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폭등의 이유와 위기

18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대세론에 안주하는 사이 안철수 후보가 바짝 따라붙은 것이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가 앞선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흥분하고 민주당은 당황한다. 일부 평론가는 2012년 안철수 현상이 다시 재현됐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최근 안철수의 지지율 폭등 현상은 안철수 현상의 재현이 아니다. 그러므로 안철수나 국민의당이 흥분할 이유는 없다. 다만 문재인, 홍준표 후보는 반성할 대목이 많다.

최근의 안철수 지지율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홍준표의 실책이다. 홍준표는 선거전 초반부터 막말 파문을 불러 일으키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대장은 뇌물 먹고 자살한..’ ‘OOO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 어법은 거칠지만 말의 내용은 보수 취향에 딱이다. 그러나 항상, 성공이 실패를 낳는다.

보수 후보는 말하는 내용도, 말하는 방식도 모두 보수적이어야 한다. 한국 보수의 주류는 TK, PK서부, 충청 지역으로, 아직도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와 온화한 불교 정서가 지배적이다. 그들은 품격있는 대표를 원한다. 반기문과 황교안의 불출마로 갈 곳 잃은 전통 보수는 언사가 거친 홍준표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이 문재인을 피해 안희정을 거쳐 안철수로 옮겨간 것이다. 지지율로 환산하면 15% 이상 될 것이다.

다음 반문 세력이 적극적, 조직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탄핵정국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 친박의 핵심 인사인 김관용 경북지사까지 포함돼 있다. 그러니 김종인이나 김무성, 정의화, 정운찬 그리고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반문연대(필자는 anybody but Moon의 두문자를 따서 ABM 연대라 부른다)를 추진한다 해서 놀랄 일은 전혀 없다. 그들 모두 나름 인맥도 있는 명망가들이다.

 

문재인의 때늦은 각성

한편 전략적으로 안철수는 영리했고 문재인은 현명하지 못했다. 지역 기반이 안철수는 호남뿐이고, 문재인은 전국적이다. 당내 경선 득표수와 호남 의존율을 비교하면 금방 입증된다. 안철수는 전체 득표 12만 4천의 44%를 호남에 의존했지만, 문재인은 7배나 되는 93만 6천 표를 얻었고 호남 의존율이 11%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호남 대회전은 안철수에게 절대 유리한 게임이다. 호남 좁은 땅의 5만 명이 한반도 전체 93만 병력을 상대하는 그림이다. 문재인 캠프의 전략적 실수가 안철수를 키워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철수는 이번 대선 전 들어 한번도 제대로 검증을 받지 않았다. 본인은 공격받지 않으면서 문재인을 공격하는 편안한 선거운동을 해 왔다. ‘짐승 발언’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대선전에서는 지지율 20%을 돌파하면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된다. 그런데 안철수가 20%를 넘기는 시점, 공교롭게도 문재인은 당내 경선 막바지였고 떠오르는 안희정을 견제하기 바빴다.

홍준표의 전략적 오류

홍준표의 전략적 실책이 특히 심각했다. 안철수가 20%를 넘길 즈음, 홍준표는 안철수를 집중 공격했어야 했다. 중도 보수층을 자신에게로 끌어왔어야 했다. 홍준표는 아무런 실익없이 유승민, 김진태와 말다툼하느라 안철수를 놓쳤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20%나 뛰는 사이 홍준표의 지지율은 10% 부근에 묶였다. 결국 안철수는 아무런 검증 없이 30%대로 진입해 버렸다.

어차피 홍준표로 안 된다고 생각하면 보수는 차악(次惡) 안철수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홍준표의 전략은 단 하나, 안철수 공격이다. 문재인도 마찬가지다. 안철수의 상승세를 꺾지 않고는 안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번 1주일은 1987년 이후 보기 힘든 거센 검증 공세가 안철수를 상대로 벌어질 것이다.

얼치기 좌파라거나 조폭 연루설 같은 확증 없는 공격으로는 타격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정치 입문 5년 만에 벌써 몇 차례 당적을 옮긴 ‘철새 전력’, 윤여준, 김종인, 최장집, 법륜같은 멘토와 불편하게 헤어진 전력이 숨기고 싶은 안철수의 ‘과거’ 아닐까? 안철수는 과연 포화를 견뎌낼 맷집이 있을까? 안철수 캠프가 네거티브를 제대로 수비해 낼까?

안철수의 지지율은 안철수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물론 문재인의 지지율도 문재인의 비전을 지지한 결과는 아니다. 안철수의 지지율은 아직 조직화되지 않았고, 문재인의 지지율은 조직화된 지지율이라는 차이는 있다. 분명한 것은, 열흘 사이 20% 오른 지지율이라면 열흘 사이 20% 폭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주가 기독교 최대의 축제인 부활 주간(파스카 축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