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허브> 산드라 나비디 지음, 김태훈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작년 기준 전 세계의 억만장자는 1810명이다. 이들의 자산은 총 6조5000억달러. 전 세계 부의 약 7%다. 그중 540명은 미국에 살고 있다. 옥스팜에 의하면, 갑부 80명의 재산이 36억명의 재산과 같고, 특히 최고 갑부 8명은 세계 경제하위권 인구 50%가 가진 재산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단 1%의 금융기업이 전 세계 비즈니스의 40%를 좌우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들은 어떻게 이토록 엄청난 부를 획득했고, 어떻게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들 은행 CEO, 펀드 운용역, 억만장자 금융인들과 정부의 정책입안자까지 포함하여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최고의 인맥을 구축한 사람들을 ‘슈퍼허브’라고 지칭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슈퍼허브에게는 돈, 권력, 인재, 정보 등 모든 것이 연결된다. 슈퍼허브는 힘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금융 시스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슈퍼허브들이야말로 이러한 방법으로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기업 대출을 받는 대상을 결정해 어떤 산업이 번창할지, 어떤 일자리가 창출될지를 좌우한다. 또한 주택 대출을 제공하고 기업을 매수하거나 상장시킨다. 자산을 통제하고, 자본을 유도하며, 통화를 거래하는 과정을 통해 시장을 움직인다. 때로는 다국적 기업을 통제하고 특정 국가의 정치적 상황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슈퍼허브들은 경제예측이 필요 없는 셈이다.

이 책은 그동안 일반 대중은 전혀 알 수 없었던 ‘0.001%’ 슈퍼허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의 권력과 천문학적 액수의 자본력으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면서 글로벌 경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책에는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 골드만삭스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 시티그룹 CEO 마이클 코뱃, 블랙스톤 CEO 스티븐 슈워츠먼을 비롯해 조지 소로스, 클라우스 슈밥, 래리 핑크, 요제프 아커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빌 그로스, 레이 달리오, 래리 서머스, 벤 버냉키 등이 등장한다.

그중 블랙록의 창립자이자 CEO 래리 핑크는 기존 정보를 토대로 더 많은 가치 있는 통찰을 얻어내는 선도적인 첨단 위기 분석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는 단지 “정보에 접근하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면서 정보 허브가 되었다. 그가 생산하는 정보가 정교할수록 더 많은 자본이 모여들었으며,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기회도 커졌다. 2015년 기준으로 블랙록이 운용하는 자산은 4조7200억달러(5400조원)에 달한다. 작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387조원)의 14배에 가깝다.

책에는 슈퍼허브의 특성이 소개돼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명석한 두뇌와 최고 학벌, 유대감을 형성하는 정서지능과 사교성, 탁월한 영업력, 변화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상황지능,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 실패를 교훈으로 일어서는 열정적인 끈기, 강한 자신감과 자존심 그리고 때로는 편집증적인 집중력 등을 갖췄다. 그들은 대체로 극단적으로 경쟁심이 강하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도전해 우위를 취해 선두에 선다.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과도한 노력을 쏟아붓고, 이로 인해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권력 추구’는 슈퍼허브의 필수적 성향이다.

뉴욕대 더글러스 러시코프 교수는 “우리가 이용하는 시스템이 돌아가는 양상을 모르면 시스템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한 “지금의 시스템은 과도하게 편중되어 기회, 정보, 부의 격차를 초래하고 있고,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면 무너질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