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관광지가 아닌 식당에서, 고궁에서 또 카페에서, 그리고 길거리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찍는다는데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그 이유가 좀 그렇다. ‘나 행복해요’를 친구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타인에게 받는 관심의 크기를 자랑하기 위한 것 같아 좀 그렇다. 물론 정말로 행복해서 그런 것이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얼마 전 우연히 본 ‘청년들은 왜 예쁜 카페에 열광하는가’라는 기사 때문이다.

이 기사의 요지는 예쁜 카페에서 비싼 케익을 먹고 사진 찍는 현상은 ‘열악한 주거 환경 속 좋은 집의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며, 이것을 작은 사치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현실’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청년들은 너무 올라버린 방값 때문에 고시원이나 옥탑방처럼 좁고 불편한 방을 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방을 예쁘게 꾸밀 여유가 없고, 그래서 예쁘게 꾸며진 카페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사진 찍고 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 선택한, 가장 돈이 적게 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는 묻는다. 이런 부족함의 결과로 나온 단어인 가성비와 가치 소비는 슬픈 언어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인테리어가 멋진 카페에서 친구들과 한 조각에 7000원씩 하는 음료나 케익 한 조각을 먹는 것은 녹록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작은 위안을 줄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왜 이런 소비 행위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사회가 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 외형만을 보고 그들의 소비를 사치라고 이야기하기에는 그들이 처한 세상의 골이 너무 깊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작은 즐거움을 통해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까짓 사치 해버리면 그만인 것을.

요즘 청년 관련 이슈 중 주거에 대한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개념이 있다. 바로 셰어하우스다. 셰어하우스는 일반 가정집처럼 거실, 부엌, 방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각자의 방은 있지만 거실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은 같이 거주하는 사람들과 공유해야만 한다. 물론 혼자 방을 쓸 수도 있고 또 롬메이트와 함께 방을 써도 된다. 이런 셰어하우스가 좋은 점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룸에서 혼자 밥 해먹던 삶에서, 거실로 나와 공용 부엌에서 같이 밥 먹는 구조가 셰어하우스의 장점이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당번을 정해서 식사 준비를 같이 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처럼 공유라는 것을 선택하면 개인의 자유도는 감소하지만 넓은 공간과 식구들을 얻을 수 있다. 더 쾌적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하우스메이트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보니 혼자 살 때보다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인간처럼 살 수 있는데.

이런 셰어하우스가 청년 주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개념을 장년층에까지 적용하면 문제가 좀 달라진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요즘 계속되는 불경기로 공실로 남아 있는 작고 오래된 건물이 꽤 많다. 인구 감소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의 꿈이 월세를 받는 것이다 보니, 공급 초과가 가지고 온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빈 건물들을 리노베이션할 수 있게 공공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10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으면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 집주인은 공실로 남아 있는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임대료를 안정되게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청년들은 저렴한 가격에 입주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좋으며, 공공은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 이미 성북구와 영등포구의 특정 지역에서는 기존의 고시원 방을 리노베이션해 공공 셰어하우스를 건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 사업이냐는 것이다.

이런 공공 셰어하우스를 마을 단위나 지역 커뮤니티 단위에서 시작해도 의미 있을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기존에 집 한 채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강북을 포함한 서울시 경계 주변 지역 중 노년층들이 많이 거주하는 단독 주택 지역에 공공 셰어하우스가 건립되면 노년층과 청년들 간의 교류도 증가하고, 더불어 수십년의 경험과 청년들의 젊은 아이디어와 패기가 만나 새로운 창업 생태계가 생성되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청년들의 주거와 창업 그리고 지역개발과 시니어 관련 코즈(Cause)에 대해, 공공 셰어하우스가 그 마중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