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단지 수주를 통해 속속 서울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신도시와 택지지구 사업을 위주로 하던 중견 건설사들이 지난해부터 지방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도 뛰어들어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공공택지 공급이 축소되면서 토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재정비 사업에 사활을 걸게 된 것. 이들은 대형 건설사들이 꺼려하는 소규모 재정비 사업을 통해 서울 주요지역으로의 진출도 꾀하고 있다.

▲ 서울 신정 2-2구역 조감도. 출처=호반건설

최근에 중견사들이 열띤 경쟁을 보이는 곳은 지방의 소규모 재정비 사업지들이다. 최근 부산 광안2구역 재건축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한양, 아이에스동서, KCC건설, 동부건설, 두산건설, 계룡건설, 동부토건 등 총 10개의 중견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사업은 부산시 수영구 광안4동 1222-9 일대에 아파트 225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400여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남 지역 건설사인 중흥건설은 작년 4월 2269억원 규모의 광주 계림8구역 재개발 사업을 첫 수주했다. 우미건설은 지난 1월 주관사로 동양,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고양 능곡6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처음으로 경기도 광명 광명6동 재개발을 수주하면서 정비사업 시장에 진출했다. 그 해 연말에는 부산 초량 2,3구역 수주에 성공했고, 호반건설은 지난달 경기 안양 미륭아파트 재건축 시공권도 확보했다. 이어 이달 대전 도마‧변동 11구역 수주도 했다. 

이처럼 지방 재정비 사업 진출에 이어 서울과 수도권 내 400억원 안팎의 소규모 정비사업에도 이들의 이름이 나붙기 시작했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 사업을 한동안 중단해야 했던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서울 휘경1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호반건설은 서울 성북구 보문5구역 사업도 수주하면서 서울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5일에는 서울 양천구 신정 2-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지하 3층~지상 19층, 아파트 7개 동, 총 407가구(임대 71가구 포함)를 신축하는 공사다.

반도건설도 이달 서울 서대문구 영천구역 재개발 사업에 단독 입찰해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 사업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69-20번지 일대에 지하 5~지상 23층, 총 371가구(아파트 199가구, 오피스텔 172실)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로 지어진다. 총 도급액은 790억 원이다.

중견건설사들이 이처럼 너나 없이 재정비 사업에 뛰어드는 까닭은 당장 아파트를 지을 택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난 8·25 부동산 대책은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을 골자로 했다. 그런데 이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도시 재정비 사업 위주로 진행되는 서울 분양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전환시켰다. 

호반건설은 비록 수주에는 실패했으나 지난해 신반포7차와 방배 경남 등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참여해 서울의 '부촌' 강남에도 도전했다. 중흥건설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977 일대 대치제2지구(구마을2지구)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대림산업과 롯데건설 등과 함께 참여한다.

반도건설 김정호 홍보팀장은 영천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에 대해 “수도권 신도시에서 ‘카림 애비뉴’ 브랜드의 주상복합 아파트로 호평을 받은 것이 조합의 호응을 끌어냈다”면서 “상가 분양 이익이 조합에 돌아가는 만큼 상가 특화 주상복합 아파트의 노하우를 가졌던 것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서울에서 재정비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실적이 쌓이면 이후 서울 사업의 수주를 받기도 유리해 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최근 저유가와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 등으로 해외 사업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이나 정상 상황이라면 재건축 재개발 사업처럼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건설 공사는 중견사가 맡고, 인력풀을 갖춘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진출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