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연매출 10억 남짓의 중소기업 사장을 만났습니다. 3년여 만에 만나는 자리라 정말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그 반가움은 잠시 뒤 한탄과 걱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대기업 임원으로 은퇴 후에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스스로 창업했습니다. 요즈음은 매일 매일이 막막하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나라는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습니다. 안양의 아파트형 공장에서는 중기 사장들이 서로 서로 대비를 해야 한다며 그때부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중소기업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오래도록 업을 해온 중소기업들이 발 빠르게 구조조정을 했다고 합니다. 소용돌이의 시작을 그들은 내수경기 침체의 시작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났을 때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지금부터는 국면전환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문을 주는 기업들은 일단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보자고 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앞으로 3개월을 또 무대책으로 살아가야 하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물론 무대책이 아닙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어다닌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새로운 일을 찾기란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아파트공장에 입주한 중소기업에게 ‘수입 없는 9개월’을 견딜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6개월 유보금은커녕 3개월 유보금도 없는 기업이 태반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9개월이라니 결국은 줄일 걸 모두 줄이고 견디고 있지만 언제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문에 나듯이 4월 위기설은 자신에게는 4월 부도설처럼 들린다고 했습니다. 4월에 영세중소기업들이 많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거라 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생존을 걱정해야만 하는 봄날이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은 선거가 끝나면 봄 눈 녹듯이 다시 살아갈 날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었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불과 30여일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대통령 선거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초연결시대라고 합니다. 기존 산업을 연결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4차산업혁명이라고 합니다. 산업과 산업을 연결하고 기업과 기업을 연결합니다. 구글이 택배를 하고 신선식품 배달사업을 하는 것도 4차산업혁명입니다. 기존에 갖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다른 사업군과 연결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니 이미 존재하는 것을 더욱 업그레이드하는 걸 4차산업혁명이라고 합니다. 연결이 가능한 것은 최대한 연결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자는 의미입니다. 일견 외형적으로 보면 문어발 확장이라고 해도 될까요. 연결의 방법은 전략적 제휴든 인수합병이든 다양한 형태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종의 관계는 존재합니다. 플랫폼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주인공인 셈입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4차산업혁명이 시작됐습니다. 이 흐름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회마저 잃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전쟁은 역시 글로벌 시장이 주무대입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지구촌을 자기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 우리들의 정서는 여전히 과거의 아픔에 사로잡혀 있는 듯합니다. 여전히 좌우 대립의 앙금이 남아있습니다. 대선 후보주자들은 경제보다는 여전히 과거의 정치적 이슈를 살려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도 경제는 여전히 뒷방 신세입니다. 재벌해체라는 단어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청문회의 어느 의원은 사기업의 컨트롤 타워를 해체하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의 말은 탈법 상속, 탈세, 사적 기업경영 등을 이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치 경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기업의 경영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잘못한 점이 있으면 법으로 응징을 하면 됩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자본주의의 어느 국가도 기업의 컨트롤 타워를 해체하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이런 간섭은 결국 외국 회사들의 국내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경영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많은 외국사들이 국내에서 밀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가계 부채가 14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와중에 미국은 금리인상을 넘어 연내에 양적 긴축을 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지난 3월 공개시장위원회의 의사록을 공개했습니다. 금리를 올해 3회 이상 하겠다는 것에 시장이 집중하고 있었지만 한 술 더 떠서 양적긴축을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너무도 좋은 고용지표와 목표선을 상회하는 물가 때문에 당연히 경제가 과열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지난 10년간의 양적완화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로서는 최대 복병을 만난 셈입니다. 외풍이기 때문에 쉽게 해법을 찾을지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수출이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반도체와 유화 ‘두 선수’가 끌고 가는 모습입니다. 소비시장은 10여년째 내리막 코스입니다. 물가는 올해 들어 매월 2%대의 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채 폭탄을 짊어진 가계들의 임계치가 걱정인 까닭입니다.

혁신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차기 대통령의 일성은 경제 살리기여야 합니다. 획기적인 내수시장 살리기여야 합니다. 혁신적인 소비촉진이어야 합니다. 혁신적인 일자리 늘리기여야 합니다. 혁신적인 출산대책이어야 합니다. 혁신적인 기업 규제정책의 네거티브 시스템 전환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예산의 혁신적인 대수술이어야 합니다. 불요불급한 예산 집행은 모두 중지되어야 합니다. 미래형으로 전면적인 대조정이 필요합니다. 흑자로 전환한 모 지방자체 단체의 방법은 심플했습니다. 필요 없는 예산의 중지였습니다. 묵은 예산들을 모두 거둬내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 점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무엇이 이 난국을 풀어갈 해법인지는 코앞에서 찾지 말고 본질에서 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