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직 명확한 포스트 스마트폰 후보군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그래도 스마트폰'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한때 중국의 샤오미를 필두로 중저가 라인업의 바람이 불었던 시기도 있으나, 프리미엄 라인업의 강세도 여전한 편이다.

시장의 패권을 잡는 쪽은 프리미엄 제조사이고 실제 이윤을 남기는 곳도 프리미엄이다. 최근 불고있는 스마트폰 시장의 따끈따끈한 트렌드를 살펴보자.

▲ 출처=위키미디어

패블릿과 투톱 라인업? "그건 당연하고..."

엄밀히 말해 스마트폰의 조상님은 노키아지만, 시장을 만들고 모바일 혁명을 일으키고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으로 끌어들인 주인공은 아이폰의 애플이다. 여기에 갤럭시 시리즈로 무장한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업 경쟁의 불씨를 일으켰다.

그리고 이들은 접점을 보이기도 했다. 원래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4인치가 기본이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올 수 있는 기기여야 한다"는 것은 스티브 잡스의 고민이자 애플의 정체성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와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통해 조금씩 기기의 물리적 확장을 꾀하기 시작했다. 이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에서 스타일러스 스마트폰과 패블릿(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화면 스마트폰)의 기조를 모두 구현하며 일종의 대세가 됐다. 기술 발전으로 앱 구동 사례가 다양해지며 넓은 화면의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뜻이다.

이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를 출시하며 갤럭시노트 엣지를 묶어 일종의 투톱 라인업을 가동하게 됐고, 이후로는 모든 프리미엄 라인업을 두 개의 스마트폰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투톱 라인업의 등장은 패블릿의 강점에 시선을 돌린 이용자들에게 '신세계'를 보여줬다.

삼성전자의 패블릿, 그리고 투톱 라인업이 시장의 호응을 얻자 애플도 팀 쿡 시대에 이르러 조금씩 변했다. 

'4인치'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패블릿과 투톱 라인업의 세계로 나아갔다. 넘버링과 'S' 를 격년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아이폰의 크기도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애플은 아이폰 플러스 모델을 공격적으로 런칭하며 삼성전자의 방식을 충실하게 따랐다. 모바일 혁명의 '최초 불꽃'이 창업주의 정체성을 일정정도 무시하고 후발주자와 닮아갔다. 물론 여기에는 이견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 패블릿 라인업을 형편없다고 비판했으나 뒤에서는 비공개로 준비하고 있었다는 '설'도 있다. 보기에 따라 아이폰8 일부 라인업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OLED 디스플레이도 비슷한 배경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최근 스마트폰의 트렌드는 패블릿과 투톱 라인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앱 구동 등의 기술 발전으로 화면이 큰 디스플레이를 요구하는 이용자가 늘어났고, 이들의 '열망'을 더욱 정교하게 담아내기 위해 플러스 모델을 추가하는 방식이 시장에 빠르게 연착륙했다는 뜻이다.

▲ 블루코랄 갤럭시S7. 출처=삼성전자

DAC(디스플레이-인공지능-색)

새로운 트렌드가 더욱 많이 감지되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패블릿과 투톱 라인업은 벌써 '기본'이 되는 분위기다.

먼저 디스플레이다. 최근 출시된 LG G6의 경우 디스플레이가 18:9로 짜여졌다. 굳이 2:1이 아닌, 18:9의 화면비를 강조한 것은 말 그대로 디스플레이의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보여주기 위한 극적인 장치로 해석된다.

성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풀비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5.7인치 QHD+ (2880X1440) 해상도 풀비전 디스플레이, HDR(High Dynamic Range) 규격인 돌비 비전(Dolby Vision)과 HDR 10을 모두 지원한다.

▲ LG G6 디스플레이.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베젤리스도 최근 특징이다. 

지금까지 패블릿 스마트폰의 경우 기기 전체가 커지는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LG G6는 기기 크기가 커지기는 했으나 베젤의 폭을 극단적으로 좁혀 디스플레이 가독성을 크게 높인 점이 눈길을 끈다.

측면을 감싼 무광의 메탈 테두리와 메탈 커팅 기법으로 가장자리를 정교하게 깎아내면서 디자인적 심미성도 준수해졌다. 18:의 화면비를 내세우며 베젤리스의 디자인을 삽입, 말 그대로 스마트폰 전면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의 면적이 넓어진 것. 

