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ture-Coexistence(자연-공존), 60.6×72.7㎝ Mixed Media, 2013

 

최구자(Choi, Goo-Ja)작가가 오래도록 내면에서 벼려온, 그리고 점수(漸修)를 통해 터득한 미의식의 결정체가 바로 (평화-共存)이다. 오랜 세월 관조해 온 세계의 원리를 이질적인 것, 혹은 모순적이거나 대립적인 것들의 공존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질적인 것이나 대립적인 것들의 공존이라는 것은 혼돈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세계상의 운행은 혼돈과 갈등을 딛고 도도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자연과 그 속의 생명은 더욱 신비롭고 가치 있는 것일 터, 작가의 화면은 세계에 대한 의미심장한 깨달음을 이모저모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 60.6×72.7㎝

 

2008년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있었던 KPAM미술제에 출품된 ‘평화-공존’ 연작들은 비교적 소품들이었다. 하지만 그 화폭들 안에서 실현된 밀도와 에너지는 소품이라는 물리적 크기가 무색할 대작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강렬한 배색도 그렇지만, 화면의 짜임새에서 구사되는 원이나 사각형 등의 기하적인 분할 내지는 구성들이 범상치 않은 내공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분할의 영토 안에는 패턴이나 질료, 마티에르, 효과, 색상, 오브제 등의 상이한 조합들이 현란할 정도의 복합적 원소들로 충만해 있다. 말이 공존이지 각 부분과 원소들은 서로 긴장감 넘치는 충돌을 일삼고 서로 반목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 45.5×53㎝

 

최구자(崔久子, CHOI GOO JA)작가는 평화의 본질을 다시 생각게 한다. 평화란 억지로 물리적인 통합을 시켰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이 세계의 모든 부분과 요소들이 서로 독립해 있고 서로 긴장 상태를 이루고 있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주에서 혹성들끼리 질서를 유지하는 원리도 서로의 궤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인력과 인력간의 긴장을 이루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긴장 속에서 서로 침해하지 않고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거, 그것이 평화의 본질이라는 깨달음을 화면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91×116.8㎝

 

태양과 비구름은 서로 다른 정체성의 개체들이지만 우리 지구라는 거에 대한 프레임 속에서 가치 있는 대립을 하곤 한다. 그렇다. 평화로운 상생, 그것의 본질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글=이재언(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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