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에도 '밀당'이 있다? 출처= 픽사베이

밀당은 ‘밀고 당기기’의 줄임말로 남녀관계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심리 싸움이다. 이는 서로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어느 한 쪽이 너무 밀거나 반대로 당겨서 균형이 깨지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케팅에도 ‘밀당’이 존재한다. 재미있게도 그 기법의 이름도 표현 그대로 밀고(Push), 당기는(Pull) 마케팅이다. 여기에서 밀거나 당기는 주체는 기업 혹은 소비자다.

▲ 푸시/풀 마케팅 전략의 도식화 비교. 출처= 위키피디아

선택권을 누가 가졌는가

푸시 마케팅과 풀 마케팅의 결정적인 차이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을 어느 쪽이 제시하는가가 결정한다. 푸시 마케팅의 경우, 기업이 자신들이 생산하는 브랜드나 제품을 알리기 위한 목적을 소비자들의 수요나 요구를 반영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는 규격화에 의한 대량생산, 대량공급으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밀어 넣는’ 형태로 나타난다. 반대로 풀 마케팅은 고객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 과정에 고객을 깊숙하게 끌어들인다. 

푸시 마케팅, 대리점 갑질 논란의 원인?

푸시 마케팅은 공격적 물량 공급을 통해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이다. 즉 어느 판매처에 가도 진열대에 배치돼 있어 소비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브랜드(혹은 제품)가 되도록 한다. 즉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푸시 마케팅에서 최대치 생산은 무엇보다 중요한 필수 조건이다. 이러한 방법은 소위 절대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업체들이 활용하면 그 효율성은 가장 극대화된다.

그러나 푸시 마케팅에는 가장 큰 단점이 있다. 수요의 반영을 배제한 일방적 물량 공급으로 중간 단계 상인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과도한 푸시 마케팅으로 문제가 된 사례들은 이따금씩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곤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논란이다. 

몇 년 전 SNS에서 폭로된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통화 내용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통화에서는 제조업체 본사에서 목표한 일정 수준의 재고 물량을 발주하지 못하거나 판매하지 못하는 대리점주에게 영업사원이 강제로 물량을 떠넘기면서 온갖 욕설과 협박이 난무하는 ‘갑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는 본사가 대리점들에게 강제로 물량을 밀어내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었다. 이것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즉, ‘남양유업법’이다.    

풀 마케팅, 기업과 소비자의 유대(紐帶)

풀 마케팅은 제조업체가 최종소비자들을 상대로 직접 진행하는 적극적 판촉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면 대리점이나 중간 단계 유통업체들도 자발적으로 제품을 취급하게 된다.

▲ 전자기기 업체의 제품 체험공간도 일종의 풀 마케팅이다. 출처= 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제조업체들이 풀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면 대중광고와 최종소비자 대상 판매촉진의 비중이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풀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제품들은 개발 전부터 철저하게 고객들의 수요를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대대적 판촉 및 광고활동으로 인한 비용 부담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풀 마케팅은 판촉을 통해 고객들을 마케팅 과정에 깊숙히 관여시키면서 고객과의 유대 관계를 구축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품 코너의 무료 시식 부스, 혹은 IT 전자기기 업체들의 체험 공간 마련 등은 풀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다. 

푸시 + 풀 = 하이브리드 전략 

과거에는 업체들이 각자가 속한 입장에 따라 푸시와 풀 마케팅 중 한 가지를 선택적으로 반영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 향상 및 선호의 다변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두 마케팅의 요소를 적절하게 섞은 하이브리드(Hybrid)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푸시 마케팅의 적극적 생산의 방식을 택하되 과도한 물량의 생산은 지양(止揚)하면서 풀 마케팅의 판촉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다.    

CRM 업체 메타밸류의 이상종 대표는 “생산 업체와 대리점 그리고 소비자들의 정보 공유가 활발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푸시 마케팅이 효율적인 방법으로 여겨졌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제품 유통 환경에 대한 모든 정보가 오픈됨에 따라 풀 마케팅의 개념이 점점 대두됐다”며 “성공적 판촉과 원활한 제품 공급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어느 한쪽의 전략만을 추구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짐에 따라 각 전략의 장점을 적절하게 섞는 하이브리드 전략은 유통 경영에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