐멘터리부터 컨템포러리한 사진까지 현대 사진을 관통하는 국내외 사진가 100여명의 작품 700여점을 전시해 규모와 내실을 더했다. 전시는 특별전과 본전시 부스전으로 구성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6개 섹션으로 구성된 특별전이다. 드론과 엑스레이 아트, 백두산 등을 주제로 한 흥미진진한 <포토그래프 A매치>전과 아프리카의 원초적인 자연의 모습에 매료되어 20년 이상을 한 곳에서 작업하고 있는 김병태와 2017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된 김영재 등이 포진한 <코리언 5 아웃스탠딩 포토그래퍼스>전이 대표적이다. 현대 사진의 트렌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 또한 볼거리다. 창의적인 표현력과 작업 방식의 막스 데 에스테반(스페인), 일차원적인 평면 사진을 움직이는 신개념의 앙리 클레망(프랑스), 수많은 이미지의 차용을 통해 현실과 우주 사이의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캐서린 넬슨(호주) 등이 참여했다. 국내 최고령 사진가 유동호(102세) 등 원로 작가 4명의 <사라지는 어제, 아련한 오늘>전도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한 가지 특별한 팁. 이번 KIPF는 처음으로 아트페어 형식으로 진행되어 전시된 모든 작품을 현장에서 착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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