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있는 이바돔감자탕 매장. 점심시간이 되면 직장인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다. 줄을 서지 않으면 음식을 맛볼 수 없는 이 매장에서는 하루 점심시간에만 130그릇의 감자탕을 판매한다. 40평 규모에 좌석은 총 64석인데, 하루 평균 5회전을 한다.

그동안 ‘이바돔’은 적게는 100평, 크게는 200평에서 500평대 매장으로 출점했는데 최근 사이즈를 다운시켜서 소형으로 출점한 매장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대형 매장의 경우 상품 가짓수도 많고, 매장 안에 어린이 실내놀이터 심지어 떡이나 피자 코너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소형 매장은 해장국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므로 주방이 단순하고 인력운영도 손쉽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운영에 따른 리스크 부담이 적은 셈이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으로 사이즈다운이 새로운 트렌드다. 최근 창업 시장에서 광풍이 불고 있는 핫도그 전문점은 사이즈다운 점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부산의 명랑 핫도그는 창업한 지 1년 만에 전국에 450개 가맹점을 개설했다.

서울의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핫도그 브랜드를 론칭한 곳이 많다. 또봉이 통닭으로 잘 알려진 ㈜또봉이F&S는 최근 ‘또봉이왕핫도그’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요즘 인기 있는 핫도그도 핫도그이지만 슈퍼사이즈 꽈배기 도넛이 특이하다. 상품은 슈퍼사이즈이지만, 매장 규모는 초소형으로 5평 이상이면 창업이 가능하다.

지난 3월 중순 박람회에 참가했던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관계자는 “요즘은 제대로 돈을 투자해서 창업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탈출구까지 생각하면서 창업을 하다 보니 가벼운 창업, 사이즈다운 창업에 눈을 돌린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에 40~50평대 규모로 출점하던 카레브랜드 코코이찌방야도 사이즈다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코코이찌방야 위례점의 경우 10평 규모이다. 매장 사이즈를 줄이면서 메뉴 가짓수는 줄이고 대신 테이크아웃을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 투자비 부족으로 창업을 희망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현미쌀치킨인 바른치킨 경기도 광주점도 10평 매장이다. 기존의 15~30평대 매장과 달리 사이즈를 다운해서 출점한 케이스다. 매장 규모를 줄인 대신 테이크아웃 전략에서 탈피, 매장내점 고객 유치에 테이크아웃, 배달까지 강화해 월 매출액이 3800만원대에 이른다.

적은 매장에서 높은 소득을 올리는 비결 중 하나는 극장식 키친의 도입이다. 외부에서 매장 내부 주방이 보이도록 설계하고 깨끗한 주방을 강조했다. 점포 입지도 2차선 도로변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선정했다.

정통 한식이나 보양식 브랜드는 적어도 40평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속설도 옛말이 되고 있다. ‘아빠곰탕’은 30평대 매장도 있지만, 15평대 매장도 인기를 얻고 있다. 각종 자연산 민물고기를 끓인 육수에 얼갈이배추 국수 등을 넣어서 보약처럼 끓인 어탕국수 전문점 ‘어탕채’도 10~15평대 매장을 출점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 적정 규모 이상이어야 한다는 칼국수 전문점도 10평대 안팎의 사이즈다운된 모델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밀겨울’은 대표적인 사례다.

규모가 작으면 쉽게 망한다는 속설도 있지만 업종 특성에 맞는 소형 매장은 창업자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투자비 회수에도 유리하다. 2015년 말 기준 가맹점 수 600개를 보유하고 있는 피자마루, 400개인 국수나무, 408개인 김가네, 600개인 고봉민김밥인, 218개인 바푸리, 192개인 바르다김선생 등은 모두 10평 내외의 소형 매장으로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브랜드들이다. 17년 장수 브랜드인 분식브랜드 ‘얌샘’이나 치킨브랜드인 ‘비비큐’ ‘교촌’ ‘네네’ 등도 모두 소형 매장에서 출발했던 브랜드들이다.

최근 사이즈다운은 매장 규모에만 한정되지 않고 상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묶음이나 빅사이즈로 판매하던 제품을 낱개로 판매해서 가격 부담을 줄이는 게 그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작고 투자비가 적게 드는, ‘쉬운 창업’만 강조하다 보면 단명하기 십상이다. 사이즈를 다운시킬 때는 적정한 상품 가짓수를 구성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메뉴가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너무 많으면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너무 적으면 고객들이 쉽게 싫증내고 방문 주기가 줄어들 수 있다. 아울러 배달과 테이크아웃, 내점을 결합시켜서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노력도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