30일 공개되는 갤럭시S8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18:9 화면비가 유력하며 베젤리스의 방식도 상당부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최근 스마트폰은 화면비에 있어 세로가 더욱 길어보이는 효과를 추구하는 한편, 18:9의 화면비와 베젤리스를 더해 사용자 경험의 확보와 베젤리스의 감성을 담아내는 쪽으로 나아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일한 방법론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경우 OLED의 경쟁력까지 담아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참고로 LG G6는 OLED가 아니며, 아이폰8은 일부 상위 모델에 OLED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와 계약을 맺고 디스플레이 양산에 돌입했다는 후문이다.

인공지능도 눈길을 끈다. LG G6에는 구글의 어시스턴트가 삽입됐다. 다만 구글 어시스턴트는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최근 구글과의 접점을 넓히며 다양한 기술력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자체적인 생태계 역량을 키울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6월부터 열리는 LG페이 기능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결국 관건은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AS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해 1분기부터 스마트폰 원격 AS에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 분석 등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 LG전자 AS 인공지능 적용. 출처=LG전자

갤럭시S8에는 빅스비라는 인공지능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인수한 비브랩스의 인공지능 플랫폼 기술력을 체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헬스앱인 S헬스와, 삼성전자의 초연결 기기와의 연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 및 부사장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완전성(Completeness)과 상황인지(Context Awareness), 인지범위(Cognitive Tolerance)적 측면에서 빅스비의 강점이 느껴질 것"이라며 "터치 명령같이 기존 실행 방식으로 수행됐던 거의 모든 작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이인종 사장. 출처=삼성전자

화웨이도 P10을 공개한 가운데 인공지능 기술력을 빠르게 삽입하고 있으며 애플도 아이폰8에 인공지능을 담아낸다는 복안이다.

이미 시리를 통해 인공지능 비서의 가능성을 모색한 상태에서 올해 아이폰 10주기를 기념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에 나선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에센셜(Essential)'이라는 회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스마트폰에 담기는 인공지능의 경우 플랫폼 생태계 창출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나아가 스마트폰 인공지능이 일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전자기기, 예를 들어 세탁기와 TV 및 냉장고와 연결되어 유기적인 작동명령을 내리는 방식도 점쳐지고 있다. 스마트홈의 플랫폼 콘트롤 타워가 스마트폰이 되는 셈이며, 이는 최근 스마트폰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색도 있다. 주로 에디션, 즉 마케팅적 측면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천편일률적 색상을 거부한 다양한 스펙트럼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아이폰 레드가 등장한 것은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갤럭시S8을 견제하고 에이즈 예방에 동참한다는 공공의 목적까지 노리고 있는 아이폰 레드는 가히 컬러 마케팅의 정수라고 볼 수 있다. 애플은 지난 2015년 아이폰6S를 출시할 당시 필크계열의 로즈골드를 처음 선보여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경험도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노트7이 단종된 후 갤럭시S7에 집중하면서 블루코랄 라인업을 강조한 바 있다. 갤럭시S8에는 블랙, 화이트, 블루, 골드, 실버, 퍼플, 레드 등 다양한 색상이 담겨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키드 블랙이라는 다소 생소한 색상이 갤럭시S8에 덧대어질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컬러 마케팅은 지역별 시장 공략에도 큰 의미가 있다. 중국의 경우 '복을 가져온다'는 의미의 붉은색을 선호하고 유럽 지역에서는 블랙과 화이트 등 기본적인 색상을 좋아한다는 것은 업계의 오래된 통설이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더욱 다양한 색상에 대한 니즈가 많기 때문에 색 자체가 풍부한 경향이 감지된다.

그런 이유로 각 제조사들도 이러한 현상에 집중, 컬러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최근 등장하는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방수 및 방진 기능을 탑재하는 등 외부충격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옛날처럼 스마트폰 외부 케이스의 필요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컬러 마케팅은 일종의 호기를 맞이하는 분위기다.

▲ 아이폰 레드. 출처=애플

포스트 스마트폰, 플랫폼의 미래는?

웨어러블 시장이 생각보다 크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직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모바일 혁명의 기본적인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제조사들은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 컬러 마케팅을 통해 풍부한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멀티 미디어에 대한 욕구를 비롯해 하드웨어 폼팩터, 그립감, 나아가 특별한 에디션을 비롯해 심지어 배터리 안정성까지 찾는 행보가 더해지고 있다.

결국 '다양성'이다. 단순히 '모두가 똑같은 스마트폰'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스마트폰'을 원하는 이용자의 열망이 제조사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는 결론이다. 여기에 플랫폼의 성격을 강화하는 스마트폰 본연의 경쟁력이 운영체제를 기점으로 인공지능을 접점으로 삼아 다양한 기기로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미래는 곧 플랫폼의 미래가 되고 있다. 우리가 다양한 옷을 입는 고도화된 스마트폰 솔루션의 미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