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고객(Customer)이라는 단어를 사내 CS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대기업의 소비자 상담실 정도만 사용했다면, 지금은 동네 작은 슈퍼마켓의 계산대 앞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만큼 고객은 기업이 목표로 하는 대상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표현이 되었다.

그렇다면 고객은 무엇일까? 현대 국어사전에서는 물건을 늘 사러 오는 단골 손님으로 명명하고 있으며, Wikipedia에서는 개인이나 조직으로부터 무엇을 사거나 빌리는 사람으로 칭한다. 자동차 기업인 포드(Ford)는 이러한 고객 정의를 회사 내부의 업무처리 프로세스에 있어 다음 공정을 의미하는 직접고객과 직원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급여는 주는 존재 즉 회사를 뜻하는 중간고객, 마지막으로 기업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해 사용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최종고객과 같이 3가지로 구분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정의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고객은 기업의 매출 발생에 가장 핵심이 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고,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광의적 접근을 넘어서 CRM 관점에서의 고객에 대한 세부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가치(Customer Value)에 대한 산술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와튼스쿨 교수이자 와튼 고객분석 이니셔티브의 공동 디렉터인 피터 페이더(Peter Fader)가 주장한 고객중심주의 4대 핵심에서도 고객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세분화가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해 마케팅에 활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수치화되고 정량화된 개별 고객가치의 계산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성공적인 CRM 활동을 위해서는 고객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고객가치는 2가지로 정의되는데 하나는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이 기업에게 기여할 수 있는 정도이다. CRM 전략 수립에 있어서는 먼저 후자를 분석한 후 전자에 대한 운영안 즉, 혜택의 수준이나 범위 등을 마련한다.

CRM에서는 기업에 대한 고객의 기여도를 CLV(Customer Lifetime Value 고객생애가치)와 CRV(Customer Referral Value 고객추천가치)로 판단한다. 먼저 CLV는 특정 고객이 우리 회사와 거래를 하면서 향후 얼마 정도의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정량적 예측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3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매했는데 가격이 2000만원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회사에서 A 고객의 CLV를 계산하는 방법은 기존 30대 초반 남성 고객들의 평균 구매주기를 분석해 보니 10년마다 차를 교체한다는 분석 결과를 도출하고, 최근 남성들의 수명주기가 100살 정도라는 것도 사회적 조사를 통해 확인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근거로 A 고객은 앞으로 약 70년 더 살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회사 자동차의 재구매 주기가 평균 10년이니 만약 이탈만 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7번의 차량 교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A 씨의 최초 구매금액이 2000만원이므로 우리는 열심히 CRM 활동을 해서 해당 고객이 7회 이상의 자사 자동차를 구매함과 동시에 최소 1억 4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키게 해야 하며, 이러한 개념이 CLV이다.

A 씨에게 자동차를 판매한 회사의 CRM팀은 구매 후 지속적으로 해당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10년인 평균 재구매 주기가 단축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A 고객의 구매 후기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다음 재구매 시점이 도래했을 때 기존과 유사한 차량을 추천하는 교차판매(Cross-Selling)와 더 비싼 차량을 추천하는 상승판매(Up-Selling) 기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최초 구매자가 재구매 시 매출 상승을 위해 무조건 상승판매 기법을 사용하는데, 결과를 분석해보면 이탈율이 꽤 높다. 그래서 필자는 CRM 담당자들에게 되도록이면 2번째 구매까지는 관계강화 차원에서 교차판매를 하고, 그 이후부터 상승판매의 고려를 추천한다. 그런데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 10년마다 차량을 교체하는 A 고객의 구매금액만을 가지고 가치를 책정하기에는 재구매 기간이 너무 길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매출액보다는 A 고객이 우리 회사 자동차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추천하는 정도를 파악해 정량화시키는데, 이를 CRV라고 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CRM을 위해서는 고객을 단지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는 단골손님 정도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 매출의 근원임을 인지하고, 고객가치를 정량적으로 산출해낼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확보되어야 한다.