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파문을 크게 미칠 블라인드 데이트”

양국간의 결속과 외교 관계의 안정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6일(현지시간) 처음 만나는 역사적 사건을 CNN은 이렇게 표현했다. 

경험, 기질, 글로벌 전망에 대해 판이한 차이를 보여 온 양국 정상이 서로 만나기 위해, 두 나라는 먼 길을 돌아왔다.

성급하고 저돌적인 성격의 정치 초년생인 트럼프 대통령은 성급하고 저돌적인 성격의 정치 초년생으로, 선거 운동 때부터 정책 디테일보다는 중국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 미국 경제를 ‘약탈’했다고 비난했고 지구 온난화는 미국 제조업을 망치게 하려는 중국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임자인 후진타오 주석보다 화두에서 벗어나는 경향이 강한 시진핑 주석은, 술수와 기만이 판치는 공산당 정계에서 수 십년을 보낸 노련한 정치인으로, 사용하는 단어나 언어가 매우 외교적인 중국 정치인의 전형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시주석은 지난 수십년 내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의 입지를 구축했고, 국내에서뿐 아니라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입김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매우 불안정하다. 취임 초 대통령으로서 그의 인기는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취임 전후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탈퇴 결정은 지지자들 사이에선 승리로 보였을 지 모르지만, 아시아의 눈에는 미국의 영향력 약화 조짐으로 보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은 6일 트럼프의 초호화 클럽 마라라고에서 마주 앉았다. 두 정상은 적어도 한 가지 공통의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복잡하게 고여 있는 각국의 국내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시진핑이 원하는 것

시주석은 첫 5년 집권 기간 중에 견고한 장악력을 구축했지만, 올 가을에 열리는 공산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집권 2기 자신의 권력을 더욱 확고히 하려는 계산이다.

따라서 그에게는 국제 관계나 시장이 흔들려 자신의 정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원활한 정상회담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힘이 커가고는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는 중국 지도자로서 여전히 중요한 유산이며, 비록 그가 강력한 권력을 거머쥐긴 했지만, 부정 축재한 공산당 간부들에 대한 반부패 캠페인으로 인해 정적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지도자와 협조적인 모습이 그에게는 적지 않은 보탬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대해 중과세 하겠다는 위협을 여러 차례 표명했기 때문에, 시주석은 어떻게 해서든,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무역 전쟁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그런 무역 이슈나 중국이 북한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뜨거운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시주석으로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회담의 분위기는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만일,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중국의 부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밀리거나 체면을 구기는 것처럼 보인다면, 회담은 어려워 질것”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

트럼프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적인 것이 되어야 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그의 취임80일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바로 자신이 벌려 온 행동, 말, 트위터 때문이다. 그가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온 세계가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외국 지도자들은 그가 대통령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신호가 발생할 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 만든 정치적 함정에 빠져 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 (적자)관계를 뒤집겠다는 자신의 선거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도 중국과의 관계를 ‘불평등’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것이 이번 회담의 암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다음 주 중국과의 회담은 매우 어려운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거액의 무역 적자를 떠 안을 수 없다.”

트럼프는 또 중국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중국이 반대할 수도 있는 조치를 미국이 직접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른 부문에 있어서는 유화적인 접근 방법을 보였다. 그는 취임 첫날에 중국을 통화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않았고, 무역 흐름의 불균형을 되돌리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또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 정책에 동의해 달라는 중국의 요구에 순순히 따라 주었다.

또한 남지나해 영토 분쟁에 대한 중국의 무력 개입에 대한 수사도 부드러워졌다. 렉스 틸러슨 미국무장관은 이 지역에 대한 중국 봉쇄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 득일까 실일까?

사실, 세계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정확히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외교문제 칼럼니스트인 기드온 라흐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재로서 미국의 방향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게 되겠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즉 미국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또 지난 수 십년간 미·중 관계를 정의해온 외교 프레임을 고수할 지 등에 대해 중국이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는, 트럼프의 무경험과 장기 대책이 없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트럼프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중국에 다녀 온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처럼 중국 지도층도 트럼프를 파악하기 위해 아직 애쓰고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은 처음에는 트럼프를, 선거 기간 중 거친 말을 일삼았지만 일단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중국에 대해 전통적인 입장을 취하곤 했던 이전의 공화당원과 같은 부류로 보았다. 사업가로서 그의 과거 행적으로 보아 협상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이(이는 미국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중국 지도층에 충격을 주었고, 처음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결국 미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전에 딕 체니 부통령실에서 일했던 프린스턴 대학교의 에이아론 프리드버그 국제정치학 교수는 ”중국 관점에서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중국은 새 행정부가 이전 행정부보다 더 까다롭고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가이자 실용주의자라고 말하고 있지요.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념주의자라기 보다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그래서 협상이 가능한 사람으로 보고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