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은 성장 가능성도 크지만 투자에 있어 경계해야 하는 걸림돌 두 가지가 존재한다.

대형 프로젝트 단위로 입찰이 이뤄지기에 수주하지 못하면 적자 우려가 있는 데다 스텔스‧전술 관련 소프트웨어 등의 핵심기술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정경유착으로 인한 분식회계, 성능검사 허위작성 등의 방산비리가 나타날 경우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개연성이 크다.

군납비리 규모 약 1조원대… 불신 확산

최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사장 급여를 모두 반납하며, 전 직원 임금 10%를 반납해 총 급여를 25%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선 수주가 적어지자 해양플랜트 분야로 눈을 돌렸다.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수주를 해야 하니 저가수주를 챙겼다. 이는 고스란히 2조원대의 적자로 이어졌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전임 사장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가 아닌 흑자라고 공시했다. 2014년까지 8년 연속 흑자라던 대우조선은 지난해 6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본사를 압수수색한 결과 1조5000억원가량을 분식회계한 정황을 포착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비리 규모는 더욱 커졌다. 남상태,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 등이 2006~2014년까지 자행한 분식회계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한다. 이들은 연임 관련 청탁 의혹과 더불어 형과 조카들을 특별채용했다는 혐의도 있다. 일개 과장도 회사 돈을 횡령해 8년간 180억원의 사익을 취했다. 감독을 맡았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오히려 전임 은행장들이 대우조선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의 방산분야 경쟁력 자체는 매우 뛰어나다. 군함건조의 85% 정도는 기존 선박 건조와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 실제 현역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을 진수했으며 국내 최초로 전투잠수함을 건조하기도 했다.

군장성들의 성능평가 시험성적서 위조를 통한 ‘군납비리’ 문제도 방산업종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주로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를 내리고, 저질의 부품을 갈아 끼워 저렴한 상품으로 만든 뒤 차익을 횡령하는 식의 비리가 자행된다.

정부는 지난 2014년 11월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하고 약 1년간 방사청 등 광범위한 방산비리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1조원대의 방산비리를 적발했으며, 연루된 장성 및 관계자 77명을 기소했다. 지난 2013년에는 국방기술품질원이 2010~2013년 동안 납품된 군수품 13만700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34개 업체가 시험성적서를 125차례나 위조, 또는 변조한 사실을 적발했다.

적발된 사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상과 항공장비 등 부품류가 23개 업체, 103건, 식품이나 피복류도 11개 업체, 22건에 달했다. 한화테크윈(당시 삼성테크윈),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KAI) 등이 제작한 K-9자주포, K-1구난전차, 헬기 ‘수리온’도 각각 성능이 과대포장된 사실이 드러났다.

방산비리는 실제 일선 운용 시 장비 가동률을 현저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큰 데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방산수출액은 2014년 36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뒤 2015년 35억4100만달러, 지난해 25억4800만달러로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K-9자주포가 명품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수출 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산업에서 사익을 취하는 범법행위인 데다 개발업체에 대한 신뢰도 추락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첨단 기술력 부재… 경쟁력 약화 우려

지금까지 우리나라 방산업은 선진국들의 기술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근본적인 기술력의 부재도 나타난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K2 흑표’ 전차의 경우 변속기 문제가 발생돼 전력화가 지연되는 시행착오가 발생했다. 1차 양산분은 파워팩(엔진과 변속기를 일체화한 동력시스템)을 독일 제품으로 장착했지만 2차 양산부터 국산화를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이 각각 엔진, 변속기를 개발‧장착하도록 했다.

파워팩은 각종 문제를 야기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 ▲냉각팬 불량 ▲기어 변속 불능 ▲누유 ▲엔진 실린더 파손 등 124건의 중대 결함이 발견됐다. 결함을 해결하고도 해당 파워팩은 32㎞/h 가속까지 8.7초를 기록, 작전요구성능(ROC) 기준 8초를 충족하지 못했다. 2차 양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던 육군은 결국 ROC기준을 8초에서 9초로 늘렸다.

차기 전투기를 개발하는 ‘KFX 사업’도 기술력 부재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항공우주(KAI)와 한화테크윈 등이 참여해 차기 국산 주력전투기를 개발한다.

미국은 군사보안상의 이유로 차세대 전투기에 필요한 핵심 4개 기술을 이전 거부했다.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RF재머(전자파 방해장비),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등이다. 4개 중 3개는 개발이 가능하다고 해명했지만 4개 기술을 통합하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상 미국이 제대로 기술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흑표전차처럼 양산이 늦어질 우려가 크다.

국방연구원은 “한국 무기체계별 기술력 수준은 화포와 수상함 등은 우수하지만 레이더, 전자전, 회전익기와 고정익기 같은 항공우주기술은 이제 막 도입하거나 기반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