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 3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커넥티드 및 3차원 실내지도 및 자율주행차 기술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네이버랩스 자율주행차는 국내 IT기업 최초로 국토부 도로주행 임시허가를 받은 차량으로 현재 실제 도로에서 실험 주행 중이다.

이 차량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의 자율주행 기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완전자율주행(레벨4) 단계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 개발중이다.

▲ 네이버 자율주행차.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여기서 궁금한 대목은 네이버의 의지다. 네이버는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어 실제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일까. 예단해선 안되지만 적어도 단기적 관점에서 네이버는 자율주행차 비즈니스에 직접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성숙 대표는 최근 열렸던 기자단 상견례 자리에서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심지어 30일 현장에서 송창현 네이버 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도 비슷한 답을 했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가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생활환경지능 기반 기술을 대거 공개한 것은  CES나 MWC, IFA와 같은 IT 전시회에 자동차 업계가 진출하는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 네이버는 기술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기술과 서비스의 간격을 좁혀 이를 바탕으로 공정함과 투명성까지 담보하는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를 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화려함에 넘실거리는 네이버의 비전은 자동차 그 자체가 아니라 차라리 지난 27일 공개된 3D 맵핑 기업 에피폴라를 인수합병한 사실을 잘 살펴봐야 한다. 

▲ 30일 자율주행차 기술을 발표한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무엇을 보여주었나

송창현 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는 "우리는 사용자를 둘러싼 공간과 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지능적인 이동성(intelligent mobility)이 만들어 낼 수많은 가능성에 주목하며 삶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공간'과 '이동'에 대한 생활환경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회가 도구에 얽매이지 않고 더 중요한 삶에 몰입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네이버랩스는 '공간'과 '이동'에 대한 인텔리전스 연구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송창현 대표는 "네이버랩스가 추구하는 기술의 방향성인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은 우리 생활 속의 다양한 상황을 인지해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의미한다"고 밝히며 "사용자들의 발길이 닿는 무수한 공간과 이동 경로를 데이터화하며, 그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자율주행차. 인지 분야에 집중한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밀한 자기 위치, 사물의 인식 및 분류, 상황의 판단 등 자율주행에서 핵심적인 감각기관과 두뇌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지 기능을 바탕으로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 처리하는데 방점을 찍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모터쇼에서 네이버랩스는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통해 도로 위의 사물과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해 차량의 경로를 계획하고, 측후방 영상에서 빈 공간을 판단해 차선 변경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기술을 새롭게 선보였다.

자율주행 기술은 실제 도로 주행을 통한 경험과 데이터를 쌓는 것이 발전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는 것은 실주행거리를 늘려가며 미래 이동성 개선과 도로 정보화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뜻이 된다. 물론 생태계 전략도 깔린다.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 수준을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더불어 카쉐어링 및 자율주행 시대에 맞춰 차량 내 개인 환경에 최적화된 인포테인먼트인 IVI 플랫폼과 이를 구현한 시제품도 공개했다. IVI는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정보 시스템을 총칭하는 용어로, 음악·영화·게임·TV 등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내비게이션, 모바일 기기와 연동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 또는 기술을 말한다.

네이버랩스의 IVI는 주의분산이 최소화된 UX, 절제된 음성 인터페이스로 운전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다. 네이버 로그인을 통해 어느 차량에서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해준다. 네이버 지도와 연계된 내비게이션을 통해 저장해 놓은 목적지로 바로 길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날씨·캘린더·뮤직·라디오 등 상황에 맞는 콘텐츠 활용이 가능하다. AI기술은 운전자의 음성을 인식해, 목적지 검색과 길 안내를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M1 로봇 시연도 눈길을 끈다. real-time 3D SLAM 자율주행, photo-realistic 3D map generation 등을 활용해 레이저로 스캔한 무수히 많은 점 데이터를 메시(mesh)정보로 변환,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붙여 3차원 지도를 만들어낸다. 네이버랩스는 GPS가 잡히지 않는 실내공간의 디지털화를 위해 로봇 M1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네이버 자율주행차 발표를 지켜보는 수많은 시선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자동차? 인지를 통한 공간정보의 확보!

네이버랩스는 30일 자율주행차를 공개했지만, 실제 시연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슨 뜻일까.

지난 27일 인수한 에피폴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3D 지도와 AR-VR 서비스 및 3D 컨텐츠 생산에 필요한 3D 맵핑 기술 강화를 위해 에피폴라를 인수한 행간에 네이버의 야심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에피폴라는 지난 2015년 설립된 이후 서울시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에 참여해 국내 최초로 WebGL 기반의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나아가 3D 지도 콘텐츠는 물론, 건물 사진 촬영으로 해당 건물의 POI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비주얼 검색 기술을 확보하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 기업으로 여겨진다.

▲ 3D 맵핑. 출처=네이버

이를 전제하고, 30일 발표했던 네이버의 자율주행차와 M1 로봇을 보면 그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바로 공간의 인지다.

지금까지 공개된 네이버의 로드맵을 적용하면 자율주행차는 외부의 공간, 즉 이동의 공간을 인지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며, M1 로봇은 자동차가 가지 못하는 영역을 촘촘하게 잡아낼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간정보를 방대하게 수집해 그 자체로 강력한 플랫폼으로 구축할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네이버가 구글 지도 반출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필사적으로 반대했던 장면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이유다.

이러한 네이버의 `꼼꼼함`은 지난해 네이버지도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하는 장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네이버는 업데이트를 통해 자사 지도앱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연결, 길을 찾는 사람들의 연속적인 사용자 경험을 빅데이터적 관점으로 접근한 바 있다. 공간의 인지, 정보의 확보를 위해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작동하는 순간은 물론, 운전대를 잡고 자동차를 움직이는 지점까지 손을 뻗친 셈이다.

매우 `영악스런(?)` 방법론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O2O 전략을 두 개로 분리하며 스마트 모빌리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상태에서, 인공지능 기술력까지 덧대어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녹여내는 장면과 비슷하다. 초연결 시대를 맞아 정보의 확보는 곧 플랫폼의 강화로 이어지며, 이는 오롯이 자사 중심 생태계의 창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애플이 중국 디디추싱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소프트뱅크가 승차공유 서비스에 전사적인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에는 다양한 배경이 있지만, '이동에 따른 데이터 확보적 측면'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국 네이버는 자율주행차 전장사업에 진출하거나, 직접 자율주행차를 제작하는 것이 아닌 '이동의 플랫폼을 통한 공간정보의 확보, 이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생태계 창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점은 네이버가 이러한 전술에 매우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최초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 글로벌 포털과 다음의 기세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던 네이버는 다양한 기술적 로드맵을 통해 국내 1위 사업자가 됐다. 다양한 비결이 거론되지만 그 중심에 '지식인 서비스'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집단지성의 측면을 넘어 지식인 서비스는 현재 거론되는 딥러닝 및 인지적 기술과 상당한 교집합을 보여준다. 여기에 단순히 키워드를 검색하는 것이 아닌 '문장을 검색하는 서비스'라는 파격적인 사용자 경험을 통해 검색의 사용자 경험을 3차원의 인지로 끌어올렸던 장면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는 3차원의 방향성을 인지적 관점으로 해결해 현존하는 모든 실생활을 파악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는 네이버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네이버만 할 수 있는 독보적 플랫폼 구축의 비결이다. 자율주행차를 넘어 플랫폼 자체에 집중하는 네이버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